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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히는 것들에게 마음을 열다 〈타이포드로잉 36.5〉

    '글씨로 마음을 열다' 디자이너 안병국의 두 번째 개인전 〈타이포드로잉 36.5〉


    글. TS 편집팀

    발행일. 2012년 12월 04일

    잊히는 것들에게 마음을 열다 〈타이포드로잉 36.5〉

    글자는 언어를 기록하기 위한 부호이다. 따라서 ‘그린다’고 하지 않고 ‘쓴다’고 말한다. 하지만 글자 역시 시각적인 매체이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변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디자이너 안병국의 두 번째 개인전 〈타이포드로잉 36.5〉는 그런 글자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표현해낸 전시이다. 전시 제목인 ‘타이포드로잉’은 글자를 그린다는 뜻인데, 사실은 그리는 것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시각적 표현인 캘리그래피, 그래픽, 미디어 아트 등을 사용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좌) 365/36.5  (우) 〈타이포드로잉 36.5〉 포스터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느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엇일까? 손을 잡거나 어깨를 맞대는 등 그렇게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행위야말로 타인을 느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타이포그래피 36.5〉의 ‘36.5’는 단순한 감성이 아닌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나오는 감성을 표현하고 있다. 실제로 전시 작품들의 주제를 보면 이런저런 관계의 다양한 군상과 인생에서 잊혀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버지’, ‘어머니’는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관계인 부모님을 바라보는 작품이다. 버려진 우산과 뚱뚱하게 두꺼워져 읽을 수 없는 글자를 통해 초라하게 늙어가는 아버지의 뒷모습과 자식만을 위하다가 점점 여성성을 잃어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표현하는가 하면, ‘사랑에 대한 단상 I, II’에서는 제각기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친구에게 쓰는 편지’에서는 제멋대로 갈겨쓰고 틀린 부분은 대충 지워놓는 등 가식 없는 모습으로 서슴없이 다가가는 진심을 보여주고 있다.

    (좌) 아버지 (우) 어머니
    친구에게 쓰는 편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친구 같은 특정 관계의 대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나 자신과 ‘너’라는 불특정 타자와의 관계에 대한 작품도 볼 수 있다. 작품 ‘관계 없음’과 ‘나와 너’, ‘생각의 차이’ 등에서는 각각 나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잘못들을 경계하고 있다. 계산적이고 배려하지 않는 모습, 혹은 타인에게는 엄격하나 자신에게는 관대한 모습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해준다.

    (왼쪽부터) 다람쥐 쳇바퀴 돌듯 / 생각의 차이 / 휴식
    (위) 지란지교를 꿈꾸며 (아래) 말의 상처들

    이런 관계에 대한 주제 외에도 주요하게 다뤄지는 주제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나눔이다. 그래픽과 HTML 등의 요소를 통해 다양하게 표현한 작품들은 현대 사회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개념인 나눔에 대해 다시 한번 상기하게 한다. 이 외에도 휴식과 기억 등을 주제로 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관계 없음
    (좌) 봄  (우) 두바퀴로 가는 자동차

    전시 작품 하나하나가 제각기 다른 주제를 담고 있는 것 같지만, 다시 한번 잘 살펴보면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알아챌 수 있다. 인간을 인간적이게 만드는 어떤 요소, 하지만 자칫 쉽게 잊고 살 수 있는 그런 요소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시 주제인 ‘글씨로 마음을 열다’는 바로 그런 잊혀가는 것들에 대해 마음을 열자는 의미가 아닐까.

    전시정보
    <타이포드로잉 36.5>展 – 글씨로 마음을 열다

    기간 : 2012년 12월 1일(토)-7일(금)
    장소 : 갤러리 뚱(찾아오는 길)
    오프닝 : 2012년 12월 1일(토) 오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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