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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팝 아티스트 윤기원

    “원색을 좋아해요. 체크 무늬 옷도 별로 안 좋아하고, 비빔밥처럼 섞인 음식도 싫어하죠.”


    인터뷰. 황소영

    발행일. 2013년 03월 29일

    팝 아티스트 윤기원

    톡톡 튀는 컬러에 첫 시선을, 나를 바라보는 다정함에 두 번째 시선을 빼앗긴다. 뚜렷한 선과 과감한 색감을 사용해 인물의 개성을 도드라지게 표현하는 팝 아티스트 윤기원. 그림은 '인연'이며 '소통'이라는 작가의 말에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그가 좋아한다던 원색처럼 한없이 순수하고 단순 명쾌한 작업들. 그 쨍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팝 아트 장르를 그리잖아요, 이런 그림 스타일은 언제 시작했나요?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자유 작업이 들어가요. 그때부터 얼굴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그 위주로 그렸고, 지금의 그림 스타일은 4학년 때 어느 정도 만들어진 것이죠. 사실 팝 아트인지 잘 모르고 그렸어요. 당시 전 앤디 워홀이나 로이 리히텐슈타인을 몰랐거든요. 선생님은 저더러 그런 그림을 그리면서 왜 모르느냐고 채근했지만, 저는 그림을 그린다고 그림책을 자주 봐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냥 제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렸어요. 농구 선수 마이클 조단과 여자 친구를요. 사람들은 제 그림에 대해 의아해했고 학교에선 별로 인정을 못 받았지만, 그래도 계속한 거죠.

    지금은 친구들을 많이 그리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여자친구를 그리다가 헤어지고 나니 그릴 게 없더라고요. 그런데 친구는 헤어짐과 상관이 없잖아요. 두 번째 개인전부터 처음 주변 친구들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친구들을 작품으로 표현하기까지 주로 캐치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거라고 딱 정해진 건 없어요. 친구마다 특징이 있잖아요. ‘얘는 좀 이렇다, 쟤는 또 이렇다.’ 친구를 그렸던 이유는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더 잘할 수 있었던 거고요. 친구들과의 히스토리를 만들어간다는 생각. 닮았네, 안 닮았네, 의견이 분분할 때도 있지만, 이 작업은 제 인연에 대한 표현이니까. 그런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노수정
    ▶ [좌] 유의정  [우] 박종화
    ▶ [좌] 정유정  [우] 이주희

    작업 과정이 궁금해요.

    우선 대상이 된 친구를 만나서 제가 직접 사진을 찍거나 친구들의 사진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놓아요. 한때 친구들의 셀카에 매력을 느껴서 그림으로 그린 적이 있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 있잖아요. 괜찮은 사진을 포착하고 나면 작업이 시작되는데, 저는 다른 사람보다 좀 빨리 그리는 편이거든요. 기본적인 밑 작업하고, 주로 원색을 쓰니까 한 번에 표현될 수 있도록 여러 번 칠하고 말리는 동안은 다른 일도 해요. 왔다 갔다. 계속 앉아서 작업하는 스타일은 아니지요.

    작업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일은?

    그림을 다 그리고 사인을 하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껴요. 평소 습관이 그림을 완성하고 뒤로 돌아서서 한참을 걸어가거든요. 그림과 멀어질 때까지 걸어가면서 생각처럼 잘 나왔을까…. 딱 돌아섰을 때 그 첫 느낌이 중요한데요, 괜찮다면 사인을 하고 안 괜찮다고 하면 어딘가 찾아서 보완하죠. 그때가 저에게는 참 즐거운 시간이죠. 사인하고 바로 사진 찍어서 친구들에게 전해주고. 그리곤 기분 좋게 던져 놓을 수 있어요.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게 말이죠.

    컬러가 굉장히 강렬하고 독특해요. 컬러에 대해 어떤 생각이 있나요?

    성격상 원색을 좋아하는데요, 옷을 입을 때도 체크는 별로 안 좋아하고 음식도 비빔밥처럼 섞인 것은 싫어하죠. 색을 쓸 때는 되도록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려고 해요. 바탕색이 얼굴색이 될 수도 있고 머리카락색이 바탕색이 될 수도 있어요. 색이라는 것을 그렇게 생각해요. 보면 고정된 색들이 참 많잖아요. 하늘을 하늘색이라고 한다면 아침 하늘색이 다르고, 우울할 때 하늘색이 달라요. 저는 색을 기분으로 보는 경향이 있죠. 그건 친구의 사진을 찍을 찰나에도 나오는데요, 그때 친구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또 그 사진을 본 제 기분은 어땠는지 색에 반영돼요. 색을 친구에게 맞게 쓰는 거죠. 그러다 보니 즐거울 땐 색이 밝아지고 우울할 땐 색이 다운되고. 이런 거예요.

    ▶ 버스 안 미술관

    버스에서 전시하셨던 것이 참 인상적이에요.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안단테라는 이름으로 전시 기획하시는 분이 있어요. 그분이 동아운수라는 버스 회사 대표를 알고 있었는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버스에서 전시를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대요. 그 대표가 예술에 관심이 많고 본인도 사진을 전공한 지라 그쪽으로는 상당히 깨어있던 분이셨죠. 제 그림을 보시고 흔쾌히 조인하자고 하셨고 시내버스 202대에 전시를 하게 됐었네요. 한 버스에는 전체에 그림을 전시했고, 나머지 버스들에는 한 작품씩 걸었어요. 그림에 붙은 QR 코드를 찍으면 모바일 앱(바로 가기)으로 넘어가 다른 버스의 작품들도 보게 했지요. 특히 더 좋았던 것은 그 모바일 앱이 웹어워드 코리아 2012 대상을 탔던 일인데요, 제가 만들지는 않았지만, 제 페이지니까 그 기분은 정말 특별하더라고요.

