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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의 북마크] ‘읽는’ 콘텐츠를 위한 사이트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크리에이터’ 내지는 ‘1인 미디어’라 하면 자연스럽게 영상 콘텐츠 창작자와 영상 콘텐츠 기반 채널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글. 임재훈

    발행일. 2022년 05월 10일

    [에디터의 북마크] ‘읽는’ 콘텐츠를 위한 사이트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크리에이터’ 내지는 ‘1인 미디어’라 하면 자연스럽게 영상 콘텐츠 창작자와 영상 콘텐츠 기반 채널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다음으로 연상되는 대상은 그래픽 디자인이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물을 선보이는 창작자, 그러한 산출물들이 게시된 플랫폼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크리에이터’와 ‘1인 미디어’라는 표현의 지시 대상을 머릿속에서 유튜버와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인스타그래머로 선별적 구체화를 해놓고 있는 것이다. 『타이포그래피 서울』 에디터만의 뇌 구조(?)만 이런 건 아니리라 생각한다.

    콘텐츠 풍토라 할까 경향성이라 할까, 지금은 어쩐지 ‘콘텐츠’라는 명명의 조건이 ‘영상 또는 이미지 제작물일 것’으로 대중적 합의가 되어 있는 듯하고, 그래서인지 아직까지는 이 관념이 별 저항 없이 통용되는 것 같다. 일례로 2000년대 초반 이른바 파워 블로거 열풍이 불었던 시절엔 ‘영화 리뷰어’ 하면 당연히 영화 리뷰 블로그 운영자를 가리켰지만(인기 블로거의 영화 리뷰 포스트를 모은 책들도 출간되고는 했다), 지금은 그 지시 대상이 영화 리뷰 유튜버다.

    『타이포그래피 서울』 에디터의 견해에 ‘응? 그건 당신 생각이고’ 하실 분들도 계실 줄로 안다. 그렇기는 해도, 영상 및 이미지 외의 방식으로 산출되는 창작물·작업물, 예를 들어 글이라든지 공작물·공예품 등이 현재 콘텐츠 시장의 메인스트림에서는 그 활약상이 (영상물과 이미지에 비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에는 동의하시리라 생각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크리에이티비티 영역을 막론하고 어떤 콘텐츠든 ‘시청’이라는 방식으로 소비되고 스트리밍되는 형태가 보편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텍스트 콘텐츠 쪽은 공작물이나 공예품보다 자신을 드러내는 데 좀더 불리한 위치인 것 같다. 즉, 텍스트 콘텐츠는 ‘시청’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아니,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디오북이나 대독(代讀) 영상물이 버젓이 존재하지 않나, 라는 이견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례들의 산출 유형은 어쨌거나 ‘글-텍스트’가 아니다. 오디오북과 대독 영상물 이용자는 (읽기가 아니라) 청취와 시청 행위로 콘텐츠를 감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글-텍스트는 애초에 읽기 행위를 염두에 두고 제작(집필)되는 콘텐츠다. 오디오북과 대독 영상물은 글-텍스트 콘텐츠를 시청각 콘텐츠로 변환한 결과물인 셈이므로, 글-텍스트 콘텐츠와 동일한 레이어로 배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반면에 공작물과 공예품은 ‘시청’의 형태로도 오리지널리티의 정취를 감상할 수 있다. 공작과 공예 과정을 기록한 영상 콘텐츠가 그 예다. 물론 실물의 물성을 감각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겠으나, 어쨌든 공작물·공예품 자체를 ‘봄으로써 감상한다’는 콘텐츠 수용 양태는 유지된다. 아울러 영상 콘텐츠만의 특질인 영상미와 음향 효과, 또는 내레이션까지 추가된다면 공작물과 공예품의 오리지널리티는 ‘연출의 묘’까지 더함으로써 긍정적인 파급력을 갖게 될 것이다. 어쩌면 실물을 감상할 때보다 훨씬 더 강렬한 정서 활동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글은 읽힘으로써 효용 가치를 획득하는 콘텐츠인데, 읽기 행위와 그로 인한 정서 활동은 글 자체를 마주해야만 가능하다. 글 자체를 마주한다는 건, 말 그대로 한 글자 한 글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나간다는 것이다. 콘텐츠를 ‘시청’하는 행위와 비교하면 대단히 정적인 경험이다. 영상미도 음향 효과도 없고, 실시간 댓글을 보는 소소한 재미도 없다. 이미 읽은 부분을 다시 읽을 수는 있지만, 아직 읽지 않은 내용을 두고 스킵(skip) 또는 FF(fast forward) 버튼을 누를 수도 없다. 물론 그냥 넘겨버릴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 글 한 편의 내용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을 것이다.(이 점은 영상 콘텐츠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그래도 텍스트 콘텐츠에 비해 스킵/FF 구간을 찾아 시청하는 과정이 읽기 행위만큼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당연한 얘기지만 ‘시청자’가 따로 있고 ‘독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콘텐츠 수용자는 시청자도 됐다가 독자도 됐다가 하면서 정서 활동을 이어간다. 특기할 만한 점이라면, 지금은 콘텐츠 수용에서 ‘시청’의 방식이 ‘읽기’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써놓고 보니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이라는 표현은 과한 것 같다. 정말로 우위에 있는지 입증할 적확한 데이터를 제시할 수도 없다. 무책임한 실언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순화하여 환언할 필요가 있겠다. 일상성(日常性, 날마다 반복되는 성질) 점수를 1부터 10까지 매겨볼 경우, 확실히 ‘시청’은 ‘읽기’보다 높은 득점을 기록할 것이다. 버스와 지하철 안에서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는 승객들과 글-텍스트 콘텐츠를 읽는 승객들 중 어느 쪽이 더 일상적으로 목격되는가, 하는 얘기다. 또한 요즘 글-텍스트 콘텐츠 제작자는 ‘시청에 익숙한 사람들을 읽기 환경으로 초대하기(make viewers into readers)’라는 도전 과제와 당면하고 있다는 얘기다.

