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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방 길드 고구사’ 운영하는 고하림·구본호

    “우리 너무 진지해지지 말자” 우연을 겹쳐 만들어가는 즐거움! 고하림·구본호의 고구사


    인터뷰. TS 편집팀

    발행일. 2013년 01월 31일

    ‘가방 길드 고구사’ 운영하는 고하림·구본호

    홍익대학교에서 산울림소극장을 조금 지나 건너편, 와우교 밑의 굴다리를 지나면 나오는 작은 사무실이 하나 있다. 바로 '고'하림과 '구'본호가 함께하는 '가방 길드 고구사'. 가방 제작에 판매, 강의까지 한단다. 그런데 이름도 그렇고 길드라는 말도 그렇고, 어딘지 모르게 해학적인 느낌이 난다. 여러 가지 우연이 겹쳐 시작하게 되었다는 그들은 깊게 고민하는 것보다 '구미가 당겨서' 움직였다고 말한다. 적당히 느슨하고 굉장히 자유로운, 우연을 겹쳐 즐거움을 만들어가는 가방 길드 고구사를 만났다.
    ▶ 오른쪽이 ‘고’하림, 왼쪽이 ‘구’본호

    고구사라는 이름이 재미있어요. 어떻게 만들어진 이름인가요?

    본호
    이름 후보가 엄청나게 많았는데, 왠지 한자가 있으면 귀여울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고구사로 정했죠. 그런데 주변에서는 반응이 안 좋은 거예요. 하림이한테는 그래도 우리가 잘되면 멋있어 보일 거라고 설득하긴 했는데, 사실 저도 좀 부끄럽긴 하더라고요. 그래도 지금은 괜찮다는 사람이 많으니까 잘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희망도 생기고 있습니다.

    하림
    본호 형이, 뭐든 잘되면 익숙해진다고….

    본호
    본호&파트너(주: 본호&파트너는 구본호가 고구사를 하기 전에 운영하던 개인 브랜드의 이름)도 처음에 사람들이 브랜드 이름을 물어보면 부끄러워하면서 말해줬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클래식한 이름이라는 이야기도 듣고, 신기하게 사람들이 의미 부여를 해주더라고요.

    가방 길드라는 말은 어떻게 나온 거에요?

    본호
    사람들이 자꾸 오해하는데, 중세 시대의 길드 같은 전통적인 느낌이 아니에요. 그냥 모임을 의미하는 말을 쓰자는 거였죠. 아마 하림이가 게임을 좋아하는 것 때문에 길드라는 말을 썼을 건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하림
    그런데 사실 형이 말하는 것처럼 게임이랑 연관 지어서 지은 건 아니에요. 예전에 저희가 수강생들과 같이 뭔가 해보고 싶다 이런 얘기를 했었거든요. 그런 면에서 보면 같이 무엇을 한다는 점에서 길드라고 해도 되겠다 했죠.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오렌지 캔버스 워싱 토트백, 미군 a-tent recycled 백팩, 워싱 크로스백, 스트라이프 토트백 _ 구본호
    ▶ 닥터백 _ 고하림

    서로 어떻게 알고 지낸 사이인가요?

    본호
    처음에는 작업실 주인과 세입자의 관계였어요. 원래는 혼자서 작업실을 쓰고 있었는데, 거기서 쫓겨나게 됐죠. 비슷한 시기에 옆 건물에서 쫓겨난 ‘UNION’이라는 웹진 사람들이 ‘상도동에 고하림이라는 친구가 넓은 작업실을 가지고 있으니 먼저 가 있겠다.’고 해서 나중에 합류하게 된 거예요. 그런데 예전부터 가방 관련 강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제가 재봉만 해서 손바느질에 대한 지식이 없었어요. 반대로 하림이는 손바느질을 하는데 재봉은 몰랐죠. 그래서 우리가 같이 하면 수강생들에게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마침 제가 본호&파트너를 그만두면서 같이 하게 된 거죠.

    상도동으로 옮긴 건 언제예요?

    본호
    작년 3월요.

    그러면 고구사 이야기가 나온 건 언제쯤이에요?

    하림
    작년 여름쯤에 형이 한번 강의에 대해 얘기를 했었어요. 그런데 형 단골 거래처에서 동업은 아니라고 해서(웃음).

    본호
    정색하면서 계속 ‘에이 동업은 안돼. 다시 생각해봐.’ 그러니까 저는 또 아니구나 했죠. 그 이후에 하림이가 사무실을 옮기는데 거기 공간이 좀 좁다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이사하는 날에 제가 도와주러 와서 보니까 생각보다 큰 거예요. 그거 보고 제가 ‘야 강의하자!’ 그랬죠(웃음).

    하림
    그때 형도 작업실을 옮겨야 하는데 아직 작업실을 못 구한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이삿짐 옮기면서 제가 같이 쓰자고 했는데 여기 오자마자 진짜 와도 되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웃음). 그러다 보니까 강의 얘기가 다시 나와서 하게 된 건데 어떻게 보면 그냥 우연히 시기가 잘 맞은 것 같아요.

