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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한 커리어우먼의 7가지 이야기 ⑥ 어반빈티지

    대한민국에서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란 말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일에서도, 사람들 사이에서도 완벽하게 인정받는, 그런 엄친딸(엄마 친구의 딸)의 이미지는 아닐까.


    글. TS 편집팀

    발행일. 2012년 08월 30일

    성공한 커리어우먼의 7가지 이야기 ⑥ 어반빈티지

    2012년 대한민국에서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란 말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일에서도, 사람들 사이에서도 완벽하게 인정받는, 그런 엄친딸(엄마 친구의 딸)의 이미지는 아닐까. 하지만 여기 ‘성공한 커리어우먼’에 대해 제각기 다른 해석을 보여주는 7가지 서체가 있다.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서체로 담아냈는지, 윤디자인연구소의 세로운 서체 ‘성공한 커리어우먼 시리즈’를 제작한 7명의 디자이너에게 그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레트로 감성의 빈티지 스타일, ‘어반빈티지’

    디자이너

    이정은(윤디자인연구소 서체디자이너) 고암새김 물, 소설책 165페이지, 상쾌한 아침, 봄날2, YTN 방송용 서체, 동아 채널A 방송용 서체, UD고딕 등 제작.

    컨셉

    보통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스테레오 타입의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증권사, 은행, 잡지사, 대기업 등에서 고액 연봉을 받으며 팀장이나 과장쯤의 직급을 가지고 있고, 몸매가 잘 드러나는 멋쟁이 원피스와 킬힐을 즐기는 그런 이미지 말이다. 나 역시 그러한 정형에 갇혀 있었고, 그 상태에서 아이데이션을 하자니 이 시안도, 저 시안도 모두 오십보백보란 느낌이 들어 우선 성공한 커리어우먼에 대해 새로운 시각에서 재정의 내리기로 했다.

    성공한 – successful – 목적한 바를 이룬

    커리어 – career –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혹은 직업이 있는)

    우먼 – woman -여성

    과연 일일드라마 속에 빈번히 등장하는 깐깐하고 젊은 상사만을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라고 할 수 있을까? 꿈에도 그리던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 소박한 카페를 연 여성에게도, 대형먼허를 취득해 늦깎이 버스 운전사가 된 아주머니에게도, 홍대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는 인디밴드 여성 보컬에게도, 시종일관 원인 모를 울음을 터뜨리는 어린 아이를 특유의 인내심으로 얼르고 달래야 하는 육아도우미에게도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서체로 표현하고 싶은 ‘성공한 커리어우먼’의 이미지를 어떤 것인지 몇 개의 단어로 추려보았다.

    그래! 서체에 빈티지를 입혀보자.

    ‘어반빈티지’는 자유분방하고 편안한 홍대앞 빈티지 스타일을 서체에 담아냈다. 익숙한 구제의 느낌을 질감으로 살리되, 장체 스타일의 모던한 형태를 취하여 도시적 감성의 빈티지 스타일이 느껴지도록 디자인하였다.

    특징_한글

    가로획과 세로획이 겹치는 몇몇 지점에서 획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려 글자의 성격을 좀 더 강화하였고, 꽉 찬 네모꼴로 안정감을 주었다. 낡은 질감을 살려 기존의 서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느낌을 준다.

    ‘ㄱ’, ‘ㄲ’, ‘ㅅ’, ‘ㅆ’, ’ㅈ’, ‘ㅉ’, ‘ㅊ’, ‘ㅋ’ 꼴에선 직선과 직선의 조화를 통해 모던하게 처리했고, 종성 ‘ㄴ’과 함께 쓰이는 가로 모임 글자나 혼합 모임 글자에서는 세로획 중성의 길이를 의도적으로 길게 하여 캐릭터를 더욱 강하게 부각시켰다.

     자소에서 느껴지는 낡은 질감은 기존 서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느낌을 준다.

    특징_영문

    영문의 첫 시안은 네오그로테스크산세리프(Neo-grotesque Sans) 계열의 헬베티카(Helvetica)나 유니버스(Universe) 형태를 참고하여 디자인했으나, 곡선적인 요소가 강해 한글과 잘 매칭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어 몇 번의 수정 작업이 이루어졌다. 다시 만들어진 영문은 자폭을 더욱 좁게 하고 곡선보다는 직선의 느낌을 살리면서 한글과의 형태적 연관성을 고려해 디자인되었다.

