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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스튜디오 ‘플랏’

    대학 선후배 사이 이화영·임은지·조형석·황상준, 네 디자이너가 반지하 원룸에서 시작한 ‘플랏’


    인터뷰. 인현진

    발행일. 2014년 12월 04일

    디자인 스튜디오 ‘플랏’

    2014년 1월에 시작했다. 반지하 원룸에서 시작해 반년 만에 경복궁 옆 3층 작업실로 이사도 했다.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다. 기왕 시작한 일, 목표를 향해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이제 1년이 채 되지 않은 스튜디오지만 이미 눈 밝은 이들이 행보를 눈여겨보고 있다. 어떤 선입견도 주고 싶지 않아서 중립적인 느낌의 이름을 골랐다는 플랏(홈페이지). 이화영, 임은지, 조형석, 황상준(가나다순)을 만났다.

    네 분이 어떻게 시작을 하게 되셨나요?

    대학 선후배 사이에요. 타이포그래피 동아리를 같이 했고요. 사실은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 학교 다닐 땐 작업실을 같이 하겠다는 생각은 못 했었는데, 결정적으로는 구직난이려나?(웃음) 막상 시작하고 보니 처음 사회에 나와서 맨몸으로 부딪칠 때 조직의 보호를 받거나 그런 게 아니잖아요. 도전하는 면이 많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생각하지 못했던 경험도 하게 되고, 내부 의견조율도 해야 하고 쉽진 않아요. 그래도 아직은 재미있고 즐거워요. 월세만 낼 수 있으면요.

    주변에 워크룸을 비롯해서 디자인 작업실이 많은 데 교류를 하기도 하는지요?

    아직까진 없어요. 저희에겐 선생님 같은 존재니까 어려워요. 그리고 저희가 쑥스러움을 많이 타서, 일부러 찾아가는 게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비칠까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우연히 뵐 기회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인사드리고 싶기는 해요. 낙성대에 있다가 여기로 온 건 잘한 것 같아요. 분위기도 그렇고 많은 점에서 만족스러워요.

    1년이 채 안 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작업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지금도 좌충우돌하고 있어요.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클라이언트 분들은 물론 내부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니까 그런 과정에서 생각보다 매끄럽게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저희가 자아검열이 심한 편인 것 같아요. 젊은이들만의 실험적이고 팍 치는 느낌보다 중늙은이 같은 느낌이랄까요.(웃음) 다른 한편으로는 졸업하고 바로 실무에 투입되어야 할 만큼 실력을 갖추어야 하는 현실 자체가 좀 씁쓸하기도 해요. 방황하는 시간이나 그런 것도 필요한데 조금의 틈도 없는 것 같고요. 시니어들이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갖춰야 하는 것도 많고, 잣대도 엄격해졌어요.

    막상 네 명이 함께 일하니까 어떠세요?

    네 명의 색깔이 다 다르긴 해요. 하지만 공통적으로는 기업의 사용설명서에 따라 쓰이는 사람이 되기보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주체적으로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어요. 기업의 입장에서는 저희가 적격자가 아닐 수 있지만요. 세상을 살면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게 몇 가지 안 되잖아요. 그런 의미에선 이렇게 일하게 된 것도 행운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일은 고르지 않고 들어오는 것은 다 합니다.

    ArtSpace@SNU, 서울대학교, 2014
    Diverland, 백승민, 2014
    플랏의 네 사람은 강하게 자신의 색깔을 내세우는 스튜디오는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작업을 봤을 때 어딘가 모르게 정갈함이랄까, 아카데믹한 느낌이 스며있는 느낌이 들었다. 궁금증은 네 사람을 만나고 난 후에야 풀렸다. '반듯하게 잘 자란' 청년들이라는 느낌. 고루함이나 지루함과는 다른, 청결한 심플함. 생각도 고민도 많지만 비뚤어지거나 꼬이지 않은 선한 품성이 태도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온다. 

    플랏의 정체성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희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니까 저희 목소리를 강하게 내진 않아요. 저희 스튜디오 방향 자체가 자기표현을 위주로 하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에 충실하게 맞추는 편이고요. 물론 저희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 좀 더 색깔을 내게 될 것이고, 개인적으로 정치적 성향이나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있지만, 일할 때 그것을 전면에 내세우진 않아요. 아직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할 말이 별로 없네요(웃음).

    1년을 죽 돌아보면 뭐가 가장 크게 변한 것 같아요?

    지상으로 올라온 것? 예전 낙성대에서 시작했을 땐 반지하 원룸이어서 클라이언트 분들이 찾아오시면 좀 부끄럽기도 했거든요. 짧은 시간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가짐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해요. 내가 뭘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할 수 있게 됐기도 했고요. 디자이너라고 말하기엔 아직은 어색한 면도 있어요. 사회에서 통용되는 디자이너의 위상과 업계에서 통용되는 것, 우리 안의 디자이너에 대한 생각이 다른 것도 같고요.

