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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터 겸 픽셀 아티스트 주재범

    “애니메이터와 픽셀 아티스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고 합니다. 한 우물만 팔 필요는 없으니까.”


    인터뷰. TS 편집팀

    발행일. 2013년 03월 17일

    애니메이터 겸 픽셀 아티스트 주재범

    사각형 하나하나가 모여 얼굴이 되고 고전 명화가 된다. 도트 혹은 픽셀이라고 불리는 점을 모아 그림을 만드는 픽셀 아트. 애니메이터로 활동하던 주재범은 우연한 기회에 픽셀 아트를 시도하고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한다. 그렇게 시작한 애니메이션과 픽셀 아트의 동거. 재미로 시작한 픽셀 아트는 어느새 애니메이션과 함께 가는 중요한 작업이 됐다. 옛말에 우물을 파도 한 우물만 파라는 말이 있다지? 글쎄, 우물이 두 개여도 괜찮지 않을까?

    애니메이터이기도 하고 픽셀 아티스트이기도 하잖아요. 둘 중에 어떤 것으로 소개할 수 있을까요?

    본 직업은 애니메이터입니다, 픽셀 아트는 다른 것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한 작업인데, 전문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니까 그걸 제 직업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물론 픽셀 아트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본업을 내세운다면 애니메이터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럼 픽셀 아트는요?

    애니메이터라면 근본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데, 요즘에는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똑같이 그리는 것보다 자기만의 개성을 중시하잖아요. 그래서 저만의 특색을 찾기 위해 공부를 하는 와중에 사람들한테 반응이 좋아서 시작한 게 픽셀 아트입니다. 저만의 또 다른 스타일이자 표현 수단인 거죠.

    본인이 애니메이터로 일하는 고인돌 스튜디오에 대해서 얘기해주세요.

    고인돌 스튜디오(홈페이지, 페이스북)는 동호회로 시작해서 10년이 넘은 팀입니다. 회사로서는 5년이 넘었고요. 사실 국내에서 애니메이션 일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에요. 현실적으로 다른 일을 했으면 지금보다 훨씬 여유로웠겠지만 재미있고 새로운 것을 기획한다는 점에서 더 좋다고 생각해요. 회사 내에 ‘자빠링X(페이스북)’라는 자전거 타는 모임도 있는데, SNS를 타고 규모가 꽤 커졌습니다. 만약 고인돌 스튜디오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져서 다른 일을 했다면 이런 일도 없었겠죠. 여럿이 함께하니까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절연주의사항 – 김성대, 주재범 공동감독작업
    ▶ [좌] 프로필 이미지  [우] 보그 패러디
    ▶ 자빠링X 자전거 클럽 작업

    본인 프로필 이미지를 제작하면서 픽셀 아트를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여러 가지 요소가 합이 맞았던 것 같아요. 트위터 같은 SNS가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SNS를 하려니 프로필 이미지가 필요하더군요. 그런데 그냥 사진만 등록하는 건 제 스타일도 아니고, 저만의 표현방식을 적용하고 싶었죠. 게다가 그때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무작정 포토샵을 켰는데 그 속에 격자가 보이더라고요. 그 격자에 맞춰서 캐리커처를 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주변에서 재미있다거나 자기 이미지도 만들어달라는 식으로 피드백이 오는 거예요. 모르는 사람한테서도 반응이 오고. 그런 재미로 시작했어요.

    시작은 프로필 이미지였지만 갈수록 다양한 시도를 하시더라고요.

    외국 픽셀 아트 사례를 찾아보니까 되게 다양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평소에 봐왔던 것, 하고 싶었던 것을 표현해보고 싶었죠. 그래서 어떤 일관된 주제는 없었어요. 제 스타일을 찾기 위한 거니까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먼저 시작했습니다. 일례로 명화를 새로 그린 시리즈가 있는데, 이 시리즈는 제가 명화에 대해 잘 몰라서 공부도 할 겸 시작한 거예요. 개인적으로 고흐를 좋아해서 특히 많이 했는데, 고흐 작품에 자화상이 많다 보니 제가 기존에 하던 작업과 접점이 있어서 좋더라고요. 그리고 이 시리즈가 외국에서 고전 명작을 디지털로 재해석을 했다고 주목을 받았어요. 그런 데서 더 탄력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또 어떤 시도를 하고 싶으세요?