    버스를 탔던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기존에 제 그림을 몰랐던 사람들이 방명록에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항상 피곤한 몸과 마음으로 출퇴근 길에 올랐는데, 제 그림을 보고 산뜻한 기분이 들었다고요. 매일 같은 버스를 타는데 오늘은 어떤 그림을 볼 수 있을까 궁금했다고 했어요. 사진을 직접 찍어서 보내 주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대중하고 아주 밀접하게 얘기를 나누는 기분이랄까. 그 전시가 다른 전시로까지 이어지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참, 뜻 깊은 전시였어요. 참, 저는 서울에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 번도 타본 적은 없네요. 그 한 가지가 아쉬웠어요.

    ▶ 노림 스튜디오

    작업실인 노림 스튜디오가 강원도 원주에 있지요? 그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노림 스튜디오는 초등학교 폐교를 고친 공동 작업 공간이에요. 현재 아홉 명의 아티스트가 정착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마을에서 관광농원으로 빌렸는데, 작가들이 하나씩 하나씩 들어오다 보니 지금의 모습이 된 거죠. 저도 강지만이라는 친구 작가의 소개로 오게 되었고요, 여기에 온 지는 6년이 되었네요.

    참 재미있을 것 같아요. 실제론 어떤가요?

    일단 여러 명이 같이 있으니 덜 심심해요. 서로의 작업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요. 실제로는 생활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많네요.(웃음) 개인 작업실도 있지만, 공동의 공간도 많으니까요. 밥도 함께 먹고 샤워장도 공동이고, 가끔 운동장에서 캠핑도 하고. 일반적인 레지던스와 다르게 정으로 뭉쳐있는 거지요. 주변에서 냉난방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것도 문제없어요. 여름에는 에어컨 틀고 겨울엔 연탄난로 피우니까요. 강원도라서 밖에 나가면 춥지만, 실내에서 생활하는 것엔 문제가 없어요. 전시 때문에 가끔 서울에 오는 일도 즐겁고요.

    요즘엔 어떤 고민을 하나요?

    변화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커요. 지금 그림 스타일을 10년 동안 그린 셈이거든요. 물론 중간중간 조금씩 변화를 꾀하기도 했지만, 얼굴을 계속 그리고 있으니 사람들은 변화를 잘 못 느껴요. 확실한 변화를 꾀하려면 이걸 확 깨야 하잖아요. 얼굴을 버리고 딴 걸 그려야 하나…. 요즘 한참 그런 과도기를 겪고 있는 것 같아요. 이 과정을 극복한다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겠지요.

    지금 원주에서 열리고 있는 <사람(People)>이라는 전시에는 그런 고민이 반영된 것 같아요.

    기존의 그림에서는 제가 좋아하고 잘 알고 있는 친구들을 그렸다면, 이번에는 확장의 범위를 바꾸어서 제가 모르는 사람. 그러니까 갤러리 대표의 가족을 그렸어요. 그러고 나서 친해진 거죠. 그림을 통해서 또 다른 인연을 만들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된 거예요. 예전에는 그림을 주문하면 사양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주문을 받아서 그리고, 그렇게 그린 그림을 전시에 환원하는 거죠. 그림의 대상이 되는 사람도 더 특별한 느낌이 들 거예요. 혼자만 보려고 주문한 것은 아닐 테니까요. 주문한 사람도 저도, 그 그림을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도 모두 즐거운 일이지요. 앞으로도 이런 식의 피플 시리즈를 하고 싶어요. 의사들만 모아놓고 하는 닥터 전 같은 것. 이런 게 요즘 변화의 시점에 이루어진 일들이지요.

    ▶ LSD+윤기원

    아티스트로서 최종 목표가 있다면?

    계속 그림을 그리는 거겠죠. 그래야 제가 아티스트로서 남는 거잖아요. 중간에 끝나면 아티스트로서도 끝나는 거니까. 전업 작가이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분도 생각 안 할 수 없지만, 버티다 보면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도 잘 지내왔으니까요. 좋은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다면 그 그림을 보고 생기는 어떤 파급 효과가 있잖아요. 어떤 사람은 저와 같은 희열을 느낄 수도 있고, 반면 첫눈에 보고 느끼고 즐기는 사람도 있겠죠. 잠시나마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저 자신이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겠죠.

    올해 계획을 알려 주세요.

    지금 두 개의 전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요. 하나는 서울 삼성동 슈페리어 갤러리에서 이라는 그룹전인데요, 인물 위주의 작업을 하는 작가들 6명이 함께 하는 전시예요. 지난 3월 18부터 시작했고 4월 13일까지 열려요. 또 하나는 아까 말씀드렸던 <사람(People)>이라는 전시예요. 강원도 원주에 있는 505 갤러리에서 6월 20까지 열리죠. 그리고 7월에는 서울에서 개인전이 계획되어 있네요. 조금 쉬고 나면 곧 작업을 시작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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