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들은 자기만의 색채가 진하다. 작품의 개성만큼이나 대중에게 노출되는 그들의 캐릭터는 다채롭다. 그런 면모가 본인이 의도한 것이든 일상적인 것이든, 어쨌거나 줄곧 지속 가능한 성질로서 미디어에 각인되어왔다는 점은 분명히 인정할 만하다. 가령, 칩 키드(Chip Kidd)의 촐랑거리는 화술과 제스쳐(그는 촐랑댐을 추진력 삼아 ‘본질’에 가 닿는 독특한 스피커다), 에릭 슈피커만(Erik Spiekermann)의 다소 호전적인 어투(억센 독일 억양까지 곁들여진 그의 언변에는 기본적으로 ‘내가 옳다는 걸 증명해주겠다’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데이비드 카슨(David Carson)의 유쾌한 냉소(결코 흥분하지 않는다, 웃으면서 ‘깐다’, 라는 자신만의 원칙이 있는지도 모르겠다)처럼 말이다.
* 이 기사는 윤디자인연구소 통합 폰트 스토어 ‘font.co.kr(폰코)’에 포스팅한 글을 재구성한 것입니다.(원문 보러 가기)
이들의 색채가 유지될 수 있는 까닭은 두말할 것도 없이 대중 덕분이다. 대중이 그들의 색채에 반응을 지금껏 보여왔으므로, 그들의 색채는 바래지 않고 생생히 유지된 것이다. 대중의 반응을 잘 살피는 영특한 이 디자이너들은, 그래서 SNS를 통한 자기 캐릭터 구축에 공을 들인다. 세간의 이슈에 대한 짧은 코멘트, 사변적인 이야기, 일상 스케치(이들도 ‘인증샷’을 남긴다), 전문가로서의 남다른 안목을 부각하는 디자인 관련 게시물 등을 대중과 공유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러한 ‘소셜 셀프 마케팅’이 눈꼴사납다고 인상을 찌푸릴지도 모르나, 눈치 빠른 어떤 이들은 디자이너들의 SNS를 엿보며 자신만의 무언가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얻기도 한다. 참새떼 같은 트윗들이 우르르 날아가버리기 전에 잽싸게 낚아 리트윗, 그런 다음 자기 것으로 만든다. 가상의 예를 하나 들어보자면, 해외 유명 디자이너가 자신의 신간 출간 소식을 가장 먼저 트위터로 전했다면, 우리나라의 누군가가 그 트윗을 재빨리 낚아채 한국어판 번역 계약을 추진한다거나 하는 식이 될 수도 있겠다. 또는, 페이스북에 남겨진 어느 유명인사의 퍽 민감한 발언을 부여잡아 심층 인터뷰를 진행할 수도 있는 일이다.
이런저런 이유들을 다 차치하고서라도,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의 SNS를 훔쳐보는 일은 일단 재미있을 것이다. 그들이 활동하는 시장의 동향을 간접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겠고, 그들이 대중 앞에서 기뻐하거나 분노하거나 투정 부리는 기술을 익힐 수도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활발한 활동으로부터 자극(motivation)을 받게 되지 않을까. 이 같은 명분으로 아래에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의 트위터 계정을 부려놓는다. 과연 그들은 어떤 말(트윗)들을 어떻게, 왜, 누구에게 하고 있는지 면밀히 염탐해보자. 별것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그들이 그 별것 아닌 말들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는 점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