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입 디렉터스 클럽(Type Directors Club, TDC)은 인쇄물과 스크린을 무대로 활동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비영리 단체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은 물론 커뮤니케이션 디자인(Communication Design), 타입페이스 디자인(Typeface Design), 타이틀디자인(Title Design) 세 가지 분야에서 공모작들을 모아 수상하는데, 삼원페이퍼갤러리에서 처음으로 ‘Type Directors Club Competition’ 수상작 및 우수작 들을 전시하고 있다.
〈뉴욕 TDC 서울 2012〉라는 타이틀로 열린 이번 전시는 관객들이 작품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자유롭게 책을 넘겨보며 제책 방식을 볼 수 있고, 손으로 종이를 만져 그 촉감을 직접 느낄 수도 있다. 심지어 어떻게 작품들을 설치했는지까지 엿볼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의 전시장이라니. 마치 지인의 작업물을 보듯 샅샅히 작품들을 파헤쳐 볼 수 있다. 열린 전시이기에 사람들의 손을 많이 탄 작품들이 있다. 거기에 남은 흔적들로 다른 관객들은 어디에 흥미를 느꼈는지 함께 볼 수 있다는 것 역시 또 하나의 재미다.
수상작들의 이야기를 해보자. 흔히 그래픽디자인 전시라고 하면 종이 매체를 기본으로 한 작업들을 예상한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예상을 벗어난 작품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커다란 광고판이나 타입 모양의 매장 디스플레이, 타입이 음각된 야구방망이 등 종이류가 아닌 다른 여러 매체를 통해 그래픽을 보여줌으로써 그래픽디자인의 확장에 대한 고민과 해결책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독특한 매체의 작업들은 전시 특성상 실제 작업물이 아닌 아카이브 자료로 볼 수 밖에 없는 것이 많아 아쉬웠다.
전시에 걸린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어느 한 방향으로 치우치기 보다는 다양한 방법과 결과를 존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크게 새롭다고 느낄 만한 작품들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작업들의 완성도가 아주 뛰어났다. 각 작업들은 그래픽디자이너로서 자신들의 고민과 그에 대한 답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그 중 우리가 주목했던 작품은 인쇄소에서 만든 인쇄 매뉴얼 ― 색들이 인쇄되어 겹쳐질 때 어떻게 그 색이 표현되는지, 종이에 따라 그 결과물이 어떻게 다른지 등 유용한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다룬 점이 인상적이었다 ― 과 노동 자체에 의미를 둔 듯, 세심하게 그려낸 벡터 이미지들(Vector Image, 이미지에 대한 정보가 모양과 선에 대한 형태로 파일 내에 저장된 것)이었다.
물론 마음에 와 닿는 작품은 각자의 고민에 따라, 취향에 따라 다를 것이다. 분명한 건 시각뿐 아니라 청각, 촉각으로도 작품을 자유롭게 느낄 수 있는 전시이기 때문에 디자인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작품들 속에서 좋은 예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타입페이스 디자인, 타이틀 디자인 등 세 가지 분야의 수상작 중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 타입페이스 디자인 수장작들 일부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주 잘 만든 작업들을 모아둔 곳에서 직접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매력적인 전시다.
오디너리피플(Ordinary People)
강진·서정민·안세용·이재하·정인지, 다섯 디자이너의 디자인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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