    『타이포그래피 서울』 에디터도 그러한 도전자 중 한 명이다. 오프라인 쪽, 그러니까 출판업은 경험해본 적이 없으므로 이러저러한 방술을 적어볼 입장이 못 된다. 다만 온라인 영역에 한정 지어 얘기하자면… 두 가지가 늘상 절실하다. 하나는 시청 환경의 시청각 요소 못지않은 읽기 환경의 감각적 요소를 구현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읽기 경험을 통한 환희(!)를 최대치로 선사할 만큼의 좋은 글을 수급하는 것이다. 두 가지를 동시에 구축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전자는 웹 사이트 개발과 디자인 분야고, 후자는 글 쓰는 이로서의 노력 여하(끝없는 필력·정보력·기획력 단련)와 필자 섭외 및 발굴 재량에 관한 것이다. 어느 쪽도 쉽다 할 수 없지만, 일단 후자 쪽은 어쨌거나 나만 애쓰면 될 일이라 진입 장벽도 진행 과정도 딱히 까탈스러울 일이 없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는 예산과 협업이 필요한 일이다. 나 혼자 노력하는 걸로는 아무 것도 바꿀 수가 없다. 이따금 웹 서핑을 하다 뜻밖의 가장(佳章, 잘 지은 좋은 글)과 웅편(雄篇, 뛰어난 좋은 글이나 작품)을 발견할 때가 있는데, 그 글들이 게시된 매체 사이트의 낙후한 구색을 보며 안타까워 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중 전자가 충족되지 않은 사례인 셈이다.

    이번 [에디터의 북마크] 주제가 「‘읽는’ 콘텐츠를 위한 사이트들」인바, 이렇게 긴 서문을 준비해 보았다. 텍스트 콘텐츠 크리에이터 중 한 명으로서 리딩(reading) 콘텐츠에 대한 견해를 밝혀본 것이다. 「영상·이미지 시대, 어느 글-텍스트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넋두리」라는 제목을 붙이면 썩 어울릴 만한 글이다. 논설문이라 보기엔 고개가 갸웃거려지지만 어쨌든 서론-본론-결론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지금 이 문단의 앞 단락을 결론부―영상·이미지 시대의 글-텍스트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시청에 익숙한 사람들을 읽기 환경으로 초대하기’라는 도전 과제와 당면해야 한다―로 정해도 무방하겠다. 그리고, 아래의 북마크 다섯 가지는 이 글의 결론부에 긍정적 실례로 열거될 수 있는 사이트들이다. 기존 [에디터의 북마크] 시리즈보다 서문이 몹시 길었던 관계로, 다섯 사이트 각각에 대한 에디터 코멘트는 생략하기로 한다. 지금 이 콘텐츠에서의 ‘읽기’는 이것으로 마친다. 아래 사이트들에서 새로 ‘읽기’를 시작해보길 권하며―


    북마크 ❶ 『인테러뱅』 ― https://interro-bang.org

    『인테러뱅』 사이트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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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테러뱅(Interrobang)은 ?(물음표/Interro-, Interrogation point)와 !(느낌표/*Bang)가 합성된 감탄 부호로, 1962년 뉴욕의 광고 회사 대표였던 마틴 스펙터(Martin K. Speckter)에 의해 고안되었다. ‘?!’ 혹은 ‘!?’와 같이 의문과 감탄을 동시에 나타내는 구두점으로서, 문장 속에 내포된 필자의 의문을 강조하여 독자로 하여금 질문의 의도와 본질을 추적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본 프로젝트에서는 의문을 사유로만 남겨두지 않고 보다 현실적인 해법의 발판으로 삼고자하는 의지,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주고받게 될 다양한 ?와 !를 상징한다. 인테러뱅은 온라인 플랫폼의 유동성을 적극 활용하여 다양한 창작자를 소개하는 동시에, 그것의 기능을 의심하고 실험해봄으로써 코로나 판데믹으로 인해 발생한 제약과 난관을 극복할 방법을 모색한다.”


    북마크 ❷ 『1.5°C ― http://105orless.com

    『1.5°C』 사이트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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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C』는 환경 문제로 인한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하나뿐인 지구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며 실천에 동참하는 기후 위기 대응 매거진입니다.”


    북마크 ❸ 『When you print,』 ― http://whenyouprint.com

    『When you print,』 사이트 화면 캡처

    from ABOUT

    ‘지도’를 매개로 서울 지역 곳곳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프로젝트 그룹 ‘아마추어 서울’이 기획한 본 플랫폼은 인쇄 공정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습득한 인쇄 노하우(knowhow), 경험의 문장들을 담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인쇄에 대한 이야기 또한 이곳에서 자유롭게 나누며 누군가에게 유용한 정보로 이용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북마크 ❹ 『얼룩소』 ― https://alook.so

    『얼룩소』 사이트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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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ookso』는 ❶서로의 관점을 신뢰할 수 있는 이용자들과 안전하게 의견을 나누고, ❷신뢰할 수 있고 투명한 추천을 바탕으로 각자가 주도적으로 컨텐츠를 구성하며, ❸다양한 관점을 가진 이들이 경쟁, 협력하는 분산 생산을 통해, ❹관점의 성장, 관점의 공유, 관점의 융합 및 창발이 일어나는 집단 지성을 구현함으로써, ❺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미디어 & 공론장 플랫폼입니다.”


    북마크 ❺ 『농담』 ― https://nongdam.kr

    『농담』 사이트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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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담』은 2030 청년들을 위한 시골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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