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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타쿠 문화에 대한 영민한 시선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

    전통과 현대, 고급과 저급 문화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상한 나라. 서구 중심의 현대미술계에서 아시아 팝아트를 정립한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아시아 첫 회고개인전이 한국에서 열리고 있다.


    글. TS 편집팀

    발행일. 2013년 10월 29일

    오타쿠 문화에 대한 영민한 시선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

    전통과 현대, 고급과 저급 문화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상한 나라. 서구 중심의 현대미술계에서 아시아 팝아트를 정립한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아시아 첫 회고개인전이 한국에서 열리고 있다. 이름 하여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 뭔가 동화적인 느낌이 드는 전시 제목은 특별하지만 다소 생소한 느낌이다. 단어 하나하나 그 의미를 짚어가다 보면 마치 우주같이 심오하고도 깊은 내면을 알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전시장 내부
    전시장 입구 조형물

    도쿄예술대학에서 전통 일본화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무라카미 다카시(1962년생)’는 일본의 전통미술과 대중문화를 원천으로 ‘초평면(超平面) – 모든 것을 평편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뜻’을 의미하는 ‘수퍼플랫’ 개념을 새롭게 제안하여 서구 중심의 현대미술을 아시아적 감성으로 혁신한 대표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무라카미는 서구 아방가르드 미술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가장 일본다운 특성을 ‘오타쿠’적 하위문화가 이루어 낸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 찾았다. 작가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독특한 평면성과 양식성이 17~18세기 매너리즘 경향의 회화와 우키요에(浮世繪)1) 전통에 근거함을 주장하며, 전통문화와 동시대 하위문화의 과감한 접목을 시도했다.

    1) 일본 에도시대(江戶, 1603~1867)에 서민계층을 기반으로 발달한 풍속화. 우키요에의 ‘우키요’는 덧없는 세상, 속세를 뜻하는 말로 미인, 기녀, 광대 등 풍속을 중심 제재로 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2000년 <수퍼플랫>을 시작으로 이른바 ‘수퍼플랫 3부작’ 전시를 통해 국제적인 명성을 확립한 그는 ‘수퍼플랫’을 양식의 개념으로부터 동시대 사회문화를 아우르는 시대정신의 개념으로 해석의 확장을 시도했다. 패전의 트라우마로 인해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하나의 ‘평면’으로 해체된 전후(戰後) 일본사회를 비평함은 물론, 데이터베이스화한 정보들을 탈 맥락적으로 소비하는 현대의 인터넷 문화를 정의하고, 쾌락과 부패가 공존하는 현대 소비사회를 드러내는데 ‘수퍼플랫’의 개념을 동원한 것. 아울러 작가는 엘리트 문화와 하위문화, 예술과 상품의 위계가 평면화된 현대의 자본주의 문화에 주목하여 2001년 도쿄와 뉴욕에 ‘카이카이 키키’를 설립하여 각종 아트상품의 생산과 판매, 영화 제작과 신진 작가 프로모션 등 전방위적인 수익추구형의 문화사업을 예술작업의 일환으로 전개하고 있다.

    코스모스(Cosmos) 시리즈
    [좌] MPGMP, 1960→2011 [중] MCBST, 1960→2011 [우] MGF, 1960→2011
    [좌] 미스 코코(Miss ko²), Oil paint acrylic fiberglass and iron, 187.9×88.9×6.3cm, 1997

    이번 전시 제목인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는 루이스 캐롤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차용한 것으로,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에 비견될 만한 무라카미의 ‘수퍼플랫한 이상한 나라’로서의 예술 세계가 현대인의 분열된 주체와 와해하는 세계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몇몇 대표 작품을 살펴보면, 우선 미키마우스, 도라에몽 등 유명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는 무라카미의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이자 분신이다. 1993년 개인전에서 처음 선보인 이 캐릭터는 당시 모방으로 대두하던 일본 미술계에 대한 작가의 비판에서 시작된 것. 디즈니의 미키마우스가 비현실적 순수함의 상징이라면 미스터 도브는 천진난만한 미소에서 때로는 분노에 찬 모습으로 변모하며 작가의 다양한 페스소나를 반영하는 자화상으로 점차 발전되어 왔다. 다음 작품인 는 1997년 제작된 무라카미의 첫 조각 작품으로 오타쿠 하위문화의 상징인 미니어처 피규어를 등신대로 재현한 작품이다. 일본의 한 유명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의 유니폼을 입은 미스 코코는 비디오 게임 ‘베리어블 지오’에서 영감을 얻은 캐릭터. 과감하게 노출된 소녀의 신체는 오타쿠 특유의 성적 상상력을 발휘한다.

    다음 는 일본어로 ‘괴상함’을 뜻하는 카이카이와 ‘기이함’을 뜻하는 ‘키키’ 두 캐릭터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마치 부처님을 지키는 수호신과 같이 해골 모양의 지팡이를 나란히 들고 있는 카이카이와 키키는 일본 전통 신화와 관련된 판타지적 캐릭터. 다음으로 < Cosmos (코스모스)> 시리즈는 일본 회화의 가장 전통적인 주제인 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작가의 ‘수퍼플랫’ 스타일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작업이다. 시리즈의 제목은 ‘우주’를 의미하는 Cosmos를 뜻하는데, 자연 속에 숨은 우주의 에너지를 작가에게 일깨워준 은사에 대한 경의를 표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특허받은 ‘인터네셔널 클라인 블루(IKB)’라는 독창적인 푸른색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예술가 이브 클라인은 무라카미의 작품세계에 지속적인 영감이 된 인물 중 하나. 2011년에 처음 소개된 이 작품은 연금술의 피•태양•물을 상징함과 동시에 이브 클라인의 핑크•골드•블루 모노크롬을 차용한 회화 시리즈이다.

    무라카미의 대표적인 캐릭터부터 전통적인 미의 상징으로서의 꽃, 시선과 존재의 문제를 제기하는 눈, 자화상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이루어 낸 예술적 성취를 보여 줄 총 39점의 작품들. 회화, 조각, 풍선, 영상, 사진, 벽지, 커튼, 카펫 등 다양한 매체로 꾸며져 그야말로 관람객들에게 원더랜드를 탐사하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번 전시가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었던 성공적인 생존전략의 사례로서 아시아 팝아트의 모델을 제시함과 동시에 동시대의 역사와 사회, 문화를 반영하는 팝아트의 비평적 역할을 살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Mr. DOB 시리즈, 727-727, Acrylic on canvas, 150x300cm, 2006
    카이카이와 키키(kaikai&kiki)
    순백색 복장의 도브(핑크 &블루) DOB in Pure White Robe (Pink & Blue)_Acrylic and gold leaf on canvas mounted on aluminum frame, 300x300cm, 2013

    전시 정보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

    기간: 2013년 12월 8일까지(월요일 휴관)

    장소: 삼성미술관 플라토

    홈페이지: http://www.plateau.or.kr/html/index.asp

    관람 요금: 일반 5,000원, 초중고생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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