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홍대앞 동네서점 땡스북스에 가면, 안그라픽스의 따끈따끈한 디자인 신간 두 권 『건축을 꿈꾸다』와 『창조성을 지켜라』를 만날 수 있다. 물론, 널따란 대형 스토어의 디자인 섹션에서도 이 책들을 만날 수는 있다. 하지만 도서 검색 컴퓨터가 굳이 필요 없는 소담한 동네서점에서라면, 거대한 대형 스토어에서보다 좀 더 쉽게 새 책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서점 입구에서부터 새 책이 놓인 진열대까지의 거리가 멀지 않다는 뜻이다. 책과 독자의 사이가 이렇게 방 안에 있는 듯 가깝다는 점이야말로 동네 책방(冊房)만의 매력이 아닐까.
게다가 그 동네서점이 디자이너(이기섭)가 직접 운영하는 땡스북스 같은 곳이라면, 디자인 책들과의 만남이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질 것이다. 어디 그뿐이려나. 땡스북스에 새 책들을 내놓은 안그라픽스는 1985년 디자인 전문 출판사로 시작한 곳인 만큼, 디자인 관련 서적들을 선보이는 방식 역시 ‘친디자이너적’이다. 디자이너가 주인장으로 있는 홍대 앞 동네서점에 디자인 신간 전시회를 연 것이다. 신간 두 권과 더불어 그동안 출간되었던 디자인교재 시리즈까지 함께 전시해놓았다. 서점 통유리창 너머 디자인 전공 학생들과 현직 디자이너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지 않겠나. 글. 임재훈
지난 2월 10일부터 땡스북스 안에 놓인 아담한 목재 탁자 하나는, 안그라픽스의 2012년 신간 및 디자인 교재를 소개하는 전시 테이블로 꾸며져 있다. <스물일곱 살 안그라픽스가 만드는 디자인 책>이라는 이름의 도서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것. 3월 8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회는, 앞서 말했듯 개강을 앞둔 디자인 전공 학생들과 현직 디자이너들의 시선을 모을 만하다. 일단 전시된 책들을 한번 보시라.
전시는 신간 도서전인 1부(2.10~23), 비신간 디자인 교재들을 소개하는 2부(2.24~3.8)로 나뉘어 진행되는 중이다. 2월 23일 끝난 1부 전시에서는 신간 『건축을 꿈꾸다』와 『창조성을 지켜라』, 비신간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르 코르뷔지에의 동방여행』·『자연스러운 건축』 등 다섯 편이 소개되었다.
이튿날인 2월 24일부터 시작된 2부에는 디자인 교재 시리즈인 『한글디자인 교과서』·『타이포그래피 교과서』·『북디자인 교과서』·『공공디자인 교과서』·『색채디자인 교과서』·『정보디자인 교과서』, 그 외 함께 소개된 『기초조형 Producing』·『기초조형 Thinking』까지 여덟 권이 선을 보였다.
1, 2부에서 만날 수 있는 총 열세 편의 전시 서적들은 물론 판매용이다. 전시가 끝난 뒤라도 서점 진열대에서 얼마든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전시 서적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아무래도 새로 나온 책 두 권이다. 안도 다다오가 쓴 『건축을 꿈꾸다』는 일종의 건축 에세이. 다다오는 근대 이후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 도시에 지어진 주요 건축물들의 변화를 통해 자신의 철학, 더 나아가 인간의 삶과 꿈을 풀어냈다.
또 다른 신간인 『창조성을 지켜라』는 안그라픽스가 첫 출간한 ‘디자이너 자기계발서’라는 점에서 특히 더 눈이 간다. 스스로를 ‘디지털 보헤미안’이라고 생각한다는 독일의 심리학자 프랑크 베르츠바흐가 저술한 책이다. 카테고리 목록을 살펴보니 ‘우리는 왜 일을 하는가?’ , ‘시간을 실용적으로 사용하기’, ‘마감 없는 목표는 꿈일 뿐이다’, ‘혼자 혹은 팀으로 일하기’, ‘재택근무의 장점’,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신화’ 같은 소제목들이 보인다. 프리랜스 디자이너, 스튜디오 디자이너, 혹은 양쪽의 갈림길에 선 디자이너 모두에게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까.
이 책이 설파하는 창조성 지키기 묘책은 크게 여섯 가지이다. 일상에서 창조적으로 일하라, 제대로 일하라, 혼자서 일하라,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라, 다르게 일하라, 일하지 말라. 책속에는 이런 말들도 있다. 굳이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모든 직업인들에게 해당되는 문구들인 듯한데, 어떨까. 당신은 얼마나 창조성을 지키며 일하고 계십니까?
『창조성을 지켜라』와 『건축을 꿈꾸다』를 비롯해 <스물일곱 살 안그라픽스가 만드는 디자인 책> 전시 1부에 소개되었던 책들은 지금도 땡스북스 중앙 코너에 진열되어 있다. 2부 전시 서적들이 소개되고 있는 목재 테이블과도 가까우니 쉽게 눈에 띌 것이다. 3월 8일까지인 전시 기간 중 한 권 이상의 신간을 구매하거나, 비신간 서적을 두 권 이상 살 경우, 안그라픽스에서 제작한 수첩 세트가 선물로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