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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티스트 그룹 ‘패브리커’ 김동규·김성조

    “다른 영역의 작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희 안에서는 어느 순간 연결되고 이어져요.”


    인터뷰. 인현진

    발행일. 2015년 11월 10일

    아티스트 그룹 ‘패브리커’ 김동규·김성조

    시간과 공간을 견딘 하나의 물건이 다른 시공간에 놓이면 전혀 다른 힘을 가진다. 진실하게 삶을 살아온 한 사람의 일생 같기도 하다. 숨과 결이 깃들어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가구와 공간을 만나면 소유하기보다 존재함으로써 가만히 그 옆에 있고 싶다. 오래 만나고 싶은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패브리커(Fabrikr)의 두 사람, 김동규·김성조 대표를 만났다.

    최근 눈에 띄는 작업들을 많이 하고 계시는데 어떻게 지내셨나요?

    최근에는 공간 설치작업들이 많아졌어요. 가구나 공간을 전공한 게 아니라 섬유전공인데 저희 생각을 담아내는 것이 가구일 수도 있고 공간일 수도 있어요. 올해 7년이 됐는데 하다 보니까 좀 더 창의적이고, 남들이 안 해본 것을 해왔던 것 같아요. 가능하지 않을까? 의구심을 품고 작업한 것이 더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 있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다양한 작업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패브리커만의 중심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우리는 디자이너도 아니고 예술가도 아니지만 하고 싶은 걸 해보자, 처음부터 이런 생각이 많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디자인이나 예술, 어디에 치우치는 것 같진 않고 경계선에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려고 해요. 가구를 만들든 공간을 하든 설치작업을 하든 오브제가 바뀔 뿐,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의 문제라고 봐요. 앞으로도 꾸준히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나가고 싶어요.

    작업을 보면 들이는 품이 어마어마할 것 같아요.

    표현하고 싶고 가치 있는 공정을 거친 작업을 보여주려고 해요. 예술은 어딘가 어려운 면이 있잖아요. 점 하나 찍어두고 이것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말하는 게 예술이라면 저희는 그런 건 할 수 없고요, 다만 버려진 한 물건이 있는데 저희 두 사람이 정성을 들여 세상에 하나뿐인 것으로 만들면, 새로운 스토리가 생기잖아요. 그런 게 공감이 되고,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공간작업을 하면서는 평소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고, 가구 작업을 하면서는 공간에서 놓치는 디테일한 점을 알게 되면서 보완이 돼요.

    두 분이 함께해온 힘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둘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혼자 했다면 지금보다 잘했을 거라는 보장이 없어요. 서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에요. 7년 전 졸업생이었을 때부터, 저희가 만든 걸 사람들이 보고 공감했던 게 가장 좋았지 이런 게 좋다 저런 게 싫다 이런 게 없었어요. 누군가 우리 이야기를 이해한다는 게 그냥 좋았어요. 혼자였으면 절대 하지 못했을 거예요. 작업을 하면서 심하거나 나쁜 일을 겪지도 않았고 클라이언트 분들도 좋은 분들이 많았어요. 스스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정말 감사한 일이지요.

    Quantum, Fabrikr x Gentle Monster, Exposed Concreate, Wood, 420㎡, 2014
    Coralwave, Fabrikr x Quantum, Prism Film, Wire, Mirror, Variable Size, 2014
    Wonder, Fabrikr x Quantum, Statice, Mirror, Variable Size, 2014
    Exit, Fabrikr x Quantum, Mixed Media, Variable Size, 2014
     BATH HOUSE_With Gentle Monster, Mixed Media, Variable Size, 2015
    이들이 만든 가구는 하나같이 이야기를 건네는 것 같다. 굴곡진 삶의 계곡을 건너온 사람의 삶을 들을 때처럼 어떤 '감정' 느껴진다. 한때 누군가의 사랑을 받았으나 버려진 물건이 눈 밝고 마음 맑은 두 사람을 만나 사랑과 정성으로 다시 태어난다. 단순한 물건의 재생이 아니라 생명의 부활이라는 느낌. 이렇게 간절하고 극진한 마음이 어디 또 있으랴. 

    버려진 가구를 데려올 때 이거다, 하는 느낌이 있으신가요?

    어떻게 작업할까 보는 경우도 있지만,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고민해도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 것도 있고, 값싸고 낡았지만 이렇게 하면 좋겠다고 영감이 떠오르는 것이 있어요. 저희 작업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인연은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데려와서 보고 다듬고 이야기를 풀어주는 거죠. 세상에 내놓으면 인연 따라 입양이 되고요(웃음).

    두 분의 진정성이 전달되는 것 같아요. 계산적인 느낌이 별로 안 들어요.

    작업에 대한 아집이 강해요. 하지만 작업 이외의 것들에서는 양보를 많이 해요. 작업을 하다 보면 자꾸 욕심이 나요. 시간과 돈이 점점 드는 상황인데도 결과물이 좋으면 그냥 해요. 즐겁게 살려고 회사를 안 다니고 작업을 하는 건데 돈을 위해서 타협을 한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많은 노력을 쏟아 붓게 되더라고요. 남들은 모르겠지만, 저희는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거라는 걸 아니까요.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나요?

