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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전시 〈일상의 예술, 그림책 전〉

    〈일상의 예술, 그림책 전〉이라는 온라인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20일 온오프라인(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및 웹 공간) 행사 형태로 개최된 ‘서울디자인위크 2020(이하 SWD 2020)’의 구성 전시 중 하나다.


    글. 임재훈

    발행일. 2021년 01월 08일

    온라인 전시 〈일상의 예술, 그림책 전〉

    예술-그림책이라는 일상의 벽지(wallpaper)
    전시 〈일상의 예술, 그림책 전〉

      〈일상의 예술, 그림책 전이라는 온라인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20일  온오프라인(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및 웹 공간) 행사 형태로 개최된 ‘서울디자인위크 2020(이하 SWD 2020)’의 구성 전시 중 하나다. SDW 2020의 주제가 ‘Design for New Normal: 일상의 위안이 되는 디자인’이었다. 〈일상의 예술, 그림책 전〉 또한 이 주제를 받는다. 보시다시피 전시명에도 ‘일상’이라는 키워드를 넣었다.

    무엇을 ‘일상의 위안’으로 삼으면 될까, 그것이 만약 예술―이 전시의 경우는 그림책―이라면 어떻게 우리에게 위안을 줄까, 라는 것이 〈일상의 예술, 그림책 전〉이 관객들에게 거는 첫 번째 말이다. 이 말 걸기에 응답하는 방식은 당연히 전시 관람이고, 비용은 무료다. 온라인 전시장에 들어가 ‘입장하기’를 누르면 된다.

    김지민, 문승연, 소윤경, 이명애, 이수지, 장현정, 차정인, 한병호, 한샛별, 한성민 등 그림책 작가 10인이 이 전시에 참여했다. ‘일상의 위안’이라는 큰 주제 아래, 작가들마다 서로 다른 작은 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 김지민 ― 아트 오브젝트로서의 그림책: 작가의 테마를 그림책 자체의 물성으로 함축하는 실험적인 작품
    · 문승연 ― 어린이의 발견: 모든 것이 살아 있고 소통하는 경계 없는 세계
    · 소윤경 ― 낯설고도 아름다운: 늘 안전하고 매끈한 이 세계의 뒷면을 응시하는 시선
    · 이명애 ― 잇고 움직이다: 나의 느낌, 나의 속도, 나의 이미지
    · 이수지 ― 놀이와 예술, 스케이팅과 그리기, 나의 흔적을 따라가는 두근거림
    · 장현정 ― 소리의 색과 온도: 소리가 들려주는 생명력과 빛깔을 찾다
    · 차정인 ― 시각적 형식 언어, 책으로 말 걸기
    · 한병호 ― 오래된 것, 새로운 것: 전통적인 이미지를 다양하고 창조적으로 해석하고 표현하는 작업
    · 한샛별 ― 빛의 그림책: 빛과 다양한 물성을 이용한 한글 팝업북
    · 한성민 ― 지구별에서 공존하기: 환경 문제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페이퍼 커팅으로 담다.

    작가들이 들고 온 문장들은 각자의 작업 양식과 방향성을 함축한 자기소개이기도 하다. 그림책 만드는 열 사람의 열 가지 스타일이 예술이라는 보자기에 한 꾸러미로 묶인 셈이다. 그리고 이 보자기 꾸러미는 아무나 들고 가서 어디에나 풀어 젖힐 수 있다, 라는 것이 〈일상의 예술, 그림책 전〉이 관객들에게 거는 두 번째 말이다. 다만 조건이 붙는다. 들고 가는 건 문제가 아닌데, 풀어서 자기 일상 안에 부려놓았을 때 누군가는 적잖이 당황할 수도 있다. 이런 게 어떻게 일상의 위안이 된다는 거? ···같은 불평이 나올 법도 하다. 문화 예술의 소비자가 얻어가는 것들은 대개 관념(마음)의 영역이라, 반품·환불은 물론 불만 신고 역시 불가능하다. 일이 이렇게 되고 나면 전시 자체뿐 아니라 참여작가에 대한 악감정마저 들게 마련이다. ‘예술 하는 자들이 또 뜬구름을 잡는군!’

    이런 사태를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한 가지 팁을 드리고 싶다. 〈일상의 예술, 그림책 전〉에서 여러분이 관람해야 할 대상은 예술-그림책이 아니다. 사실 관람하고 얻어가야 할 대상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그냥, ‘이런 일상’이라고 생각하자. 이건 전시가 아니라, 그냥 ‘전시처럼 생긴 일상’이라고 바라보자. 예술적 영감을 얻어 가야 할 의무감, 소셜미디어에 한 줄이라도 후기를 남겨야 할 사명감 등등을 한 번 내려놓아보는 거다. 무료 전시니까 관람료의 가치를 챙길 이유도 없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2020년 발표한 단편집 『1인칭 단수』에 「위드 더 비틀즈(With the Beatles)」라는 작품이 실려 있다. 이 단편소설에서 작가는 어딜 가나 비틀즈의 노래가 들려 오던 1950년대를 이렇게 묘사한다. 비틀즈라는 음악적 벽지(wallpaper)로 일상이 둘러싸여 있었다고. 문화 예술 전시 혹은 예술이라는 장르 또한, 우리 일상의 한 단면에 붙여진 벽지로 바라본다면 어떨까. 그냥, ‘이런 벽지’고 ‘이런 일상’으로 말이다.

    〈일상의 예술, 그림책 전〉을 본격적으로 관람하기 전, 티저 영상을 꼭 보시는 걸 추천해드린다. “놀이와 예술의 가장 큰 공통점은··· 목적이 없다는 것. 놀이에 목적이 있다면 그건 더 이상 놀이가 아닌 것.”이라는 한 참여작가의 제언이야말로, 이 전시를 위한, 어쩌면 문화 예술 소비자 모두를 위한 ‘the one and only’ 티켓이 아닐까 싶다. 예술-그림책은 어떻게 일상의 위안이 되는지에 대한 가장 적확한 답변이기도 할 것이다.

    Exhibition Info.
    전시일정  2020. 12. 20. ― 2021. 2. 14.
    전시장소  온라인 ➲ https://play-link.gitlab.io 

    참여작가
    김지민, 문승연, 소윤경, 이명애, 이수지, 장현정, 차정인, 한병호, 한샛별, 한성민

    전시 연계 영상 / 출처: SDW 2020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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