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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은 그림 찾기? 숨은 글씨 찾기! 사물의 조형적 형태를 활용한 실험 타이포그래피

    아~주 오래 전, 필자가 대학이라는 곳에 다니고 있을 파릇파릇한 그 시절이 문득 생각난다. 학과 교수님이 재미있는 과제를 내준 적이 있는데, 바로, 사물에서 얼굴 찾기!


    글. TS 편집팀

    발행일. 2016년 02월 17일

    숨은 그림 찾기? 숨은 글씨 찾기! 사물의 조형적 형태를 활용한 실험 타이포그래피

    아~주 오래 전, 필자가 대학이라는 곳에 다니고 있을 파릇파릇한 그 시절이 문득 생각난다. 학과 교수님이 재미있는 과제를 내준 적이 있는데, 바로, 사물에서 얼굴 찾기! 물건에서 왠 사람 얼굴을 찾느냐 하겠지만,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사물에서 얼굴처럼 보이는 것을 최대한 많이 찾아 발표하는 수업이었다. 적어도 100장 이상의 사물 사진을 찍어오라고 하셨는데, 그러다 보니 학생들끼리 겹치는 것들도 많았었다. 특히 자동차의 앞 모습 사진과 콘센트 사진은 단골손님이었다. 공감 하는 분 꽤나 있을 듯. 이 수업 때문이 아니라도 우리 모두 자동차의 앞 모습이 사람 얼굴 같다고 생각한 적 많았을 것이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것 마냥 재미있게 작업했던 과제였기에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 이 기사는 윤디자인그룹 공식 블로그 ‘윤톡톡’에 포스팅한 글입니다.(원문 보기) 

    사물에 대한 지각은 보이는 대상이 무엇이냐의 문제이기 이전에, 그것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각적인 자극은 응집성 있게 체계화되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어떠한 형태로 만들어지는데, 일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 혹은 자연물은 고유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그 고유의 형태를 인지할 뿐만 아니라, 배경 지식 혹은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새로운 형태로 인지하기도 한다는 것. 자동차의 앞모습을 사람 얼굴처럼 인식하는 이유도 ‘눈은 대칭으로 위치 한다.’는 배경지식과 ‘표정이 있는 것 같다.’는 심리적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누군가 일부러 숨겨놓은 것은 아니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은 그림을 찾게 하는 것.

    그럼 글씨는 어떨까? 우리의 배경지식과 심리적인 요인을 통해 사물을 글씨로도 인식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게 바로 숨은 그림 찾기를 넘어선 ‘숨은 글씨 찾기’가 아닐까 싶다. 이미 많은 디자이너들이 일상적 사물과 자연물에서 ‘조형적 형태의 특징’을 활용한 창조적 실험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조형적 형태를 활용한 실험적 타이포그래피는 읽히는 텍스트와 동시에 이미지로서 보이는 이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하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첫 번째 소개할 작품은 모터사이클 부품의 형태에서 글씨의 요소를 찾고 이를 단순화시켜서 만든 ‘모토타입(MOTOTYPE)’이다. 이 작업을 통해 타입페이스를 제작함과 동시에 이를 이용해 실험적 타이포그래피 표현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모터사이클 부속품으로 만들어진 이 작업은 사람들에게 시각적인 재미와 친숙함을 느끼게 하여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만약 이 폰트를 모터사이클 관련한 상품광고에 활용한다면 대중에게 조금 더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두 번째 작품은 제품디자인에 관한 영화인 〈오브젝티파이드(Objectified)〉의 포스터 디자인이다. 영화 내용을 반영하여 각종 제품들의 형태에서 타입을 발견했고, 이를 토대로 실험적 타이포그래피 표현을 시도했다. 확 와 닿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세 번째 작품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톤의 가구점인 ‘High Fashion Home’을 홍보하기 위해 가구의 형태를 활용하여 제작한 타이포그래피. 최신 유행하는 스타일의 가구의 형태에서 찾아낸 글자들은 가구점의 이미지를 가득 담고 있다. 흔한 사물의 형태를 색다른 시각으로 보고 새롭게 디자인되어 창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게다가 저렇게 보니 가구 하나하나 너무 예쁘다. 지금이라도 당장 ‘미쿡’으로 사러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이런 마음이 생기는 걸 보니 팜플렛 작업을 아주 성공적으로 해낸 것 같다.

    [좌] 조엘 로자노(Joel Lozano) ‘MOTOTYPE’, 출처: Visualize us(바로 가기) [우] 영화 〈오브젝티파이드(Objectified)〉 포스터, 출처 : Objectified film(바로 가기) 
    Cody Haltom, Stephanie Chan ‘High Fashion Home’ 팜플렛 디자인, 출처: Visualize us(바로 가기)

    자연물 혹은 사물의 형태에서 가장 특징이 되는 형태 등을 명료화하고 구조적으로 반영하여 간결한 조형적 형태로 집약시킬 수도 있는데, 이를 양식화라고 한다. 조형적 형태를 활용한 것 중 특히 이러한 구조적 특징을 활용한 실험 타이포그래피의 사례를 찾아 볼 수 있었는데, 숨은 글씨 찾기에서 좀 더 나아가 그 구조를 활용해 새롭게 창조한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미국의 그래픽 디자이너 앤드류 바이롬(Andrew Byrom)의 ‘Grab-me’라는 작품이다.  파이프의 구조적 특정을 그대로 갖고 와 3차원적 공간에 입힌 실험적 타이포그래피 작업이다. 욕실에서 몸을 지탱해주는 파이프의 기능과 함께 글자 자체에 디자인적 의미를 담아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두 번째는 터키 디자이너 에르신한 에르신(Ersinhan Ersin)의 테이프 구조를 이용한 타이포그래피 작품이다. 재치 있게도 이 프로젝트의 이름을 테이포그래피(Tapeography)라고 지었다. 아날로그 테이프는 그 자체만으로도 소리를 담고 있는 오브젝트. 소리와 글의 만남이다. 이를 통하여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앤드류 바이롬(Andrew Byrom) ‘Grab-me’, 출처: designboom.com(바로 가기)
    에르신한 에르신(Ersinhan Ersin) ‘테이포그래피(Tapeography)’, 출처: behance(바로 가기)

    조형적 형태를 활용한 실험적 타이포그래피 표현 연구는 그 시작이 굉장히 획기적이었고, 앞으로도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계속 시도 될 것이다. 읽히는 문자와 동시에 보이는 시각적 이미지로서의 기능을 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시키고 호의적인 태도를 갖게 한다. 사물을 사물 그 자체로 보는 것을 넘어서 색다른 시각으로 보는 훈련, 디자이너들에게 꼭 필요한 연습이 아닐까 생각 된다. 대학 때 교수님이 내주신 그 과제도 단순한 ‘숨은 그림 찾기’가 아닌 ‘나만의 색다른 시각 찾기’를 염두에 둔 디자이너로서 계속 풀어야 할 숙제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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