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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미리 찌는 살〉

    기획자 공동 운영 플랫폼을 표방하는 웨스 서울(WESS.SEOUL)에서 〈미리 찌는 살(Fatten for Tomorrow)〉이라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살을 미리 찌운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이때 ‘살’이란 무엇을 상징하는 키워드인지 궁금해진다.


    글. 임재훈

    발행일. 2020년 08월 31일

    전시 〈미리 찌는 살〉

    그러니까 미리미리 체급을 키워두자는 말
    전시 〈미리 찌는 살〉

      기획자 공동 운영 플랫폼을 표방하는 웨스 서울(WESS.SEOUL)에서 〈미리 찌는 살(Fatten for Tomorrow)〉이라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살을 미리 찌운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이때 ‘살’이란 무엇을 상징하는 키워드인지 궁금해진다. 전시 소개 글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 다만, 아직 오염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한두 번쯤은 스스로 작업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고통과 희열을 맛본 후에, 공모와 지원금 제도가 오염시킨 바다로 뛰어들기를 권하고 싶다. 손바닥만 한 드로잉이든, 시든, 몸짓이든, 곧 덮어버릴, 또는 곧 부서질 무엇이든 간에, 2020년 8월 여름, 당신이 결정한 작업을 가지고 웨스 서울에서 만날 수 있을까? _ 전시 제안자 이성휘의 글 중

    어느 날, 미술대학에서 전공 강의를 수강하던 학생들 앞으로 하나의 제안이 도착한다. ‘각종 공모전이나 지원금 제도의 틀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스스로 작업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프로젝트. 제안자인 큐레이터 역시 이 제도의 일부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기.’ 어떻게 생각하면 단순한 목표다. 그러나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도로부터 안전하게 평가받고 ‘정답’을 제출하고 싶은 욕구와 싸워서 이겨야 한다. 작업이 잘 풀리지 않아도, 내 작업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의심스러워도, 어떤 작업이 더 나은지 고를 수 없어도, 대신 판단해주는 사람은 없다.

    과연 학생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었을까? 동시에, 미술계에 종사하고 있는 제안자는 다듬어지지 않은 모든 것들을 견디고 학생들에게 결정권을 위임할 수 있었을까? 2020년 8월 여름, 우리는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과의 싸움을 마치고 웨스 서울에서 만났다. 답을 주지 않는 제도를 대신해, 스스로가 판단한 각자의 정답을 가지고서.

    *〈미리 찌는 살〉 공동기획자 김서인의 텍스트 일부

    “제도로부터 안전하게 평가받고 ‘정답’을 제출하고 싶은 욕구와 싸워서 이겨야 한다”, “우리는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과의 싸움을 마치고 웨스 서울에서 만났다” 같은 문장들이 보인다. 텍스트 전반을 휘감은 주된 정서는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싸움의 대상이 분명히 명시돼 있다. “제도”다. 이 단서들이 〈미리 찌는 살〉이란 모호한 전시명에 얼마간 샤프니스 효과를 내준다. 학생들이여, 제도에 복속되지 않는다는 건 일종의 싸움이고, 그 싸움은 제도와의 싸움이기보다 차라리 자신과의 싸움이니, 미리 체급을 키워놓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선언적 제안이 드러나는 것이다.

    [위 글과 이어짐] 
    입시 미술부터 시작해 과제 크리틱, 파운데이션, 졸업 전시, 또 수많은 공모전에 이르기까지. 미술계로 편입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평가를 거쳐야 한다. 불합격, C+, 불통과, 낙선, 그리고 또 다른 무엇이든, 평가의 결과는 스스로가 ‘나는 이 제도의 ‘정답’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한다.
    〈미리 찌는 살〉은 필연적으로 그런 고민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우리를 위한 전시다. 미래의 우리는 이 제도의 정답을 알아맞히기 위해 계속해서 자신을 검열하고 덜어내게 될 것이다. 지금 ‘미리 찌는 살’이 미래의 우리에게 더 많은 ‘나’를 남겨줄 수 있는 자산이 되기를 바란다.

    전시 〈미리 찌는 살〉은 8월 17일 열렸고 9월 11일 닫힌다. 1차, 2차에 걸쳐 전시가 진행된다. 각 차수별 참여작가가 겹치는 경우도 있으나 전시작은 상이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격상 등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전시 일정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 〈미리 찌는 살〉 운영진은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코로나19 대응 관련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Exhibition Info.
    전시일정 및 참여작가
    1차 2020.8.17-8.28  김민주 김소이 손지형 송민지 유수민 정민 조휘경 최서현
    2차 2020.9.1-9.11  김민주 김소이 류시연 유수민 이예지 정민 최서현 탁무겸 한진

    전시장소  웨스 서울
    관람시간  13:00-19:00[휴관 없음]

    기획  김서인 김혜진  제안  이성휘
    도움  박형지  디자인  박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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