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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의 변화를 담은 조용한 목격담 <마크리부 사진 전>

    '양극의 시대를 관통했던 감성 사진가' 마크리부(Marc Riboud). 마치 단편영화를 보는 듯한 그의 사진에는 한 컷 한 컷에 이어지는 스토리가 있다.


    글. TS 편집팀

    발행일. 2013년 02월 08일

    역사의 변화를 담은 조용한 목격담 <마크리부 사진 전>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오래된 흑백 사진이 주는 카타르시스. 마른 마음에 이토록 진한 감동을 돋게 하다니 그 자체로 위대했다. ‘양극의 시대를 관통했던 감성 사진가’ 마크리부(Marc Riboud). 마치 단편영화를 보는 듯한 그의 사진에는 한 컷 한 컷에 이어지는 스토리가 있다. 당연히 보는 이마다 그 이야기는 달라지겠지. 마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 동화같이 같은 줄기, 다른 몽우리가 진다. 그렇게 한 컷에서 파생된 상상으로, 여운으로 이어진 발걸음은 전시장을 나와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되는 것 같았다.

    “당신이 찍은 최고의 사진은 무엇입니까?”

    “내일 찍을 예정입니다.”

    –마크리부-

    전시장 전경

    <에펠탑의 페인트공>, <꽃을 든 여인>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거장 마크리부 전이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고 있다. 그는 반세기가 넘는 동안 윈스턴 처칠, 마오쩌둥, 파블로 피카소 등 위대한 리더들의 가장 빛나는 순간과 역사적인 현장 속 일반인들을 카메라에 담았던 작가이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파리와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최고의 감동을 이끌어 냈던 190점의 사진이 총 6개의 테마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뜻한 인류애와 특유의 유머 감각을 카메라로 잡아 은유하고 상징한 그의 작품은 사진이라는 이름에 가두면 안 될 정도로 무한한 콘텐츠를 품고 있는듯했다.

    [좌]에펠탑의 페인트공, 파리, 1953   [우]에펠탑의 페인트공 「라이프」지 첫 게재, 1953

    소련과 미국으로 대변되던 양극의 시대, 마크리부는 그 어떤 것도 금기시됐던 소련(구 러시아)과 중국의 소식을 서방에 전달했던 유일한 사진가였다. 혼자만 알고 있는 비밀의 문을 통해 신비로운 적대 국가를 넘나들었던 것일까? 그의 사진들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그가 털어놓은 금단 지역의 목격담은 차분하고 섬세하며 감성적이다.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울림과 여운으로 바꾼 마크리부만의 특별한 시선을 따라가 본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사진은 1953년 마크리부를 저널리스트로 처음 데뷔하는 계기가 됐던 사진 <에펠탑의 페인트공>이었다. 320m가 넘는 에펠탑 위에서 안전장치 하나 없이 곡예 하듯 미소를 지으면서 페인트칠을 하는 자주(Zazou)라는 이름의 페인트공. 마크리부는 그를 통해 노동의 고단함과 위험함 보다는 삶 속의 위트와 음악적 향유를 느낄 수 있는 강한 메시지를 담아냈다. 이 작품은 연출되지 않았지만, 마치 무성영화의 한 장면처럼 연극적이다.

     꽃을 든 여인, 베트남 반전시위, 워싱턴 D.C., 1967년 10월 21일

    <에펠탑의 페인트공>과 같이 마크리부를 세계적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한 작품, 바로 <꽃을 든 여인>이다. 1967년 10월 21일 미국 국방성 펜타곤 앞에서 베트남의 평화를 기리는 반전 평화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곳에서 당시 17세였던 미국 소녀 얀 로즈 캐스미어는 총검을 든 군인들에게 꽃 한 송이를 건네며 평화와 희망을 말하고 있다. 꽃을 든 여인보다 총검을 겨누는 군인들의 눈빛에서 두려움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이 작품은 현재까지도 다양한 장르에서 평화와 반전시위 상징의 오마주로 사용되고 있다.

    마크리부는 격동의 아시아를 바라본 사진가이기도 하다. 역사의 격정적인 순간을 포착하는 것보다는 의미심장한 태도로 역사 이후의 모습을 암시적으로 표현한 작가라고 한다. <구내식당>은 중국 안산의 한 철강공장에서 보호 안경을 낀 채로 바쁘게 밥을 먹는 근로자들의 모습을 통해서 노동력 집중화 산업을 장려했던 대약진 운동의 전조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 촬영한 <촬영대회> 사진은 패전 이후 일본의 부흥기의 단면을 보여준다.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모델 촬영대회에서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에서 오늘날 카메라 산업과 전자 산업의 모태가 된 경제 대국 일본의 역동적인 분발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좌]이브 생 로랑, 파리, 1964   [우]오드리 헵번과 멜 페러, 파리, 1960

    사진 속 일상에서 만나는 세기의 리더들과 아티스트들은 정말 반갑다.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의 정갈하고 세련된 청년 시절, 패션쇼를 진지하게 관람하고 있는 <오드리 헵번>, 대중에게 연설하기 전 긴장된 모습의 <윈스턴 처칠>, 강아지를 이끌며 한가롭게 산책을 즐기고 있는 화가 <파블로 피카소>, 연회장에서 깊은 생각에 빠진 듯한 <마오쩌둥>, 1956년 석가탄신 3,000주년 기념을 맞아 인도를 방문한 <달라이 라마> 등의 모습은 왠지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는 저널리즘 사진에 충실했던 동시대 사진가의 태도와는 다르게 산책하면서 사색하듯 사진을 찍고자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사진에는 대상과 다소 떨어진 거리로 인한 더 많은 공간이 존재하고, 이는 절실함을 재촉하지 않는 대신 생각하게 하는 여유를 준다고. “사진이 세계를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언제 변화하는지 그 특별한 순간은 보여줄 수 있다.”는 마크리부의 말이 있다. 프랑스, 영국, 미국, 소련과 중국, 일본, 인도, 알제리,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가나 등 세계 여러 지역의 ‘사람’을 통해 특별한 순간을 포착해 낸 거장의 시선을 만나보자.

    [왼쪽부터] 파블로 피카소, 생트로페즈, 1957 / 마오쩌둥의 침실, 중국, 1965 / 달라이 라마, 인도, 1956

    아울러 이번 전시는 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데, 마크리부 사진 전도 보고 사진에 관한 모든 체험을 할 수 있는 테마파크 전시회이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테마 스튜디오에서는 마크리부 사진 속 주인공이 되어 페인트공도 됐다가 평화의 아이콘인 꽃을 든 여인도 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또한, 이곳에서 찍은 사진은 모두 찾을 수 있다고 하니 추운 겨울, 야외가 아니라도 가족들과 연인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좌] 노 젓는 사람들, 가나, 1960   [우]난민수용소의 어린 아기엄마, 콜카타, 인도, 1971

    전시 정보

    니콘과 함께하는 Life in Pictures & 마크리부 사진전

    기간: 2012년 12월 7일(금)~2013년 3월 1일(금)

    장소: 킨텍스 제 2전시장 9B홀

    주최/주관: ㈜킨텍스/㈜코바나컨텐츠

    후원: 상명대학교, 중앙대학교

    홈페이지

    관람 요금

    성인 15,000원

    청소년 10,000원

    초등학생 이하 6,000원

    3세 미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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