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 그리는 젊은 작가 신재호의 첫 개인전 〈불안한 놀이(An Uneasy Play)〉가 윤디자인 갤러리에서 열린다. 5월 20일(금)부터 27일(금)까지, 일주일간의 이번 전시는 윤디자인그룹의 아티스트 발굴•지원 프로젝트 릴레이 전시 열 번째 순서다. 큰 교통사고를 겪은 뒤부터 현대인들의 불안 심리에 천착해왔다는 작가는 전시명에도 ‘불안’이라는 열쇳말을 넣었다. 작가 노트에는 “나약한 나라는 존재는 내 과거의 지우고 싶은 기억을 감당하며 살아간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내 모습과 그걸 숨기려하는 또 다른 내 모습”, “우린 지금도 늘 집밖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각자의 트라우마를 지닌다” 같은 ‘불안한’ 문장들이 적혀 있다.
그때는 네가 참을 수 없는 가해자였는데
– 조용미 시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중
지금은 내가 너의 참을 수 없는 가해자
그렇게 소중한 인연이 어긋났네
〈불안한 놀이〉의 정서를 체감하는 데 어쩌면 위 시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신재호 작가는 “초반 작업이 당하는 입장에서 보는 시각이라면, 현재 작업은 가해자 시각에서 바라본 입장”이라고 자신의 작품을 설명한다. ‘불안한 놀이’라는 전시 제목은 타인을 가해할 때, 즉 타인을 불안하게 만들 때 가해자의 입장에선 그것이 ‘놀이’처럼 여겨질 수 있으며,또한 그 놀이의 주체는 타인을 불안하게 하는 동안 필연적으로 스스로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는작가의 관점인지도.
전시작들에는 공통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표정이 미묘한 치와와이다. 나약한 인간상을 대표하는 캐릭터라고. 지하철 객실, 에스컬레이터, 방송실, 갤러리 같은 공공장소부터 화장실이나 다리 밑처럼 사적이고 고독한 공간까지, 치와와는 혼자 또는 여럿이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팬티에 티셔츠 한 장만 걸치고 직립한 모습은 애완견마냥 잘 길들여진 사람, 혹은 말 그대로 ‘개 같은’ 사람으로 보인다.(티셔츠에 적힌 ‘Jebs’는 신재호 작가의 닉네임.) 귀에 이어폰은 꽂았는데 잭은 지하철 객실이나 에스컬레이터의 콘텐트에 연결되어 있고, 혹은 공중에 떠 있다. 이어폰은 음악을 듣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귀를 막아버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걸까. 치와와의 모습에 대해 미술평론가 김보라는 “아이도, 성인도 아닌 어중간한 과정”이자“소통 불능 상태에 놓여 있는 단절된 개체”라고규정하며 “이러한 이미지를 통해 작가는 과연 어른은 성숙한 존재인지 묻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신재호 작가는 누군가에게 작품을 보여준다는 것이 마치 “옷을 다 벗고 길거리에 서 있는 기분”이라고 고백한다. 더군다나 〈불안한 놀이〉는 자신의 첫 번째 개인전이기에, 시각적 표현과 주제의식 측면에서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 고민의 총합은 과연 관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넬지, 직접 전시장에서 확인해보는 건 어떨는지.
전시 정보
ARTIST – 동양화 작가 신재호 개인전 <불안한 놀이>
∙ 기간: 2016년 5월 20일(금)~27일(금)
∙ 장소: 윤디자인 갤러리 ▶ 찾아 오시는 길(http://yoon-talk.tistory.com/2)
∙ 주최/주관: 윤디자인그룹
∙ 관람 시간: 평일 10:00~18:00 / 공휴일∙주말 11:00~17:00
∙ 관람 요금: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