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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디자이너 인터뷰 #4 아티스트 그룹 ‘트로이카’

    대림미술관 전시 〈트로이카: 소리, 빛, 시간 – 감성을 깨우는 놀라운 상상〉의 세 작가들을 만나다


    인터뷰. 최현호 / 번역. 김종호

    발행일. 2014년 04월 07일

    영국 디자이너 인터뷰 #4 아티스트 그룹 ‘트로이카’

    2003년부터 3인조로 활동해 온 영국의 아티스트 그룹 트로이카(Troika, 홈페이지). 멤버는 에바 루키(Eva Rucki, 1976년 독일 출생), 코니 프라이어(Conny Freyer, 1976년 독일 출생), 그리고 세바스티앙 노엘(Sebastien Noel, 1977년 프랑스 출생)이다.
    
    그들은 영국의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에서 수학하는 동안 만나 현재는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지와 공간적 경험에 대한 특별한 관심으로 인간의 자각 경험에 대한 실험적 작품을 시도해 왔고 드로잉, 조각, 설치 조형물을 통해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는 새로운 방식을 선보인다. 앎이라는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그리고 앎에 관한 우리의 지식이 확실한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트로이카는 2007년부터 뉴욕 현대미술관, 런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미술관, 시카고 미술관, 테이트 브리튼에서 수많은 작품을 선보였으며 작품 중 일부는 곳곳에 영구 소장되어 있다. 또한, 한국에서는 오는 4월 10일(목)부터 10월 12일까지 대림미술관에서 전시 〈트로이카: 소리, 빛, 시간 – 감성을 깨우는 놀라운 상상〉을 국내 최초로 개최한다.

    각자 디자이너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세요?

    저희 셋은 드로잉, 영상 촬영, 설치미술, 사진, 디자인, 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익혔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작품을 만들 때 유용한 도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예술가로서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창조적으로 표현하고 반응하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우리가 개발하는 작품은 이것의 결과물이며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일들에 대한 질문과 반응을 표현하는 수단이 됩니다. 또한, 존재했으면 하는 것들을 만들기도 합니다. 저희 작품은 주관적인 의견과 발견의 산물이며 복잡하고 모순된 세상을 지각하는 하나의 방식입니다. 셋이 함께 일하니까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일이 더 수월해졌습니다. 이러한 공동작업이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현실과 자기 자신에 대한 수많은 표현과 인상을 드러내기 위해 개인적인 이기심을 자제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서 우리는 이 세상과 서로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히게 됩니다. 각각의 작품은 이전 작품의 결과물입니다. 저희가 개인적으로 성장하는 만큼 작품도 발전해 가지만 꼭 정비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작품은 우리의 관점과 창조와 사고의 혼합물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형성되고 진화해 온 발전적인 논쟁, 이것이야말로 저희 작품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어요. 타협으로부터 나온 게 아닙니다.

    일하지 않을 때는 보통 뭘 하시나요?

    일과 여가를 엄밀히 구분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주중 대부분 시간을 작업실에서 보내기는 하지만 작업실 밖에서 벌어지는 일 역시 작업실 내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에 못지않게 작품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작업 공간은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먼저 개인을 위한 공간인데요, 세 명 각각 다른 개인 공간을 사용합니다. 독서, 글쓰기, 관찰, 수집, 상상, 드로잉 등을 하면서 지낼 수 있는 공간이에요. 다음은 공동 공간인데요, 대화와 토론, 사고 형성과 공유, 그리고 논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심화하는 곳입니다. 마지막은 작업실 바깥 공간입니다. 작업실을 벗어나 걷거나 저녁을 먹거나 여행을 하면서 영감을 얻게 되지요. 작업실은 어떤 면에서 공동 공간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저희가 느끼는 에너지는 굉장히 다릅니다. 작업실에 항상 3~6명의 인턴이 있기 때문에 작업실이야말로 실제로 실험, 개발, 창작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열중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The sum of all possibilities’는 중앙의 원형 이미지가 회전하며 몇 가지 뚜렷한 패턴이 반복되는 원리를 활용하여 무한한 변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일깨워 줍니다. 패턴이 어떠한 형태로든 무한히 진화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장치는 정해진 수의 순열대로 변화를 반복할 뿐입니다. ‘Cloud’의 앞면은 은색, 뒷면은 검은색으로 된 수천 개의 원형 장치들이 앞뒤로 뒤집히면서 움직이도록 매달아 놓은 조형물입니다. 이 원형 장치들은 예전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것인데요, 전에는 기차역과 같은 곳에서 열차의 출발과 도착을 표시해 주던 전광판들입니다. 시간을 알려주는 실용적인 기능을 하는 생활용품이라는 것으로부터 발상을 전환하여 원형 플립 장치들을 3차원 공간에 배열함으로써 전혀 다른 기능을 수행하게 하였습니다. 일부러 쓸모없는 재료를 사용하여 사람들이 그것의 예전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고 변화된 모습을 발견하게 함으로써 ‘Cloud’는 물건의 사용 가능성, 생산성, 소비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저희 작품은 우리가 보는 것과 아는 것, 신념과 지식의 대비에서 출발합니다. 우리는 앎이라는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그리고 앎에 관한 우리의 지식이 확실한 것인지 스스로 질문합니다. 세상을 어느 정도까지 자기만의 버전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우리는 하나의 관점이나 규칙이 현실의 전체 모습을 담아낼 수 있는지, 그렇다면 그 방법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 합니다. 인류는 끊임없이 현실을 이해하고 제어하기를 바라 왔습니다. 주관적인 경험들은 그 개인에게는 진실이겠지만 그러한 경험으로 진실의 전체 모습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대림 미술관에서 전시를 열기 위해 서울에 오신다고 들었는데요, 정말 기대됩니다! 전시회를 열게 된 소감 한 말씀 부탁 드려요. 그리고 전시장에 따라 다른 작품을 전시하는지요?

