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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큐파이더시티’ 강주현

    오큐파이더시티, 『티포찜머』, 그리고 강주현


    인터뷰. TS 편집팀

    발행일. 2019년 07월 12일

    ‘오큐파이더시티’ 강주현

    어울리지 않는 공간에 맥락 없이 매력을 발산하는 이곳. 오큐파이더시티(Occupy The City)에 들어서는 순간 강렬한 포스터에 매료된 느낌이 잊혀지지 않는다. 포스터 제작 과정을 열정적이게 설명하는 그를 보면서 이 일이 디자이너 강주현에게 어떤 의미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오랜만에 또 뵈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셨나요?

    강의 나간 것이 있었는데 최근에 종강했어요. 5월 말 플랫폼엘(PLATFORM-L)에서 열린 전시 〈Take Me Home〉을 마치고 스튜디오 티엘(Tiel)과 공동 작업으로 다른 전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글을 주제로 한 전시인데 저는 평면으로, 티엘은 오브제로 한글의 구조적 측면을 표현합니다.

    공동 작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장단점이 있다면요?

    그래픽 디자이너는 주로 평면 작업을 하게 되는데 제품과 공간을 다루는 스튜디오와 함께 하니까 3D 오브제로도 나올 수 있고, 공간으로도 표현될 수 있어요. 결과물에 있어 평면에 국한되지 않는 부분이 장점인 것 같고, 단점은 딱히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년 가까이 지속적인 협업을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강주현이란?

    글쎄요. 얼마 전에 들은 얘긴데요. 타협이 없는 사람이라고도 표현을 하더라고요. (웃음) 부정적인 말이긴 한데 생각해보니까 인정을 하게 돼요. 상당히 잘 어울리는 표현인 것 같기도 하고요.

    30년 후에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으세요?

    30년 후까지는 너무 먼 미래고요. 10년 뒤에도 이 공간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이 공간(오큐파이더시티)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에요. 3~4평 남짓하지만 좋아하는 포스터를 언제든지 어느 곳에든지 붙여놓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세운 상가 복도를 걷다가 아무런 맥락 없이 포스터가 나타나는 것도 재미있어요.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세운상가 3층 마열 321호 오큐파이더시티

    10년 전에는 맞았는데 지금은 틀렸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디자인을 공부하는데 인문학 열풍이 불었던 때가 있었어요. 그때 저도 그런 공부를 많이 하고 이론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기도 했었는데 거기서 실무와 현실의 괴리가 생기더라고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쓸모없었다고까지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포스터란?

    복제품이라고 생각해요. 오리지널리티나 원본이라기보다는 한 번에 몇 백 장이 찍혀 나오는 대량생산품이죠. 보통은 포스터를 디자이너의 표현 수단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저는 그런 것보다는 제작이나 가공에 있어서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 어떤 의도에 맞추어 디자인을 하는가를 더 유심히 보려고 합니다.

    포스터를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다른 것들도 중요하지만 메시지 전달보다는 그 자체에 녹아있는 프로세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안에서 시도하는 실용적인 실험까지요.

    소개하고 싶은 포스터가 있으신가요?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존경하고 작업을 할 때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 클라우디아 바젤(Claudia Basel)이라는 스튜디오예요. 다양한 인쇄 기법으로 포스터 제작을 실험하는 것이 매력적이죠. 포스터에 타이포그래피가 전적으로 들어가지는 않지만 이미지가 강렬하게 들어가고, 타이포그래피를 이미지로 표현해 형태에 따라서 글자의 형태를 변형하기도 해요.

    어떤 기법의 실험인가요?

    실크스크린에서는 그라데이션 기법 또는 레인보우 기법이라고 합니다. 선들이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변하고 있는데, 계속적으로 교차되고 있어요. 이러한 교차 기법으로 인해 멀리서 보면 꺾여 보이는 듯한 현상이 보일 거예요.

    스위스 바젤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튜디오 클라우디아 바젤의 포스터 작업

    이런 기법을 시도하는 국내 작가들도 많지 않나요?

    국내에서는 실크 스크린으로는 구현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클라우디아 바젤의 작업 같은 1280 × 905 mm 규격 포스터도 없고요. 인쇄소에서 취급하는 사이즈보다 더 크죠.

    포스터 구매 대상은 누구인가요?

    포스터의 가치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우선적인 대상이고 포스터에 대한 지식은 없지만 그 자체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까지도 넓혀져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포스터의 구매 포인트는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포인트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요즘에는 카페에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하려고 (포스터를) 찾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가격은 적당한 편인가요?

    저희가 다른 포스터 숍들의 단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상황이에요. 비교해보니 차이가 좀 나더라고요.

    디자이너로서 본인만의 색은?

    요즘 많이 사용하는 색이 메탈릭 실버입니다. 이 공간도 스테인리스로 짜여 있고, 집기 같은 것들도 스테인리스로 주문을 많이 합니다. 환경적으로 이 색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보니 저를 가장 표현할 수 있는 색이라 생각해요. 작업을 할 때도 이 색을 사용하면 가장 효과적이라고 느껴요.

    오큐파이더시티 내부의 스테인리스 구조물

    타이포그래피에 관심을 갖게 된 순간, 그 느낌을 기억하시나요?

    8호 스몰 스튜디오 그래픽 잡지를 봤을 때요. 거기 참여한 스튜디오나 디자이너의 작업물이 타이포그래피 기반으로 작업된 것들이 많았어요. WT 10주년 전시 때 제로원 센터 공간에 포스터가 쭉 걸려있던 광경은 저에겐 충격이었죠.

    올 하반기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제가 5년째 만들고 있는 독립잡지 『티포찜머(Typozimmer)』 8호가 곧 인쇄에 들어가서 7월 초 발행이 될 것 같아요. 제가 매 이슈마다 타이포그래피에 관련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선정해서 발행, 기획, 편집, 디자인을 대부분 도맡아 합니다. 이번 호에는 커버와 기획을 진행하였고, 각 디자이너 6팀에게 4장 정도의 포스터를 받아 모아 책자처럼 제작되었어요.

    『타이포그래피 서울』과 전시를 함께 하게 된다면?

    『티포찜머』 이번 이슈가 ‘패션과 그래픽 디자인’입니다. 옷으로 표현되는 텍스타일은 굉장히 많아요. 그런 것을 직접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디자이너도 있고, 패션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는 디자이너도 있죠. 옷은 그냥 펼쳐 놓으면 평면이지만, 몸에 입혀지면 입체감이 생기는 거잖아요. 그렇게 지면에만 멈추는 것이 아닌, 평면적인 것에서 입체적인 것으로 전환되고 그 위에 올라가는 그래픽을 다루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어요. 그런 부분이지 않을까요? 제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이슈가 그런 거라서요.

    『타이포그래피 서울』에 소개되면 좋을 것 같은 작가를 추천하여 주시겠어요?

    프레스룸을 운영하는 양지은 디자이너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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