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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서점 ‘땡스북스’ 주인 이기섭

    “저는 제가 뭘 좋아하는지를 분명히 알아요. 그게 즐거워요.”


    인터뷰. 임재훈 / 사진. 이희진

    발행일. 2012년 03월 05일

    동네서점 ‘땡스북스’ 주인 이기섭

    ‘참 잘 웃는다.’ 그래픽 디자이너 이기섭에 대한 첫인상이다. 물론 누구나 웃는다. 하지만 그 웃음이 유행가 가사처럼 ‘웃는 게 웃는 게 아닐’ 때가 얼마나 많던가. 그럼에도 우리는 웃는다. 웃고 싶지 않아도, 웃어야 할 때가 있다. 왠지 좀 슬프다. 한데 이기섭의 웃음은 진짜 웃음이다. 웃는 게 웃는 게 맞다.
    
    “대학 졸업하고 나서는 월요병 없이 살았어요.”,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정말 신나요.”, … 이기섭은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대단한 내공이다. 그리고, 이 내공의 비밀은 그리 특별하지도 않다. 그는 “마음가짐의 문제”라고 말한다. 마음가짐이라···.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쉽게 실천할 수 없는 그것. 이기섭은 그것을 매 순간 행하며 산다. 그의 작품과 삶 모두가 그의 마음이다. 그는 마음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이니까.

    웃을 일이 많은 사람은 행복합니다. 웃음은 웃음을 낳고 꼬리를 물고 번져 갑니다. 점점 더 웃을 일이 늘어만 가지요. 웃음은 여유 있고 너그러운 마음에서 생겨납니다. 피해의식 속에서는 생겨날 수 없으며,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마음가짐으로부터 솟아나는 것이죠.

    기획전 〈HAPPY〉(2004) ‘전시의 글’ 중

    아직도 그렇게 웃을 일이 많나요?

    물론. 저는 제가 뭘 좋아하는지를 분명히 알아요. 그게 즐거워요.

    도통 무슨 말인지···

    내가 뭘 할 때, 어디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해지는지를 안다는 뜻이죠.

    그래도 모르겠어요.

    직장 생활을 예로 들어봅시다. 삶의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고 있는데, 그 시간을 즐겁게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회사에 얽매어 있다고 생각하죠. 그러다 보니 삶에 대해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게 돼요. 하지만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를 정확히 알면 그럴 일이 없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변하게 되니까요. 그렇게 되면 어떤 경험이라도 내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걸 깨달을 수 있죠. 그 과정 속에서 자연히 즐거워지고, 웃을 일도 많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본인은 뭘 좋아하시는지?

    소유가 아닌 향유를 좋아해요. 자기가 원하는 최상의 공간을 소유하고, 그곳에서 작업을 하면 아마도 능률은 최고가 되겠죠. 하지만 그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드는 노력과 비용을 늘 고민할 수밖에 없어요. 그보다는 이런 건 어떨까요? 100% 내 맘에 쏙 드는 공간을 갖는 대신, 여기 저기 자신이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을 점찍어두었다가 자유롭게 그곳에 가서 작업을 하는 거예요. 저는 이 방법이 더 좋더군요. 비 오는 날엔 책 한 권 들고 찾아갈 카페가 있어요. 그리고 화창한 날엔 옥상 테라스가 좋은 곳에서 작업을 하죠. 그냥 내 것이 아닌 채로도 즐길 수 있는 거. 그런 향유가 좋아요.

    음, 굳이 소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인생의 책 한 권쯤은 있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서점까지 운영하고 있으니까.(이기섭은 홍대 앞 동네서점 ‘땡스북스’ 대표이다.)

    인생의 책이라고 딱 규정 지을 만한 작품은 지금 고르기가 어렵네요. 책이라는 게 읽는 시기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느낌도 다른 거잖아요. 지금은 딱히 한 권을 고르기가 어려워요. 다만, 이 책은 언급을 하고 싶네요. 『오래된 미래』(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저)라는 작품이에요. 대학 졸업하고 읽었죠. 당시 제 사회전반적인 사고의 폭을 넓혀준 책이에요. 저자가 10년 넘게 티벳의 라다크 지방에 살면서 보고 들은 걸 기록한 내용이죠. 자기가 머물던 마을이 산업화로 인해 붕괴되어가는 모습을 생생히 글로 옮긴 거예요. 저도 산업화세대이다 보니 와 닿는 게 많더군요.

    “예전 제 작품들은 대다수 디자이너들과 마찬가지로, 세련되고 조형적인 요소를 지향한 영문 타이포그래피 중심이었습니다. ‘스마일’을 주제로 하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습니다. IMF 당시 사람들에게 밝은 기분을 주고 싶어서 스마일 이미지를 동양적인 스타일로 적용했는데, 그때 제작했던 포스터를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었습니다.”

    이기섭, 2008년 웹진 『크리슈머』 인터뷰 중

    스마일 이미지로 만든 작품이 바로 ‘마음이’ 캐릭터죠?

    네, 맞아요. 제 작업 테마로 갖고 있는 게 바로 마음이죠.

    마음이라는 테마로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건 뭔가요?

