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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전시 〈판화, 판화, 판화〉

    2년 전 판화 전시가 열린 적이 있다. 제목이 〈판화하다 ― 한국현대판화 60년〉(경기도미술관 2018.7.4-9.9)이었다. 한국현대판화 역사 60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이었고, 판화가 120명의 대표작들이 소개됐다.


    글. 임재훈

    발행일. 2020년 08월 19일

    온라인 전시 〈판화, 판화, 판화〉

    한국현대판화 작가 61명의 작품을 소개한 〈판화, 판화, 판화〉 전시 포스터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온라인 미술관에서 다시 보는 〈판화, 판화, 판화〉
    “이윽고 판화는 일상이자 생활”이라는 윤동천 교수의 제언에 공감하며-

      2년 전 판화 전시가 열린 적이 있다. 제목이 〈판화하다 ― 한국현대판화 60년〉(경기도미술관 2018.7.4-9.9)이었다. 한국현대판화 역사 60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이었고, 판화가 120명의 대표작들이 소개됐다. 전시 규모로 보나 기획 의도로 보나 국내 판화계의 꽤나 큰 전시였다. 당시 참여작가였던 윤동천 교수(서울대학교 서양화과)는 전시 도록에 실린 「다시 판화란 무엇인가? 어디까지 판화인가?」라는 글에서 이렇게 썼다.

    바야흐로 디지털의 시대이다. 디지털미디어는 ‘원본 없는 복제’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원본이 있어야 복제의 개념이 비로소 성립하는데, 복제한 결과물이 모두 원본이라니 실로 예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커다란 변화이다. 복수의 원본을 제작하는 것이 전통적인 판화의 본령이었음을 생각할 때, 지금이야말로 지극히 그리고 온당히 ‘판화의 시대’라고 불러도 마땅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곰곰이 살펴보면 지금의 상황은 판화 장르에 있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이다. 우선 판화가 디지털 매체를 적극 수용한다면 다시금 새로운 미디어로서 전에 없던 표현 영역의 확산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판화의 전통적 제작방식은 디지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공성(手工性)’이 강조되어 여전히 일품성(一品性)을 선호하는 관객들의 취향에 성큼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원본 없는 복제시대에 ‘복수(複數) 원본’을 만드는 일이야말로 의미 있고 신나는 일이다.

    *발췌 출처: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

    윤동천 교수의 이 설명은, 판화라는 다소 낯선 장르를 오늘날 디지털 시대의 감각 체계로서 이해해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듯하다. “이윽고 판화는 일상이자 생활이다”라는 것이 위 글의 결론이기도 하다.

    최근 또 한 번의 판화 전시가 열렸다. 제목은 〈판화, 판화, 판화〉(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20.5.14-8.16)다. ‘판화’가 세 번이나 반복된 전시명은, 판화의 특징인 복수성을 담은 것이다. 이 전시는 ‘책방’ ‘거리’ ‘작업실’ ‘플랫폼’ 등 4개의 일상적 키워드-섹션을 통해 판화와 일반 대중의 스스럼없는 만남을 주선했다. 우리나라의 추상 목판화를 대표하는 원로 작가 김상구, 50년 이상 동판화 작업을 지속해온 작가 이영애, 민중 목판화 작가 홍선웅 등 한국현대판화 작가 61명의 작품 101점이 약 석 달간 관람객과 만났다.

    예상컨대 〈판화, 판화, 판화〉의 3개월은 퍽 고됐을 것 같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말이다. 국립현대미술관 3개관(서울·과천·덕수궁)은 올해 2월 24일 휴관했고, 5월 6일부터 사전예약제 방식으로 재개관했다. 그러다 약 3주 만인 5월 30일, 수도권 지역 방역 조치 강화에 따라 6월 14일까지 재휴관을 결정했다. 7월 22일 ‘거리 두기 관람’ 형태로 제한적 재개관을 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격상 조치와 함께 8월 19일 다시금 휴관했다.

    미술관의 휴관·재개관·재휴관 과정과 〈판화, 판화, 판화〉의 전시 기간(5월 14일부터 8월 16일까지)은 겹친다. 작위적 감상일지 모르나, 이러한 시절의 특수성 덕분에 “이윽고 판화는 일상이자 생활”임이 체감되는 듯하다. ‘코로나 때문에 판화 전시를 못 본다’라는 말을 바꾸면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판화 전시를 볼 수 있었다’가 될 것이다. 이 인식의 기본 전제는 물론 “판화는 일상이자 생활”이라는 점이다. 판화라는 것 역시, 코로나 영향을 받는 우리 일상의 여러 요소들 중 하나인 셈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온라인 미술관’ 메인 페이지
    *출처: 페이지 캡처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사이트는 ‘온라인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판화, 판화, 판화〉를 비롯한 여러 전시들의 영상 콘텐츠가 공개돼 있다. 〈판화, 판화, 판화〉의 경우, 큐레이터 해설(내레이션 및 국문/영문 자막)이 포함된 17분가량의 전시 요약본 형태다. VR(Virtual Reality)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없진 않다. 하지만, 전문 성우의 음성과 자막으로 듣고 보는 코멘터리는 청음(또렷한 발음)과 청취(핵심만 추린 간결한 텍스트) 모두 만족스러운 수준이어서, 〈판화, 판화, 판화〉의 정서를 충분히 감각해볼 수 있도록 해준다.

    · 〈판화, 판화, 판화〉 전시 영상 보기 → 국립현대미술관 사이트 & 공식 유튜브 채널
    · 국립현대미술관 ‘온라인 미술관’ 둘러보기  
    · [연관 콘텐츠] 판화를 전공하고 설치미술가로 활동 중인 김용관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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