숨쉬기가 요가 호흡법이 되듯
전시 〈상상의 기술: 2020 예술가의 책 프로젝트〉
상상은 누구나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작용일진대, 어떤 이의 상상은 그 구동 방식이 남다르다. 누군가는 변기를 예술품이라 주장하고(마르셀 뒤샹), 또 다른 이는 의자의 실물과 사진과 사전적 정의-텍스트를 병치해놓고는 ‘하나이면서 세 개인 의자(One and Three Chairs)’라 명명한다(조셉 코수스). 이런 주장과 명명이 어떤 논리 기반을 통해 이루어졌는가를 따져 묻기보다는, 그저 ‘그렇게 있는’ 상상의 산물로서 일단은 받아들이는 편이 예술가들과의 소통에는 좀더 효과적이다.
전시명인 ‘상상의 기술(Art of Imagination)’을 우선 음미해본다. 상상하는 데도 기술이 있다니, 대체 무슨 의미인가. 딱히 기술 연마 없이도 상상은 가능하지 않나. 말 그대로 숨쉬듯이 상상을 할 수 있다. 저, 이런 상상을 지금 해보려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하고 허락을 구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왜 ‘상상의 기술’인가. 첫 모금은 다소 낯설지만 계속 음용을 해본다. 전시명을 입안에 넣고 굴려본다. 불현듯 요가를 떠올린다. 요가의 기본은 호흡법이라 하는데, 이 호흡법이란 이를테면 숨쉬기의 기술이다. 숨쉬기에 기술이 들어가면 브라마리(Bhramari), 우짜이(Ujjai), 프라나야마(Pranayama) 같은 요가 호흡법이 된다. 요컨대 전시명 ‘상상의 기술’은 예술가들의 상상은 일반적인 상상에 특유의 기술이 들어간 상태다, 라는 개념을 전제하고 있지 않을까.
〈상상의 기술: 2020 예술가의 책 프로젝트〉[다크룸(D’Ark Room) / 디프런트 스페이스(D’Front Space) 2020.8.7-10.31]는 아티스트북 전시다. 예술가들의 ‘상상의 기술’을 통해 구현된 책들을 선보인다. 이 예술가들이란 사진가 김박현정, 회화 작가 손현선, 설치미술가 조혜진, 제책가 오민예 등 4명이다. 여기에 더해, 전시 공간을 운영하는 닻프레스(Datz Press)가 10년간 제작한 아티스트북, 그리고 여러 나라의 시각예술 출판물들이 선별돼 전시된다.
전시는 “서로 다른 매체를 다루는 4명의 예술가들에게 책이란, 개별의 사유의 과정이 담긴 ‘물질’ 혹은 대안의 ‘창작 공간’으로서 든든한 터전이 되어준다”라고 소개한다. “아티스트북이란 artist book과 artist’s book을 통칭”하며 “Artist book은 예술가가 저자인 책”, “Artists’ book은 예술가에게 속해진 책, 즉 예술가의 작품으로서의 책”이라고도 설명한다. 즉, 참여 작가들은 물질이자 공간으로서의 책을 상상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책을 책으로만 바라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진·회화·설치·제책 예술가들의 상상의 기술이 들어간 책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증도 상상의 소산일 테니, 이 전시는 예술가들의 상상과 관람객들의 상상이 만나는 장이 될 터다. 이를 ‘전시의 기술(Art of Exhibition)’이라 명명해보면 어떨까. 본 전시는 서울문화재단의 2020년 서울메세나 지원사업 지원금으로 추진된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관람은 사전 예약제 방식으로만 가능하다.[아래 ‘예약방법’ 참고]
Exhibition Info.
전시일정 2020.8.7-10.31
전시장소 다크룸 / 디프런트 스페이스
관람시간 월·화·수·목·금 10:00-18:00 *무료관람 / 방문 예약 필수, 전시장 입장 시 마스크 착용 필수
예약방법 다크룸 인스타그램 DM 및 전화 02-447-2581
참여작가
김박현정, 손현선, 오민예, 조혜진, 북프로젝트[Book Project, Linda Connor & Bryant Austin 외 닻(Datz) 소장 아티스트북]
연계 프로그램
8.7[금] 19:30 FNL #24 라운드 테이블 〈물질, 교차점(material, intersections)〉 [종료]
10.24[금] 19:30 워크샵 ‘나만의 노트 만들기’
10.31[금] 19:30 FNL #25 강연 ‘상상의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