    마음가짐의 문제입니다. 내 마음을 돌아보자는 것이죠. 요즘 다들 바쁘게 살잖아요. 그렇다 보니, 자기 안으로 들어가는 시간이 없어요. TV나 스마트폰처럼 당장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기들이 많아진 탓도 있죠. 삶에 만족을 못 느낄 때 빨리 자각하고, 차분히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데 말이에요. 제 작품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마음을 갖기를 바랍니다. 물론 사람살이가 늘 즐겁고 행복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행복과 기쁨도 자기 의지가 있어야 만들어지는 거예요. 저는 제 작업이 무엇보다도 재미있고, 즐겁고, 자기발전에 도움을 주며 건강한 삶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됐으면 좋겠어요.

    마음 테마 작업 외에, 영문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다시 선보일 계획은 없나요?

    딱히 영문 타이포그래피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지금은 전혀 없어요. 만약 제가 진행하는 작업의 표현 수단으로 영문 타이포그래피가 제일 좋겠다고 생각되면 만들 수도 있겠죠.

    “나의 가장 큰 관심은 시시각각 변하는 내 마음이다. 나는 내 마음에 나타나는 여러 생각들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한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며 생각을 시각화시키는 훈련에 익숙해졌다. 내가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내 작업의 소재가 된다.”

    이기섭, 2004년 『디자인 정글』 인터뷰 중

    일상에서 겪는 경험중에서 특히 좋아하는 건 무엇인가요?

    돌아다니는 걸 제일 좋아하는 것 같군요.

    여행 같은?

    여행도 좋고,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를 좋아해요.

    여행하는 동안 마음가짐에 변화가 생기기도 하죠?

    그렇죠. 10년 전쯤에 혼자 배낭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6개월간 이스라엘부터 시리아, 요르단, 이집트, 터키까지 중동 지방을 주욱 돌았죠. 여행 가기 전, 한국에서 짐을 꾸릴 때 이런 결심을 했어요. ‘가방을 잃어버려도 여행을 계속할 수 있는 상태로 짐을 싸자.’ 그래서 일단 카메라를 뺐어요. 진짜 큰 결정이었죠. 노트랑 책 몇 권, 여벌 옷가지. 그냥 요렇게만 챙기니까 배낭 하나에 쏙 들어가더라고요. 얼마나 가벼웠는지 몰라요. 좋은 풍경을 볼 때마다 카메라 대신 노트랑 펜을 꺼내 그림을 그렸어요. 비록 카메라는 없었어도 여행 사진은 남겼어요. 여행 중 사귄 친구들이 제 사진을 찍어줬거든요. 또 저는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현지에서 구입한 뒤에 배편으로 한국으로 부쳤죠. 이렇게 지내다보니까, 짐이 늘어날 리가 없었죠. 늘 가벼웠어요. 가진 게 없으니까 마음도 편하고. 그때 깨달았죠. ‘아, 몸과 마음이 가벼우니까 이렇게 좋구나.’ 지금 생각해봐도 그때가 제일 호시절이었어요.

    여행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부대낌은 없었나요?

    전혀요. 돌아오니까 또 신나더라고요. 놀다가 일하는 거라 더 신났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살 수 있죠?

    뭘요?

    언제나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거.

    음, 결국은 에너지의 문제이죠.

    에너지?

    신입사원들 중에는 열의에 가득 차서 120% 에너지를 내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은 초반에 확실히 두드러지죠. 활약상이 대단하니까. 하지만 오래 못 가요. 왜? 120%를 냈으니까. 스스로 소진되어버리는 거죠. 그러다 보면 ‘이 직장이 나랑 안 맞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물론 진짜 안 맞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자기가 에너지 관리를 못 한 탓이 크죠. 물이 고이면 썩잖아요. 에너지도 똑같아요. 가진 만큼 썼으면, 다시 새 에너지를 채워줘야 해요. 그러려면, 본인이 어디에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해요.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뭔지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죠.

    “그림책은 매 해 꾸준히 출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스마일로그 폰트를 이용해서 마포도서관이나 연남동 어린이놀이터 등의 삭막한 회색 벽에 표정을 담고 싶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줄 수 있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아서 공공미술 분야로 접근해보고 싶습니다.”

    이기섭, 2008년 웹진 『크리슈머』 인터뷰 중

    2007년도에 『별곰 레모의 좋은 습관 만들기』 시리즈, 『스마일 서커스』 등 어린이 그림책들을 출간했죠. 새 그림책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요?

    처음 그림책을 낸 뒤에 ‘내가 너무 경솔하게 접근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시행착오적인 부분이 있었죠. 더 좋은 방향을 찾기 위해 꾸준히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그림책 출간 계획은 계속 갖고 있는 거죠?

    그럼요. 제 또 다른 작업 테마가 바로 ‘동심’이거든요. 동심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것이기도 해요. 동심을 다시 찾는 순간, 우리는 소소한 일상에서 기쁨을 발견할 수 있어요. 권태와 슬픔과 불행을 주는 나쁜 습관과도 작별할 수 있죠. 나빠진 건강을 되찾듯, 마음 속 동심을 되찾는 작업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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