    가구 작업 중에서 최근에 작업한 ‘결’인데요, 초반보다 조금 더 성숙해진 작업물이에요. 저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내기도 했고요. 아이디어도 작업과정도 재미있었는데 결과도 예상보다 좋았어요. 끝나고 굉장히 흥분했던 작업이에요. 보통은 나무의 가운데 부분만 목재로 쓰고 울퉁불퉁한 테두리 부분은 남잖아요. 가운데 부분에 비하면 활용도가 떨어져서 저가에 판매되거나 폐기되는데, 같은 나무에서 태어난 이것을 나이테처럼 생명을 연장시킨다는 이야기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청바지를 잘라서 엄마손 파이처럼 쌓았는데 나무의 결을 살리면서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데 석 달 정도 걸렸어요. 기억에 많이 남는 작업이에요.

    그동안 인상적인 공간작업도 많이 하셨지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젠틀 몬스터예요. 제일 힘들었고, 제일 성장했고, 제일 기뻤고, 제일 슬펐던, 모든 복합적인 감정을 다 느꼈던 프로젝트였어요. 대표님과의 인연으로 시작된 일인데 젠틀 몬스터가 쇼룸을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공간작업이 시작됐죠. 한 달에 두 번씩 새로운 걸 보여줬어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죠. 인간이 할 짓이 아니구나(웃음). 종이 고깔을 8만 장씩 접기도 했으니까요. 잠수함, 자동차, 꽃, 나무 등 오브제도 다양했지만 그걸 만드는 동안의 에피소드들도 어마어마해요. 인간의 희로애락은 이때 모두 경험한 것 같아요. 힘든 만큼 정말 뿌듯했고 엄청나게 많이 배웠던 시간이었어요.

    결: FLOW, Blue Jean, Piece of Wood, Steel, 2600x800x700, 2014
    WATERMELON, Fabric, Chair, Epoxy, 800x700x700, 2010
    ILLUSION: WHITE FLOWER, Dress, Steel, 2300x900x900, 2010
    패브리커의 두 사람은 바보스러울 정도로 자신들의 일을 사랑한다. 이들에게 일은 대상이 아니라 관계 그 자체다. 사막에서 어린왕자를 만난 여우가 들려준 비밀처럼, 관계를 맺는다는 건 정성을 다해 자신의 시간을 주는 것. 이런 몰입이야말로 가장 깊은 사랑의 형태가 아닐까? 사랑할 줄 알고 사랑받을 줄 아는 이들이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다. 

    지금 하는 전시에 대한 설명을 좀 해주세요.

    제목은 <디퓨젼>인데 모든 사물은, 그것을 이루는 것들을 세부적으로 파고 내려갔을 때 분자, 원소 등이 결합해서 만들어지잖아요. 이런 것들이 모여서 컵도 만들고 공간도 만드는데 어떤 물체를 이루는 최소단위의 형태를 직조단위의 형태로 만들었어요. 이번 작업은 패턴들이 들어가 있는데 그게 패스키에요. 블록처럼 연결되면서 가구로도 만들어지고 공간으로도, 크리스마스트리로도 만들어지는 거죠. 그래서 부제는 ‘세컨드 메리’예요.

    시간이 지나면서 작업에 대한 생각도 변화가 있을 듯한데 지금 이 시점에서 공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세요?

    예전에는 공간 자체에서 느끼는 놀라움이나 화려함에 관심이 많았는데 계속해서 자극적이고 시선을 끄는 것들을 만들다 보니 소모되는 것 같았어요. 지금은 편안함이 좋아요. 아무리 스펙터클한 공간이라도 편안함에는 못 이기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정서적으로 편한 공간이 별로 없잖아요. 자극적이고 화려한 것에 처음엔 끌릴지 몰라도 결국엔 ‘쉼’을 찾게 될 것 같아요. 하나의 공간에서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임팩트가 아닐까 싶어요.

    작업에서 감성이 묻어나요. 따뜻하기도 하고요.

    작업할 때 가상의 이미지를 많이 이용해요. 서로 대화도 많이 하기 때문에 두 사람의 머리를 하나로 모을 수가 있어요. 예를 들면, 꽃이 있어, 통로를 만들었어, 사람들이 들어와, 들어오면 어떨까? 어떤 기분일까? 컴퓨터 작업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상상을 통해 시뮬레이션을 하기 때문에 그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고 어떤 반응을 할지, 사람들이 느끼는 것을 저희도 함께 느끼는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걸 해보고 싶으세요?

    더 다양해지고 싶어요. 그냥 건드리는 게 아니라 실제로 다양한 것을 하는 게 도움이 되고 즐거워요. 다른 영역의 작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희 안에서는 어느 순간 연결되고 이어지거든요. 앞으로는 영역을 한정시키지 않고 가구나 공간을 뛰어넘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예를 들면 빨대가 될 수도 있고 더 작은 게 될 수도 있고, 혹은 더 크게 건축이나 공원이 될 수도 있고 지역사회가 될 수도 있겠지요. 더 많이 도전하고 새로운 걸 시도해보고 싶어요.

     Second Merry, Worn Out Ski, MDF, LED, Variable Size, 2015
    Come Swing_With Robber Duck, Mixed Media, Variable Size, 2015

    FIRMAMENT, Fabrikr x BMW, Archlight, Hue LED, Variable Size, 2014
     INSPIRAL WAVE: 루즈앤라운지, Mixed Media, Variable Size, 2015
     PEACE MINUS ONE_With G Dragon, Mixed Media, Variable Size,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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