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정제일, 그의 작업을 보고 있으면 아주 적나라한 욕망이 느껴진다. 단순히 많은 종류의 작업을 하고 싶다기보다는 다양한 창작에의 욕구와 함께 자신의 한계에 관한 강렬한 호기심이 버무려진 것이라고 할까? 물론 누군들 그러지 않은 이가 있겠느냐마는, 그에게는 한층 더 강렬한 열망이 느껴지기도 한다. 사진과 영상, 편집 그래픽…. 다양한 시도를 통해 욕망을 채우는 창작열, 디자이너 정제일을 만나보았다.
내가 소개하는 나는?
탐미주의자, rulrulra.com, 디자이너, 간지, 애정결핍, 약간의 ADHD, 약간의 편집증
요즘 최고의 관심사
재미와 행복입니다. 요즘은 어떤 일을 할 때 이게 재미있는 일일까, 이 일을 하면 불행하진 않을까를 먼저 생각합니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도 이 두 가지에 가장 기준을 두고 일하고 있고, 작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행복이란 요소는 다소 오글거릴 수도 있겠지만, 재미만큼은 저의 확실한 관심사입니다.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
천상 이과생으로 건축을 공부하다, 평소 관심만 많았던 패션디자인을 제대로 하고 싶었습니다.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패션 관련 미술대학을 목표로 하여 다시 대학에 진학하게 된 시점부터 디자인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시각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지만 패션디자인의 꿈은 계속 꾸고 있습니다.
디자인을 배우고, 경험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 세 가지
첫째,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에 눈은 점점 높아져 허세는 점점 심해지고 솔직함은 점점 줄어드는 모습. 둘째,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해 삶을 귀찮게 하는 것. 셋째, 점점 심해지는 난독증.
‘보이지 않던 것들’과 ‘난독증’은 어떤 것을 얘기하는 건가요?
‘보이지 않던 것들’은 미적으로 떨어지는 것, 완성도가 떨어지는 디자인 등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난독증’은 디자인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워낙 시각적인 것에 노출되어 있고 또한 시각적인 것만 찾다 보니 글을 읽는 것이 어려워지고, 점점 멀리하게 되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생각의 깊이도 함께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디자인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간지를 중요시합니다.
분야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데, 창작자로서 자신의 중심은 무엇일까요?
저 스스로 워낙 욕심이 많다 보니 사진, 영상, 편집, 그래픽, 브랜딩, 웹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야의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어쩌면 깊이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맹점(단점) 역시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들 분야 사이의 메커니즘을 잘 이해할 수 있다면 오히려 더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들 분야 중에서 우선을 두기 어려우나 중심이 되는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사진을 고르겠습니다. 이유라고 한다면 미적 기준의 순간적인 판단력에 대한 능력이 높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그로 인해 또 저 자신을 발전시켜줄 원동력이 되는 좋은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통 사진을 잘 찍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역에서 두루 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죠.
현재 어떤 작업 중인가요?
전에 일했던 회사에서 새로운 사업에 대한 웹 디자인 의뢰가 들어와 홈페이지를 만들고 있고, 너무 미루고 미뤄서 더 이상은 미룰 수가 없는 개인 영상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 영상작업은 어떤 작업인가요?
제가 만든 음악으로 실사 영상을 만든 작품이 있는데,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다시 찍었으나 아직 편집을 못 했습니다. 영상작업이 워낙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하지 않고 미루면 다시 시작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
딱히 보여주고 싶다거나 강요하고 이해시키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저 나다움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꼭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평소 전자음악에 관심이 많은데 제가 만든 음악으로 제가 디자인한 앨범을 만들고 싶습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쓰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책을 읽을 때 기억하고 싶은 구절을 메모해 놓는 습관이 있습니다. 메모들이 모여 어느덧 노트가 되었는데, 그 노트를 읽고 있으면 영감을 받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전시회를 많이 갑니다. 그렇다고 전시를 봐서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다기보다는 전시장이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오라가 저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창작자’로서 추구하는 자신만의 모습이 있다면?
소수 주의를 지향합니다. 대중 전체들을 만족하게 하기보다는 적은 소수라도 그들이 정말 좋아하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 가장 필요한 세 가지와 버리고 싶은 세 가지
가장 필요한 것: 겨울, 겨울, 겨울
가장 버리고 싶은 것: 여름, 여름, 여름
앞으로의 계획, 혹은 자신만의 야망(?)이 있다면?
하고 싶은 사업을 천천히 준비 중입니다. 자세한 건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