    본호
    그리고 제가 예전부터 치밀하게 계획을 짜서 하는 일은 잘 안되더라고요. 그냥 우연히 주변에서 상황에 따라 한번 해볼까 하면 잘 되고. 혼자 진지하게 생각하면 생각이 너무 깊어지다 보니까 더 식상한 쪽으로 많이 가는 것도 있고요. 반면에 편하게 하면 더 재미있는 생각이 많이 떠오르는데, 지금 고구사나 길드, 본호&파트너도 그랬죠.

    하림
    그래서 그런지 형이 항상 ‘우리 너무 진지해지지 말자’고 하더라고요.

    본호
    너무 진지하게 살면 안 되겠더라고. 본호&파트너 이름도 납품 전날 급하게 지은 건데 그때도 반응이 좋았으니까 고구사도 그렇게 되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

    ▶ 포트폴리오백 _ 구본호
    ▶ [왼쪽부터] 브라운 카프 클러치백, 블루 브리프백, 토트백
     _ 고하림

    가죽공예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에요?

    하림
    원래는 산업디자인 전공에 공예 부전공을 했는데, 학교에서 배운 것은 가죽공예랑 상관이 없었죠. 취업보다는 저 혼자 생산부터 판매까지 해보고 싶었는데, 그 전에 재료부터 공부하려고 했죠. 그중에서 가죽부터 배웠어요. 배우다 보니까 가죽으로 뭔가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죠. 원래는 이런저런 재료를 다 배우고 새로운 재료를 찾아서 해볼까 했는데, 기본에 충실한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져서 그때부터 쭉 가죽을 하게 됐어요.

    그러면 본호씨는 가방을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본호
    원래는 옷을 만들려고 했어요. 그래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친구 졸업 전시 관련해서 가방을 만들게 됐죠. 그런데 만들어보니깐 가방이 저한테 조금 쉬운 거예요. 곡선도 별로 없고(웃음), 그리고 제가 얇은 원단보다 두꺼운 원단을 작업할 때 쾌감 같은 것이 있어요. 게다가 저는 손이 거칠어서 옷에 쓰이는 얇은 원단을 잘 못 다루고. 그런데 그렇게 시작하고 보니까 가방 브랜드가 별로 없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의상학과나 디자인학과 졸업생 중 십중팔구는 옷 브랜드를 만들지 가방 브랜드를 만들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이게 어떻게 보면 일종의 블루오션이었죠.

    ▶ 작업실 일러스트 _ 권성주 그림
    ▶ [좌] 작업자를 위한 앞치마  [우] 수강생 모집 전단지 _ 코우너스 제작 – 현재는 길드원 모집에서 수강생 모집으로 바뀌어 있다

    전단지에 과외도 하고 제작도 하고 판매도 한다고 써있던데, 어떻게 운영해나갈 생각이세요?

    본호
    판매가는 최대한 저렴하게,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게끔 하고 싶어요. 우리가 노력한 대가는 받되, 너무 쓸데없이 몇십만 원, 몇백만 원 하는 게 아니고 최대한 저렴하게 판매하면 좋겠다는 거죠. 중요한 건 강의인데, 저희도 수강생들한테 배우는 점이 있을 것이고 뭔가 더 재미있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부분을 떠나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고구사 이름으로 다른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일까 얘기하면서 같이 작업하는 것을 큰 목표로 잡고 있어요. 판매보다는 여러 가지 작업을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한 거예요. 물론 팔리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저희가 만든 고구사라는 공간의 의미에서 많이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이야기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은 게 가장 큰 거죠.

    그러면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본호
    전부터 음악 하는 사람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친해지고 싶달까. 그런데 제가 음악 전문가가 아니니까 그 사람들이랑 음악 얘기를 하면서 친해지기도 어렵잖아요. 그래서 그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을 무언가를 만들 생각을 하다가 악기 가방을 생각했죠. 그런데 그 생각을 했을 때는 너무 정신이 없기도 하고 혼자서 하기도 어려운 일이었어요. 지금은 고하림이 생겼으니까 같이 할 수가 있겠죠.

    하림
    같이 하고 싶은 아티스트는 왜 말 안해요(웃음).

    본호
    있긴 있는데, 궁극적인 목표로 따지면 윤종신 같은 뮤지션과 하면 좋겠다는 건 있어요.

    하림
    저는 나중에 다양한 직군으로 넓혀서 예술적인 분야보다는 경찰관이나, 소방관 같은 분들도 한번 같이 작업 해보고 싶어요. 그런 분들이랑 작업해서 결과물이 나오면 그것도 아티스트랑 하는 것만큼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구사의 야망이 있다면?

    본호
    야망은 어마어마한데…. 일단 수강생을 엄청 잘 가르치는 거예요. 그래서 소문이 마구 퍼지는 거죠. 사람들이 배우려고 줄을 서는데 저희는 너무 많이 가르치지 않는다면서 거절하고(웃음).

    하림
    아직 야망을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고, 우연히 시작하게 됐지만 목표는 굉장히 많거든요. 가방 만드는 것에 관련된 책자도 만들어보자 했었고. 우리가 얘기했던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하나씩 해 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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