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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기와 영감을 주는 독창적 고전, 노먼 포터 〈디자이너란 무엇인가〉

    1969년 처음 발행된 이래 여러 차례 시대를 반영해 개정, 재출간되며 고전으로 자리 잡아온 노먼 포터의 〈디자이너란 무엇인가(What is a Designer)〉 한국어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글. TS 편집팀

    발행일. 2015년 04월 30일

    용기와 영감을 주는 독창적 고전, 노먼 포터 〈디자이너란 무엇인가〉

    1969년 처음 발행된 이래 여러 차례 시대를 반영해 개정, 재출간되며 고전으로 자리 잡아온 노먼 포터의 〈디자이너란 무엇인가(What is a Designer)〉 한국어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2008년 스펙터 프레스에서 나온 한국어 초판을 같은 역자인 그래픽 디자이너 최성민이 개정한 것이지만, 단순 윤문의 정도를 넘어 더 정확한 용어와 문맥으로 완전히 새롭게 번역했다. 〈디자이너란 무엇인가〉는 일차적으로 건축이나 디자인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사람을 위한 교과서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 스스로 묻고 여행을 막 시작하려는 이는 물론, 그런 탐구에 이미 나선 이에게도 다정한 길벗이 되어준다. 그러나 간단한 질문을 던지거나 쉬운 답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지은이는 디자인 행위 자체를 끊임없는 질문 행위로 바꾸어 놓는다. 그리고 디자인 사유와 산물에 숨은 사회적 의미를 줄곧 추궁한다.

    디자이너는, 저라면 직원으로 일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업에도 디자인을 해 주어야 하는가? 디자인은 사회적 사실주의 예술인가? 나이프와 포크를 디자인할 때에도 도덕적 품위를 지키면 도움이 되는가? 디자인 작품은 사회적 효용성을 내세울 만한가, 아니면 디자이너의 자기표현 수단일 뿐인가? 전문직은 일부 필수적 환상으로 주변을 둘러싼 자기방어 집단인가? 디자이너는 체제에 순응해야 하는가, 아니면 변화를 주도해야 하는가? 이와 같은 질문이 주의만 어지럽히고 시간만 낭비한다고 생각한다면, 아마 책을 덮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계속 읽되, 쉬운 답은 기대하지 마시라. – 17쪽, 디자이너란 과연 무엇인가

    그 모든 노력에서, 실패는 거듭 일어날 것이다. 태만에 따른—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심지어 무엇을 할지도 몰라서 빚어지는—실패와 가치 있는 일을 하려다가 겪는 실패 사이에는 고귀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 우리가 진정 자유로운 학교라고 여기는 곳도 실은 자유로운 사회만큼이나 실현하기 어렵고, 내적 모순에도 그 못지않게 취약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유만큼은 유일한 독재자로 언제나 허용해야 마땅하다. -35쪽, 디자인 교육의 원리

    최악의 오류는 실천에 헌신하는 대신 ‘방법론’이나 ‘프로세스’ 같은 개념으로 도피하는 것이다. 황무지를 만들어 놓고는, 허울 좋은 과학적 방법으로 문제에 접근했다며 합리화하는 태도가 바로 그런 태만에서 비롯한다. -73쪽, 방법 문제

    세 부분으로 구성된 책의 앞부분은 디자인과 디자이너를 둘러싼 복잡다단한 현실을 현대주의적 입장에서 수용, 탐구한 디자인 에세이로 이뤄져 있다. 디자인과 예술의 관계에서부터 디자인 교육의 원리, 좋은 디자인과 그 방법 문제에 대한 지은이만의 독특한 통찰과 사유는 두고 곱씹을 만한 질문거리를 제공한다. 책의 두 번째 부분에는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한’ 도구와 그 사용법이 참고 자료로 실려 있다. 디자인 작업이 이뤄지는 과정과 거기에 필요한 의사소통 및 그래픽 전략 등 실용서로서 이 책의 성격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지만 이 역시 바로 가져다 쓸 수 있는 지식의 형태를 띠기보다 대개 또 다른 ‘질문하기’로 이어진다. 마지막 부분에는 디자인, 디자이너, 디자인 교육을 둘러싸고 독자의 사유와 행동을 자극하는 조언과 단상이 부록 형태로 실렸다. 단, 일반적인 디자인 도서와 달리 이 책에는 도판이 하나도 없다. 덕분에 이 책은 참고 자료로서 빼어난 보편성을 성취하는 한편, 저자의 비판적 정신에 걸맞게, 단순하고 게으른 모방을 막는다.

    〈디자이너란 무엇인가〉는 디자인 분야를 파고들며 그 현실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책이지만 결과물은 이를 넘어선다. 무엇보다도 역자가 후기에서 제안한 것처럼 이 책은 여러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 때로는 디자인 개론서로, 실용서로, 배움이나 디자인 윤리에 관한 철학적 에세이로, 혹은 하나의 작품으로도 접근할 수 있다.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어느 방식을 취하든 높은 이상과 번잡한 현실, 원대한 주장과 실질적 조언을 (말 그대로 문장 단위로 오가며) 독특하게 결합한 이 책은 ‘나이를 불문하고 자기 분야를 새로이 접하는’ 모든 사람에게 직업적 소명을 열렬히 설명하고 현대 운동의 핵심을 낱낱이 드러내는 목소리를 생생히 들려줄 것이다. 학생과 선생에게는 지은이가 몸소 경험한 논쟁을 풍성히 전해줄 것이다. 교육자의 성실함과 목수의 눈썰미, 디자이너의 상상력, 시인의 목소리가 두루 깃든, 그야말로 “구명대처럼 단단히 붙잡아야 하는 책이다.”

    책 정보

    디자이너란 무엇인가
    저자: 노먼 포터
    역자: 최성민
    출판사: 작업실유령(www.workroom-specter.com)
    출간일: 2015.03.27
    가격: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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