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글자를 다루는 모든 사람은 ‘타이포그래퍼’이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보고서나 이메일, 안내문 등을 위해 스스로 글자체와 레이아웃을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말에 고개가 끄덕여질 만하다. 글을 쓰고 조판하고 인쇄(또는 출력)하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이 경험하는 일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글자체를 선택하거나 지면(또는 화면)에 글자를 배치하는 문제와 마주하면 주저한다. 우리는 여전히 사려 깊고 목적에 맞는 타이포그래피를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고 강력한 의사소통 방법임을 알아야 한다.
오늘 소개할 책 〈텍스트와 타이포그래피〉는 타이포그래피를 광범위하게 다룬다. 세계적 디자이너들의 작업과 함께 타이포그래피가 텍스트와 어우러지는지 파헤친다.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교과서는 대부분 가장 먼저 활자와 레터링에 관해 이야기한다. 때로는 활자의 역사를 살펴본 뒤 오늘날의 상황을 짚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텍스트와 타이포그래피〉의 출발점은 인쇄물과 화면의 타이포그래피이다. 그 뒤에는 글자체와 이미지, 장식, 레이아웃, 색 등 타이포그래피를 구성하는 요소를 살펴본다. 역사적 보기는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오늘날에는 판형이 정사각형이 책이 비교적 많이 출간된다. 이는 수량이 한정된 종이로 책을 만드는 경제적 방법이다. 정사각형 책을 만들 때는 르네상스 시대의 방식을 따른 레이아웃을 이해할 필요가 없다. 단지 자신의 직관과 눈을 믿고 따르면 된다. – 48쪽 ‘책 디자인 공식’에서
타이포그래피가 텍스트를 위한 보이지 않는 전달자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디자이너의 임무는 더욱 커졌다. 독자를 위해 어떻게 텍스트를 만들어야 하고, 어떻게 그 내용을 해석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했다. 디자이너는 어느 정도 공동 작가가 됐다. – 44쪽 ‘타이포그래피와 좋은 아이디어’에서
글자체 디자인과 인쇄 기술에 관한 약사(略史)는 이 책의 중심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긴 부록이다. 〈텍스트와 타이포그래피〉의 논지는 현대 디자인 이론을 바탕으로 하며, 무엇보다 실질적이고 기능적이다. 글자체를 디자인하는 기술에 대해 그 어느 책보다 깊게 파고들고, 폰트를 사용할 때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문제를 다룬다. 이 책의 지은이 얀 미덴도르프는 세계적 폰트 회사 폰트숍(FontShop), 폰트폰트(FontFont) 등에서 작가, 편집자, 컨설턴트 등으로 일했으며,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쳐왔다.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된 그의 첫 책 〈한 줄의 활자〉에 이어 그의 폭넓은 경험을 반영한 〈텍스트와 타이포그래피〉는 요컨대 타이포그래피의 내용과 형식에 관한 현대적 이론과 실제가 어우러진 ‘오늘날의 타이포그래피 안내서’라 부를 만하다.
책 정보
텍스트와 타이포그래피(Shaping Text)
저자: 얀 미덴도르프(Jan Middendorp)
역자: 김지현
출판사: 안그라픽스
출간일: 2015.04.01.
가격: 2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