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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여름! 〈빙고-쿠바 냉장고로 시작된 일상&미술이야기〉 전

    1950년대 쿠바에 들어온 미국산 냉장고는 전력 소모가 많다는 이유로 카스트로 집권 이후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냉장고로 교체되었다.


    글. TS 편집팀

    발행일. 2013년 07월 30일

    이 여름! 〈빙고-쿠바 냉장고로 시작된 일상&미술이야기〉 전

    너무 강렬해서 아예 딴 세상 같은 쿠바의 햇빛. 타인의 눈엔 이토록 이국적으로 비치지만, 쿠바 사람들에게 햇빛은 무더위와 연결되는 생활 그 자체이다. 뜨거운 일상에서 나름대로 시원함을 느낄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냉장고만큼 특별하고 기특한 게 또 있을까. <빙고(氷庫)-쿠바 냉장고로 시작된 일상&미술이야기> 전은 쿠바라는 머나먼 나라에서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냉장고가 화두가 되어 시작된 전시이다.

    1950년대 쿠바에 들어온 미국산 냉장고는 전력 소모가 많다는 이유로 카스트로 집권 이후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냉장고로 교체되었다. 부모 세대부터 사용하여 온 가족의 역사와 사연을 함께한 가족 같은 냉장고의 몰살 앞에서 작가들은 자신들의 삶과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낸 것. 이는 쿠바 작가 55명에 의해 50점이 제작되었고 이번 전시에 10점이 출품되었다. 냉장고를 홍보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뭔가 기발함으로 무장하려는 의도가 아닌 자신들의 삶과 가족처럼 함께해온 냉장고에 대한 애정과 의미가 담긴 작품들이다.

    <빙고(氷庫)-쿠바 냉장고로 시작된 일상&미술이야기> 전은 쿠바의 냉장고라는 아이템을 통해 우리를 돌아볼 수는 없을까? 우리에게 쿠바의 냉장고처럼 의미 있는 물건에는 무엇이 있을까? 라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속에, 소소하지만 분명한 이야기를 담고 관람객에게 말 거는 생활 속 이야기를 보여주는 전시이다.

    총 4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는데, 섹션 1에서는 디자인 평론가 최범이 ‘한국 제품의 삶과 죽음’에 대해 화두를 열고 냉장고를 물려주는 쿠바와 달리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는 새로운 가전제품으로 바뀌는 우리 생활가전의 삶의 주기를 보여준다. 스마트폰이 대세인 요즘 안 쓰고 버려진 2G폰은 패잔병처럼 널려 있고, 아무리 재활용이 된다지만 수없이 쏟아져 쌓여있는 플라스틱, 알루미늄 통들은 숨 막히고 답답한 현실. 홍의택, 육호준 작가는 평생 살아가면서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숫자를 조사하고 디자인으로 풀어나갔다. 평생 평균적으로 마시는 맥주가 50,180,000cc라든지, 4,239개의 두루마리 휴지를 사용하는 등 일생과 제품의 흐름을 인포그래픽과 설치 작품을 통해 재미있게 선사한다.

    [좌] 육호준 <한 사람이 만드는 일생의 숫자> 벽면 실사 출력 및 오브제, 500 x300츠, 2013
       [우] 홍의택 <2013 COMPORT>, Still wire, Consumer goods, 85x70x70cm, 2013