    학교에 있을 때와 졸업해서 사회에 나와서 느끼는 점이 아무래도 다를 텐데 어떠세요?

    학교에서 아르바이트나 일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공동체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안에서도 누군가는 작업을 한 사람도 있고, 자기 작업만 한 사람도 있어서 경험이 조금씩 다르거든요. 사회에 나와선 좋은 일이든 싫은 일이든 해야 할 때가 있고, 사람들을 만나야만 하니까 그런 것도 신선해요. 기술적으로 모르고 있던 것을 알게 되는 재미도 있고 협의하는 법도 배우고요. 일도 일이지만 사람을 만나는 일도 그래요. 재미있으면서도 어렵거든요. 존중해주는 분들도 많지만, 나이 어리다고 하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분도 있고요. 하지만 가장 힘든 사람은 도대체 의도를 모르겠는 사람?

    작업실을 시작하고 어떤 점이 가장 크게 변한 것 같으세요?

    예전엔 이건 이래, 라고 단정 지어 말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고 실천 장애가 있었어요. 어쩌면 실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치료법으로 스튜디오를…(웃음). 너무 부끄럽지만, 홍보를 해야 하고, 일도 해나가야 하니까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기검열이 낮아지고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는 것도 같고요. 그런 면에선 더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된 거죠. 처음 시작할 때는 경제관념도 없었는데 운영에 들어가는 기본비용도 체감하게 되고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고 있어요.

    Open! plat 판촉물
    kwangho Lee, 이광호, 2014
    타이포잔치 사이사이, 한국공예_디자인문화진흥원,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2014
    아직 젊은 나이. 성공 혹은 실패라는 말보다 경험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나이다. 노트북 하나로 시작한 일. 책임감은 느끼되 압도되거나 무겁지 않고, 계산적이지 않지만 현실적이다. 막연히 몽상에 잠기기보다 꿈을 향해 확실한 한 걸음을 걷는다. 개성은 다르지만 플랏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네 사람. plat의 다양한 뜻 중에 수북하게 담은 한 접시라는 의미처럼, 앞으로도 많은 경험을 듬뿍 받아들이며 도전하고 성장하길 기대해본다. 

    일은 어떤 식으로 나눠서 하세요?

    기본적으로 같이 하는데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중심을 맡는 사람은 정해지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작업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있어요. 네 사람의 색깔을 다르게 내야 하나? 하나로 가야 하나? 결국, 포기를 해버렸지만,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을 것 같아요. 네 명이다 보니 스튜디오 이름을 정하는 것부터 어려웠거든요. 플랏이라는 이름도 중립적인 느낌을 주고 싶고, 장소나 시간에 구애되지 않은 이름이라서 고른 거고요. 일을 나눠서 하는 게 효율적일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해버리면 결국 큰 조직에서 하는 방식과 다를 게 없으니까 같이 하는 것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넷이 함께 만나는 시간이 없어요. 있는 사람들이 회의해서 결정하면 나머지한테는 통보하는 식이지요.

    기억에 남거나 즐거운 작업이 있나요?

    최근에 만든 건 포트폴리오 작업인데요, 손으로 일일이 붙여서 만들었어요. 작업실 옮기면서 주변에 인사하려고 만든 기념품도 기억에 남아요. 여기로 이사 와서 페인트칠도 직접 하면서 우리 공간을 만들어나간 게 재미있었어요. 각자 좋아하는 작가들이 있는데,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관심분야도 확장되고 영향도 받고 그런 과정들이 즐거워요.

    네 분이 한 공간에 있는데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하세요?

    토라지고 삐치고. 어쩔 줄 몰라 하고(웃음). 내가 이런 감정을 갖는 게 잘못된 건가, 반문도 하고 물어도 보고 그래요. 서로 의지하는 만큼 힘든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저희 같은 경우는 친구로 있다가 동료가 된 건데, 같이 일하기 전에 각자 일해보면서 동료가 어떤 건지 생각을 정리한 후에 다시 친구로 만난 게 아니잖아요. 친구이자 동시에 동료니까 좋으면서도 어려운 점도 종종 생겨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인쇄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다양하게 도전해보고 싶어요. 아직은 해본 일보다 안 해본 일이 더 많으니까.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물건도 만들어서 판매를 해보고 싶고요. 지금까지 저희가 전문 훈련을 해 온 게 그래픽이니까 그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확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디자인은 어떤 걸 하나 잘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다방면에 대한 관심과 능력이 있으면 도움이 되는 것 같고요. 반면에 한 분야, 예를 들면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를 정말로 잘하는 분을 만나면 존경스럽거든요. 하나를 깊이 파서 분야의 장인이 된 분들을 만나거나, 전체 과정을 보면서 실무에 대한 전문적인 노하우나 지식을 갖고 계신 분들이 보여주는 현장의 힘에 대한 존경심도 갖게 되네요.

    수요영화관, 한국예술종합대학교, 2014
    정체없는 젠체, 정림건축문화재단, 2014
    화요점심, 정림건축문화재단,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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