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상상에만 머무르지 말고, 용기를 가지고 벽을 허물면 그곳에 우리의 인생이 있다.”
–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중
이 작품을 관람한 관객이라면 아마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싶은 대사다. 상상이 현실이 된 삶이란, ‘용기 있게 벽을 허물어야 나오는 어떤 것’이라는 제언이기도 하다. 현실이 3차원의 세계라면, 상상은 4차원 이상의 현격한 신세계일 것이다. 상상이 현실이 된다, 라는 건 말하자면 자기 삶의 차원 이동, 항성 간 여행에 버금가는 대단히 혁명적인 무언가임에 틀림없습니다. 영화 속 대사처럼, 두 차원 사이엔 벽이 가로놓여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 차원을 넘어서지 못 한 보통의 존재들은 벽을 깨부수는 터닝포인트를 꿈꾼다. 누군가는 그걸 실현하고, 또 누군가는 계속 3차원에 머물며 나름대로의 행복을 구성해 살아갈 것이다. 양쪽 모두 소중한 삶이겠지만, 역시 ‘재미’랄까 ‘모험’ 같은 요소가 풍성한 쪽은 아무래도 4차원이나 5차원이 아닐는지.
상상은 현실이 된다. 5월 7일(토)부터 17일(화)까지 열흘간 윤디자인갤러리(마포구 서교동)에서 열리는 전시 제목이다. 회화 그리는 김명곤 작가의 개인전이다. 윤디자인그룹의 작가 지원 프로젝트인 아티스트 릴레이 전시의 아홉 번째 순서이기도 하다. 이번 제9회 전시의 주인공인 김명곤 작가는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테마를 내걸고 여러분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는 지난해 〈꿈을 싣고 오는 자동차〉라는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상상’이라든지 ‘꿈’처럼 왠지 두근대는 단어들을 선호하는 작가인지도 모르겠다.
상상과 현실, 어느 쪽도 소홀히 하지 않을 때 상상은 현실이 된다
김명곤 작가의 작품을 누군가에게 눈에 보이는 그대로 설명해준다면, 아마 두 개의 단어가 필요할 듯하다. ‘자동차’와 ‘꽃’. 꽃다발을 실은 자동차의 이미지는 그가 오랜 고민 끝에 완성한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이다. 화가로서 무엇을 그려야 할지 막막했던 시기, 그는 우연히 자동차 위에 올려놓은 화분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해외 여러 작가들의 작품, 그리고 갤러리들을 조사하며 점차 확신이 생겼다. 자동차와 꽃은 각각의 사물로서는 꽤나 일상적이며 보편적인 소재인데, 둘을 한 화폭에 담는 경향은 없었기 때문이다.
“작업은 즐거운 상상에서 시작된다. 여러 풍경을 하나로 만들고,그곳의 길 위에 자동차나 다른 무생물을 얹은 뒤, 그것들의 위에 생명을 상징하는 꽃과 풀 등을 올려놓는다. 그러고는 단조로운 회색 거리에 색을 넣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나 자신은 ‘상상은 현실이 된다’고 표현한다. 현실의거리와 풍경을 상상 속의 어떤 이미지로 낯설게 해보는 것. 그것은 내면의 세계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꽃과 자동차에 대한 구상은 퍽 감성적이지만, 표현 기법은 철저히 이성적인 듯 보인다.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듯, 그의 작품은 “수학적 계산을 통해 정확한 색상과 구도를 찾아내고 점묘화법으로 완성”하는 단계를 거친다.(이데일리, 2015년 7월 24일자 기사, http://goo.gl/kWL8up)
특히 그는 유명한 조르주 쇠라(Georges Pierre Seurat)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절제된 감정과 색채, 단순하면서도 담백한 화면이 은근한 충격으로 뇌리에 박혔다는 것. 쇠라가 사십대 후반의 나이에 완성한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는 김명곤 작가에게 “마술과도 같은 이미지”이자 “운명적 만남”이었다.
“정제된 색점과 단순한 색상들의 조우는 어떤 회화의 기법보다도 더 정결하고 강한 느낌을 주었다. 또한 단조롭고 이성적인 조용한 화면은 내적인 큰 변화를 만들었으며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가득했다.”
쇠라로 인한 영감은 김명곤 작가의 작업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그는 흩어지고 뭉개진 화면의 색들보다는 정결하고 경계가 선명한 평면 조각 회화를 선택하고, 많은 색면들을 모아 이미지와 깊이를 구현해내고자 노력했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감성을 유지하고 지속해나가기 위해 확고한 이성의 표현을 지향하는지도 모르겠다. 무라카미 하루키 식으로 말하면, 이성의 엔진으로 자신의 감성이라는 고유한 비히클(vehicle)을 움직여나가는 셈이랄까. 상상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어쩌면 당연한 결론일지 모르겠지만, 상상과 현실의 감각 중 어느 쪽도 소홀히 하면 안 되는 법이니 말이다. 그래도 역시, 개인의 현실을 지탱해주는 건 상상(꿈)의 기반일 테니, 굳이 비율을 따진다면 6 대 4 정도로 상상과 현실의 감각을 맞춰보는 건 어떨는지. 어쩌면 그런 감각의 조화를 이번 김명곤 작가의 전시에서 이뤄볼 수도 있을지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초상에 꿈은 존재하는가, 라는 물음을 갖고 있다. 막연한 바람이 꿈이 되고, 그 꿈을 이루려 노력하며, 그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꿈이 없는 현실은 죽은 사회의 모습처럼 무기력하고 비관적이며 삭막하다. 어느덧 시대는 꿈조차도 현실과 타협하도록, 꿈꾸는 이들은 시대에 뒤처지는 몽상가들인 것처럼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 희망의 끈은 꿈과 연결되어있다. 날마다 ‘오늘’이라는 하루를 시작하는 모든 분들께 행복을 드리고 싶어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 김명곤, ‘작가의 말’ 중
전시 정보
8FEAT ARTIST – 회화 작가 김명곤 개인전 〈상상은 현실이 된다〉
∙ 기간: 2016년 5월 7일(토)~17일(화)
∙ 장소: 윤디자인 갤러리(찾아오는 길)
∙ 주최/주관: 윤디자인그룹
∙ 관람 시간: 평일 10:00~18:00 / 공휴일∙주말 11:00~17:00
∙ 관람 요금: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