    섹션 2에서는 홍익대 교수 김미진이 ‘흐르는 일상’에 대해 화두를 열고 매 순간 소비와 욕망의 주체로 살아가는 오늘의 삶을 비판과 성찰의 시각으로 표현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김은숙, 서지형, 송민철, 양진우, 이윤진, 정혜경, 홍기원, 홍순명 작가가 참여하여 우리의 소비 생활을 미술로 표현하였는데, 소비의 질량을 측정하는 저울, 영수증으로 만든 옷, 생활의 파편으로 만들어진 샹들리에 등이 그것이다. 양진우의 <장식된 기능>은 컴컴한 방 안, 발판 하나에 조명이 비쳐 있고, 그걸 밟고 올라서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그걸 밟고 올라서는 순간 방 안에 온갖 화려한 조명이 켜지고 소음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조명과 장식들로 가득 찼지만, 별 쓸모 없어 보이는 장치들로 하여금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김은숙 <Endless III>, 400개 이상의 전시 포스터, 나무, 혼합 재료, 가변 설치, 2010~2013
    [좌] 양진우 <장식된 기능>, Decorative acquirement, 혼합 매체, 350×600×244 cm, 2011
       [우] 정혜경 <Second skin 실루엣>, 스테인리스 스틸, 영수증, FRP, 120×100×180 cm, 2011
    홍기원 <무제, Untitled> 혼합 매체, 가변 설치, 2012

    섹션 3에서는 문화역서울284 전시 감독 김노암이 ‘쿠바를 상상하다’에 대해 화두를 연다. 이 섹션은 쿠바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국내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어 로맨틱하고 열정적인 쿠바를 느낄 수 있다. 체게바라의 행적을 찾아 떠나는 여행객의 시각으로 본 사진(사진 및 설치작품의 제목과 설명이 손 글씨로 쓰여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쿠바 해변의 나른한 일상, 시원한 아이스크림의 녹는 장면을 보여주는 모호함의 방. 마치 시가 향이 느껴지는 이 방에서 이 전시가 쿠바의 냉장고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강제욱, 백설, 조문기, 최욱, 최정주 작가가 참여했다.

    [좌] 강제욱 <체의 마지막 혁명-볼리비아 산타크루스 순례기> 중, 2013   [우] 손 글씨로 쓴 제목과 작품 설명
    조문기 <해변의 일상>, 캔버스에 유화, 97ⅹ193.9cm, 2009

    섹션 4에서는 갤러리 베아르떼 관장 김세희가 ‘냉장고 in Cuba’에 대해 화두를 열고 쿠바 작가들의 냉장고 작품을 전시한다. 전시장 입구와 포스터에서 볼 수 있는 대표 작품 알렉시스 레이바(Alexis Leyva)의 는 나무로 만들어진 노를 냉장고에 붙인 작품. 노는 쿠바 혁명 당시 배를 타고 노를 저어 꿈을 찾아 미국으로 들어간 쿠바인들의 대규모 이동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 밖에도 자동차 모양 냉장고, 커다란 맥주 캔 모양 냉장고, 각종 냄비와 그릇이 붙어 있는 냉장고, 큐피드의 화살이 관통한 냉장고 등을 통해 쿠바인들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게 구성된 사랑스러운 공간이다.

    [좌] Alexis Leyva(Kcho) <Objeto sonado> Metal, wood, Measurements variables, 2005~2006
       [우] Flora Fong <Pez-cayo>, Metal, rods, nylon of fish and hook, 151×76×80cm, 2005~2006
    [좌] Luis E. Camejo <Fast food>, Metal, gum, mirrors, sealed units, 169×152×157cm, 2005~2006
       [우] Rafael Perez Alonso <Medio Ileno no es igual a medio vacio> Metal, 154×130×104cm, 2005~2006

    ‘인생은 길고 제품은 짧다.’를 주제로 벌이는 <빙고(氷庫)-쿠바 냉장고로 시작된 일상&미술이야기> 전. 현대미술의 난해함을 쉽고 재미있는 주제로 접근한 이번 전시로 많은 사람이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력에 자극받고 일상이 주는 또 다른 영감을 자신만의 생각으로 키워 나가기를…. 사실 이도 저도 필요 없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전시 공간에서 가지각색의 냉장고를 본다는 사실만으로 피서가 따로 없을 테니.

    전시 정보

    <빙고(氷庫)-쿠바 냉장고로 시작된 일상&미술이야기>

    기간: 2013년 6월 15일(토) ~ 2013년 9월 1일(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전시관 1층

    관람 요금: 성인, 청소년 6,000원, 어린이 4,000원

    문의: 세종문화회관 교육전시팀 02-399-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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