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건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기 전까지 ‘우크라이나’라는 나라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우리나라와의 시차가 7시간이라는 점, 할리우드의 배우 밀라 요보비치(Milla Jovovich)가 이 나라 출신이라는 점 정도만 알고 있었다. 러시아에 대한 관심도 딱히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학생 시절에 배웠던 모스크바 건축 양식이라든지 러시아 아방가르드 덕에 그래도 ‘친숙한 나라’로 여기고 있기는 했다. 적어도 우크라이나보다는 낯이 익다고 해야 할까. 대한민국 대 우크라이나, 대한민국 대 러시아. (물론 불가능한 일이지만) 만약 두 축구 경기가 동시간대에 중계된다면, 당연히 러시아와의 경기를 더 보고 싶었을 것 같다. 우크라이나는 말하자면, 존재한다는 건 알지만 인사를 한다거나 안부를 묻거나 하진 않는 ‘옆집’ 같은 국가였다. 그러나 2022년 2월 24일 이후 우크라이나는 더이상 낯선 옆집일 수 없게 되었다. 비유하자면 대한민국 대 터키 축구 경기를 볼 때와 유사한 정서를 이제는 대한민국 대 우크라이나 경기에서도 얼마간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 팀과 상대 팀을 함께 응원하는 태도 말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우크라이나의 디자이너들과 스튜디오들’로 이어졌다. 그들은 어떤 작업을 할까, 어떤 클라이언트들과 일할까, 몇 명이서 일할까, 다들 어떻게 생겼을까, 다들 잘 지내고 있을까, …. 국내 디자이너 및 스튜디오를 인터뷰하기 전 품게 되는 익숙한 호기심들이 똑같이 생겼던 것이다. 향후에 전시 상황이 종료되고 때가 맞으면, 아래 소개한 스튜디오 다섯 곳을 직접 인터뷰해볼 계획을 갖고 있다. 그때가 너무 늦지 않게 오기를 바라며 ● ● ● #PrayForUkraine
북마크 ❶ League Design Agency
디자이너 마이크 사모바로프(Mike Samovarov)와 사업가 콘스탄틴 데그티아레프(Konstatin Degtiarev)가 2017년 설립했다. 두 사람은 친구라고 한다. 디자이너 친구와 경영학을 전공한 친구가 디자인 사업체를 만든 셈이다. 작은 스튜디오로 시작해 지금은 25개국 120개 클라이언트를 지닌 글로벌 에이전시로 성장했다. 우크라이나 서부의 리비우(Liviv), 폴란드의 대도시 카토비체(Katowice)에 각각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 시간으로 2022년 4월 16일, 러시아의 폭격으로 인한 폭발음이 리비우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서 잇따른다는 국내 보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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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크 ❷ twid
이 스튜디오도 2017년 문을 열었다. “과감해지는 것과 실험적 솔루션을 탐색하는 데 두려움이 없다(We aren’t scared to be bold and try out experimental solutions)”라는 소개문이 인상적이다. 사이트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무척 쾌활하고, 포트폴리오 카테고리 구성은 우리나라 디자인 스튜디오들과 유사하다. 여러 모로 친근함이 느껴지는 스튜디오다. 다만, 소재지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Kyiv)라는 점이 마음 쓰인다. 키이우를 비롯한 그 일대는 러시아의 침공 이래 피해가 가장 집중된 지역이다. 민간인 사상자 수도 많았다. 스튜디오 사이트의 경쾌한 메인 페이지가 못내 안타까워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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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크 ❸ nome
2017년 오픈한 스튜디오로, 미국·캐나다·영국·독일·호주·아랍에미리트 등 다국적 클라이언트들과 일하고 있다. 스튜디오 사이트의 ‘클라이언트 리뷰’라는 미니 인터뷰 클립이 인상적이다. 함께 일해본 클라이언트들이 직접 만족도를 밝히는 영상이다. 발주사 관계자가 외주사(대행사) 홈페이지에 얼굴과 직함을 공개하며 홍보 멘트를 해주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스튜디오가 위치한 곳은 앞의 League Design Agency와 같은 리비우다. 폴란드 국경 인접 지역으로, 이곳 리비우 공항은 한국 시간으로 2022년 3월 18일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미사일 여섯 발 중 두 발은 대공 방어 시스템에 의해 요격됐고, 나머지 네 발은 공항 내 항공기 수리창으로 떨어졌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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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크 ❹ ouum
공간 디자인, 제품 디자인, 3D 애니메이션 제작을 주력 서비스로 표방하는 스튜디오다. 스스로 표방하는 영감의 원천은 20세기 초의 이른바 ‘바우하우스(Bauhaus) 디자인’과, 앤디 워홀(Andy Warhol)을 기수로 하는 1960년대 팝아트다. 2016년 오픈 초기에는 상업적 스튜디오라기보다 예술인들의 아틀리에처럼 운영되었고, 그러다 점차 협업 규모가 커지고 참여 작가들도 많아지면서 지금의 스튜디오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앞서 소개한 nome처럼, ouum 역시 리비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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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크 ❺ LAZAREV
2015년 문을 열었고, 2021년 5월 6주년을 기념하며 스튜디오 구성원들끼리 바툼바(BATUMBA)라는 마스코트를 제작했다. 현재 스튜디오 입구 앞에 2미터 규모의 바툼바 상이 세워져 있다. 바툼바는 연대(unity)의 상징물인데, 탄생한 지 1년이 채 못 되어 가장 강력한 연대를 필요로 하는 시국이 우크라이나에 도래한 셈이다. 이 스튜디오 또한 앞의 twid처럼 수도 키이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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