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시민, 즉 모두를 섬기는 디자인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 보고서 〈거리의 디자인〉이 출간했다. 디자인의 순기능이 그러하듯, 공공 디자인은 이제 심미적인 측면을 넘어 지속가능성과 사회 공동선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 영역이 되었다. 얼마 전부터 부쩍 한국 사회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공공 디자인이라는 영역은 그러하기에 더욱 신중한 접근과 고민이 필요한 분야이다.
전 세계 거리의 구조물 및 시설물과 같은 환경 디자인, 공공 디자인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공공의 공간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디자인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의자, 화분, 나무 받침대, 자전거 거치대, 음수대, 휴지통, 쉼터, 조명과 같은 세부 사항으로 나뉘어져 있는 목차 안에는 클래식한 디자인부터 최근의 가장 혁신적인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위기의 거리의 디자인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지향점은 단 하나, ‘사람과 환경을 생각하며 이용객들의 삶의 질을 높일 것’이다. 이들의 디자인은 디자인 영역을 넘어선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카를레스 브로토(Carles Broto)는 20여 년간 링크스북스(LinksBooks)의 대표로서 건축과 디자인에 관한 획기적이고도 열정적인 프로젝트를 담은 책들을 만들어 왔다. 건축의 천국이라 할 수 있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를 기반으로 한 그의 책들은 실용서부터 최첨단 전문 서적에 이르기까지 편집자, 건축가, 디자이너로 구성된 국제적인 전문가 팀이 만들고 있다. 기업가이자 출판인으로서 인쇄물부터 디지털 발행물에 이르는 다양한 형식의 책을 세계 각국의 언어로 출간하고 있으며, 최근 개척정신에 바탕을 둔 프로젝트로서 전문가, 학생, 기관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상적인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인 ‘건축 공개 도서관(Architecture Open Library)’을 운영하고 있다.
2008년 ‘한사람을 위한 공원디자인’을 기획·디자인했던 적이 있다. 하루하루를 지내는 현대인들을 위한 ‘진정한 자신만의 공간이 현대인들에게 존재할까’라는 슬픈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매번 취업에 낙방하고 돌아오는 청년, 등 떠밀리듯 퇴직을 결심해야 하는 중년, 개인의 삶을 챙기지 못하고 여러 관계에 지친 주부, 고민이 많은 청소년 등등 이 시대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삶들 속에, 그리고 그들이 생활하는 공간 속, 그들의 마음을 오롯이 편하게 내어 놓을 수 있는 공간으로의 거리의 디자인은 ‘기능적인 도구’를 넘어서는 이야기이다. 혼자 소리 내어 울 수 있고, 조용히 자신을 볼 수 있는 공간은 어쩌면 ‘집 안’에서도 존재하기 힘들 수 있다. ‘혼자를 위한 벤치’, ‘펑펑 울 수 있는 벤치’들은 현대인들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는 이 책의 ‘거리의 디자인’들은 디자인을 넘어서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 유다희(공공미술프리즘 대표) 추천사
책 정보
거리의 디자인: 실용적이고 혁신적인 새로운 공공 디자인
저자: 카를레스 브로토
역자: 이지민
출판사: 한스미디어
출간일: 2015.1.5.
가격: 3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