    예를 들어 런던, 서울, 뉴욕 등 다른 곳에서 전시회를 열 때 뭐가 달라지나요? 네, 그렇습니다. 4월 10일에 라는 전시회가 열립니다. 많은 작품이 앎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전시 타이틀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들이 서로 모순된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단순한 렌즈를 통해 현실의 일면만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들은 이방인과 대화를 시작하게 하려는 의도가 들어있는데요. 전시회에서는 순수하게 이성적으로 이 세상을 묘사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묻고, 각기 다른 지도가 동일한 장소를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듯 각기 다른 형태의 지식이 물질 세계를 보다 진실하게 이미지화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전시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작품들도 일부 있는데요, 같은 작품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하루 전의 실시간 날씨 데이터를 조형물에 보내어 ‘어제’ 당시의 ‘실시간’ 서울 날씨를 알려줍니다. 동일한 ‘최신’ 기술이 항상 연결되어 있고 완벽하게 업데이트되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입니다. 또 하나 예를 들면, 가 있는데요. 이번 전시회를 위해 특별히 제작했습니다.

    The Weather Yesterday
    The Weather Yester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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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철학은 무엇입니까? 다시 말해서 ‘좋은 디자인’이란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디자인 철학이 작업 프로세스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말씀해 주세요.

    디지털 기술이 일상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나날이 늘면서 디자이너들도 그에 부응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제한된 시간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툴을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더 오랫동안 우리 활동의 일부가 되는 기술을 만들고 반성과 명상의 시간을 목표로 하는 기술을 현안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이 실용주의가 아닌 것처럼 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디자인은 필요에 의한 표현입니다. 즉, 의미를 나타낼 필요 말입니다. 저희는 실용성을 추구하는 디자이너라기보다는 예술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고 하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예술과 디자인은 이러한 이슈를 철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게끔 해 주며,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추구하게 합니다.

    작품을 살펴보면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여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려고 했던 80년대 작가들의 작품과 유사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작업하는지 궁금하고 또, 어떤 점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디지털 기술로 고정관념을 깨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건가요?

    기술은 ‘이 시대의 정신’입니다. 우리는 인류의 진보라는 개념이 기술의 진보로 대체되어, 기술 발전이 더 나은 삶을 가져다주기를 바라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는 이 세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를 알고자 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과학과 종교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설명하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둘 다 일반적인 사실과 연관 지을 수 있는 말들로 우주에 대해 설명하고 또 논쟁을 벌입니다. 예술도 그랬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인간은 혼자서도 이러한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술이 이를 도왔습니다. 기술은 이 시대의 마술과 같은 것입니다. 자연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우리를 인도하고 변화와 발전을 낳았습니다. 기술은 새로운 형태의 마술입니다. 저희 작품은 이것을 반영한 것이고요.

    스튜디오에서 작업할 때 세 분 각자의 역할이 따로 정해져 있나요?

    협력 작업은 하나의 관점이나 규칙이 현실의 전체 모습을 담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같이 일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게 되고, 서로 반대되는 것을 합쳐서 제3의 새로운 결과물을 찾는 과정에서 발견한 것들이 작품에 녹아듭니다. 절대로 타협을 하지는 않습니다. 프로젝트를 온전히 신뢰하고 그것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동의한 상태에서만 작품을 시작하거나 진행합니다. 철학가, 작가, 예술가에 대한 사랑을 공유하면서 서로 돕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작품뿐만 아니라 서로에게도 헌신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하면서 아량을 베푸는 법과 취사선택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학문 간 교차 프로젝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작품에는 어떤 관련이 있나요?

    저희 작품을 통해 저희는 과학과 예술, 기술 발달과 철학적 논쟁, 효율과 감성 등 표면상 이질적인 두 개념의 통합을 시도해 왔습니다. 이성적 사고와 수학적 세계관이 지배적인 사회에서 저희 작품은 현실의 경계가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이상(ideals)에 대해 논하며, 이상의 한계점을 가시화해 보려고 합니다. 과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학은 현실을 과학적 모형에 의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형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현실의 이미지를 재구성할 때, 우리는 현실 자체가 아니라 모형의 지식이 반영된 이미지를 창조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것이 현실의 축소 버전이라고 치면, 우리는 이러한 과학적 모형들의 형식 언어에서 발견되는 역설과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휴머니스트의 자세로 현실을 읽게 됩니다. 이러한 것을 강조하고 모형의 해석을 바꾸면서 다르게 바라보는 방법과 궁극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여유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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