    처음에는 포토샵으로만 작업했는데 계속 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전에 레고로 만들어보기도 했거든요. 외국 픽셀 아트 사례를 보면 재미있는 것이 많습니다. 어떤 사람은 페트병 뚜껑으로도 작업하고 또 다른 사람은 포스트잇으로 작업하더라고요. 그리고 애니메이터이다 보니까 이런 작업물을 움직이게 하고 싶기도 하고. 그런데 이런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실천하는 것도 중요해요. 그래서 그걸 계속 실행하기 위해서 주소록에 있는 모든 사람의 얼굴을 픽셀 아트로 만들자는 식으로 목표를 세우기도 했었죠.

    ▶ [좌] Vincent Willem van Gogh  [우] Portrait de l’artiste au fond rose(Paul Cezanne)
    ▶ [좌] femme à l’ombrelle tournée vers la gauche (Claude Monet)  [우] La Chambre de Van Gogh à Arles(Vincent Willem van Gogh)

    시작하는 게 어렵죠. 그럼 본인이 작업을 시작하게 하는 원동력은 뭘까요?

    일단 여러 가지 상황이 맞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당시 저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기 위한 동기도 있었고, SNS에 올릴 프로필 이미지를 제작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잖아요? 그런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도 하나의 능력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시작하고 나면 또 그걸 지속하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사람들이 픽셀 아티스트 주재범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웃음) 진짜 어려운 질문이에요. 제일 어려운 질문인데, 저는 어떤 확고한 특징이라기보다는 ‘즐거움’인 것 같아요. 웃음도 전파가 된다고 하잖아요. 제가 작업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마치 행복 바이러스처럼 전파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픽셀 아티스트’ 주재범의 야망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야망이라면 세계정복 같은 건가요? (웃음) 픽셀 아티스트라고 하면 제가 먼저 생각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애플이라고 하면 사과가 아닌 회사 애플을 떠올리듯이 픽셀이라고 하면 제가 떠오르는 거죠. 물론 더 공부하고 노력해야겠지만 누구나 어떤 분야의 최고가 되고 싶은 것처럼 애니메이터로서, 픽셀 아티스트로서 제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부끄럽네요(웃음).

    ▶ cars pixel art
    ▶ street fashion pixel art
    ▶ [좌] Nike Jordan Son of Mars “Olympic”  [우] Nike Lunarglide +4

    본인 스스로 아이디어를 위해서 공부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책을 잘 못 읽어요. 많이 안 읽어봐서. 대신에 어떤 것을 보고 결합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기획한다는 것이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디어 싸움이고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이것저것 결합해서 뚱딴지같은 소리를 많이 해요. 얼마 전에 소설가 김영하 씨의 TED 강연(보러 가기)을 봤는데, 거기서 아이가 거짓말을 시작하는 때가 스토리텔링의 시작이라고 말하더군요. 얼토당토않은 얘기지만 그걸 억압하는 것보다는 지르는 거죠. 공부라기보단 놀이처럼.

    2013년 계획에 대해 알려주세요.

    기본기에 충실해지고 싶습니다. 데생이나 연출 같은 부분이 되겠죠. 애니메이터와 픽셀 아티스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고 합니다. 한 우물만 파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나만 해서 지겨워지는 것보다 두 가지를 하면서 재미있을 수 있으니까. 2012년은 제 분야가 애니메이션과 픽셀 아트로 정해지는 해였다면 2013년에는 이 두 분야를 오가면서 강화하는 해가 되는 거죠. 그러면 다른 자잘한 것들은 알아서 따라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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