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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거리에서 만나는 독특한 글자들, <폰트의 비밀2>

    브랜드 로고의 비밀을 명쾌하게 풀이했던 <폰트의 비밀>이 보다 심화된 내용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출시한 <폰트의 비밀2>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의 거리와 골목에서 발견한 간판과 교통 표지판, 광고, 다채로운 인쇄물 등을 다룬 이른바 21세기 글자 견문록이다.


    글. TS 편집팀

    발행일. 2014년 10월 23일

    세계 거리에서 만나는 독특한 글자들, <폰트의 비밀2>

    브랜드 로고의 비밀을 명쾌하게 풀이했던 <폰트의 비밀>이 보다 심화된 내용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출시한 <폰트의 비밀2>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의 거리와 골목에서 발견한 간판과 교통 표지판, 광고, 다채로운 인쇄물 등을 다룬 이른바 21세기 글자 견문록이다. 현재 모노타입의 타입디렉터(Type Director)이자 영문 폰트 디자이너인 저자 고바야시 아키라는 이번 책에서 서체 디자이너의 날카로운 시각으로 세계의 거리 글자 디자인에 대해 알기 쉽게 이야기하며, 이를 통해 자신이 어떻게 디자인의 영감을 얻는지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더불어 전작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도 담고 있다. 타입디렉터가 최초로 공개하는 폰트를 만드는 과정, 그리고 기업 비즈니스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영문 폰트 제대로 쓰는 방법 등을 소개하여 전문성과 함께 실용성을 더했다.

    발밑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거리 표시문

    강연회 등에서 가끔 “새로운 폰트의 디자인을 할 때 어디서 힌트를 얻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어디서 아이디어가 나오는 걸까. 만약 옛날 서체의 리바이벌이라면 아이디어의 기본이 눈앞에 있기 때문에 간단히 그것을 참고로 할 수 있습니다. 옛날 인쇄물을 유심히 보다가 옛사람들이 궁리한 흔적을 발견하고 그것이 아이디어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리바이벌이 아니라 신규 폰트의 제작이 많아진 지금은 자신 안에 무엇을 가졌는지가 승부가 되므로, 아마 거리의 글자를 보는 일이 저의 가장 큰 에너지 공급원일 것입니다. -본문 205p

    저자는 독일 바우하우스 건물의 세로 글자에서 글자의 잘 짜인 균형감을 발견하고, 리우데자네이루의 화려한 거리 간판에서는 손글씨 장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관찰한다. 미국의 고급스러운 호텔에서 쓰이는 화려한 글자 안내문의 특징과 시끌벅적한 독일의 시장에서 쓰이는 옛 간판의 자유로운 손글씨 전통, 그리고 거리를 걷다 발밑에서 발견하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글자들까지. 독자들은 호기심에 가득 찬 폰트 디자이너의 시선을 따라가며 세계 곳곳의 거리에 가득한 글자 디자인의 다채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뒤셀도르프의 어느 과자점의 독특한 필기체풍 손글씨 간판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전통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손글씨 간판이 많이 쓰인다.
    세로로 쓰인 바우하우스 건물 글자의 탁월한 안정감

    또한 이 책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주목하지 않았던, 하지만 폰트 디자인의 세계에서 무척 중요한 또 하나의 분야를 소개한다. 사람들은 흔히 잘 만들어진 글자 디자인이란 어디서든 눈에 띄고, 시각적으로 강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항의 안내판이나 길거리의 도로 표지판 등을 생각해보면, 분명 눈에 두드러지거나 요란한 모습은 아니지만 안정감이 있으면서도 가독성이 높은 폰트가 많다. 이러한 공공 안내문에 쓰이는 폰트들은 사람들이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면서도 정보를 가장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매우 정교하게 설계된다.

    2003년부터 스위스의 고속도로에서는 디자이너 아드리안 프루티거가 만든 전용 서체인 ‘아스트라-프루티거’가 쓰이고 있다. 이 서체는 인천공항을 비롯해 세계 각지의 공항에서 많이 쓰이는 프루티거체를 기본으로 도로 표지에 맞도록 새로 디자인 조정을 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항의 게이트 번호 같이 정확한 정보 전달이 필요한 장소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만든 가변폭 숫자 폰트를 쓴다. 각 숫자 간격이 일정하게 설정된 고정폭 숫자와는 달리 가변폭 숫자는 각 조합에 따라 글자 간격을 세심하게 조정하여 만들어진다. 더불어 미국과 유럽, 그리고 다른 아시아 국가와는 달리 일본에서 도로표지나 공공표시에 각고딕이 아닌 둥근고딕을 많이 쓰는 이유에 대한 수수께끼도 밝혔다.

    이와 같은 이야기들을 통해 저자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글자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이 담겨 있는지를 보여준다. 즉, 눈에 띄는 것만이 디자인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며, ‘보이지 않은’디자인 역시 디자이너의 세심한 집중력을 요하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는 것이다.

    거리를 걸을 때, 보통은 표지판이나 경고문에는 그다지 눈이 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글자는 원래 그 자체가 너무 눈에 띄지 않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눈에 띄지 않는데 어디에서 재미가 배어 나오는 걸까? 이러한 발상에도 관심을 가짐으로써 ‘글자 디자인은 눈에 띄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본문 5p

    전작에서 타입 디렉터의 작업에 대해 일부 소개했지만, 이 책에서는 보다 본격적으로 실제 폰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자세하게 담고자 했다. 글자를 만드는 순서와 과정은 물론 글자를 만들 때보다 더 많은 수고가 들어간다는 스페이싱 작업(글자 사이의 빈 공간을 조정하는 일), 마지막으로 글자들의 수많은 조합을 만들어보고 각각의 간격을 조정하는 커닝 작업까지 폰트가 만들어지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했다.

    <폰트의 비밀>을 읽고 타이포그래피에 흥미가 생긴 독자라면, <폰트의 비밀2>는 분명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전작에서 아쉽게 살짝 접했던 타이포그래피 이론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알 수 있을 것이며, 저자가 세계 곳곳을 누비며 촬영한 흥미진진한 사진들은 여전히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어느 도시를 가든 관광지보다 글자를 보는 일이 더 신난다는 저자의 눈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살아 있는 글자의 세계를 경험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 더불어 자신의 주위를 둘러싼 다양한 폰트를 보는 시각이 어느새 달라져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좌] 숫자 사이의 간격이 자동적으로 조정되는 가변폭 폰트 [우] 스위스 도로국의 ‘아스트라-프루티거’체
    [좌] 폰트를 만드는 중의 컴퓨터 화면 [우] 수많은 글자의 조합을 만들어보고 조정해야 하는 커닝 작업

    책 정보

    폰트의 비밀2: 폰트 디자이너가 세계의 거리에서 발견한 글자와 서체 디자인

    저자: 고바야시 아키라

    역자: 이후린

    출판사: 도서출판 예경

    가격: 18,000원

    출간일: 2014.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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