    ‘어반빈티지’ 영문과 숫자, 특수문자 

    ‘어반빈티지’는 엑스-하이트(x-height, 소문자 x의 높이)가 높아 질감이 도드라짐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다. 소문자 ‘f’는 세로획 하단을 디센더 끝까지 내려 장체의 성격을 더욱 부각시켰는데, 한글에서 종성 ‘ㄴ’과 함께 쓰이는 가로 모임 글자나 혼합 모임 글자에서 세로획 중성의 길이를 의도적으로 길게 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 서체만의 독특한 성격이 드러난다.

    특징_모듈

    시각중심선이 가운데 있고, 기존의 서체에 비해 글자폭이 70% 좁아 긴장되고 세련된 멋을 준다.

    ‘어반빈티지’의 시각중심선과 글자폭

    특징_굵기

    Medium과 Bold 두 가지로, Bold는 Medium에 비해 가로와 세로획의 굵기 차이가 크다. 보통의 서체가 Medium을 바탕으로 Blod를 파생할 때 경우에 따라 Bold의 작업기간은 Medium에 비해 1/3~1/5 정도가 걸린다. 하지만 어반빈티지는 기계적으로 굵기를 조정할 경우 내부의 구멍이 사라지고 질감이 급격히 둔탁해지는 바람에 Medium 작업 역시 만만치 않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Medium과 Bold, 두 종류로 나뉜다.

    제작과정

    여러 빈티지 이미지를 스크랩하고, 많은 한글서체와 영문서체 중 빈티지 느낌이 나는 서체를 조사해보았다. 영문의 경우 굉장히 다양한 룩의 빈티지 서체를 찾을 수 있는 것에 반해 한글은 그 수가 현저히 적었다. 빈티지 느낌의 낡은 질감을 살리려면 용량이 무거워질 수 밖에 없는데, 아무래도 과거에는 이에 대한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26자를 작업하는 영문 알파벳과 최소 2,350자를 작업해야 하는 한글과의 차이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빈티지한 느낌의 한글서체가 있다 하더라도 세리프의 모양이나 전체적인 형태가 올드한 것이 많았다.

    빈티지(vintage)는 시간이 지나도 광채를 잃지 않는, 어떤 특징이 두드러진 유행 또는 유행품을 가리킨다. 이것은 단지 ‘낡음’이 아니라 ‘오래되어도 가치가 있는 것(oldies-but-goodies)’ 혹은 ‘오래되어도 새로운 것(new-old-fashioned)’을 의미한다.

     초기 한글 시안과 첫 영문 시안
    한글, 영문, 특수문자 조판테스트

    어반빈티지 사용 시 적정 자간은 ‘0pt’, 적정행간은 ‘160%’, 최소 사용크기는 ‘8pt’이다.

    네이밍

    제작되는 동안에는 줄곧 ‘레트로’ 혹은 ‘어바웃빈티지’로 불렸었다. 서체 개발이 95%쯤 진행되면서 이 서체에 딱 맞는 이름을 결정하기 위한 수많은 후보안 중 최종적으로 선택된 것이 ‘어반빈티지(UrbanVintage)’이다. 모던하고 도시적인 룩을 가지고 있는 빈티지 서체, 어반빈티지!

    에필로그

    처음 어반빈티지를 기획한 이후 길고도 치열한 6개월의 시간 끝에 올해 3월 ‘어반빈티지’가 세상에 얼굴을 드러냈다. 이것이 나의 첫 서체는 아니지만 항상 그렇듯 디자이너의 주관적인 의견과 감성이 많이 반영될 수 밖에 없는 출판용 서체에는 조금 더 애틋한 마음과 특별한 애정이 담긴다. 부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 다양한 장소, 다양한 매체에서 ‘우연히’ 어반빈티지를 만나게 되는 기쁜 순간이 자주 있기를 바라본다.

    서체 디자이너 이정은에게 궁금한 몇가지

    이름 이정은 너무 흔한 이름이라 싫다. 엄마는 ‘이슬’이라 지으려 했으나, 찔찔 울고 다닐 것 같아 흔한 이름으로 바꿨다고 한다. 가지지 못한 이름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몰라도 참이슬을 매우 즐기는 편.

    나는? 한 가지를 ‘아주’ 잘 하지 않고, 여러 가지를 ‘대충’ 잘 하는 스타일이라 규정하기 어렵다.

    The story in a bottle 한글ㆍ디자인전 _ 전북도립미술관 (2009) _ 이정은 

    서체디자이너

    글자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는 교수님 말에 혹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보물 1호

    냉장고에 붙여 둔 깨알 같은 남편의 그림 메모들. 정성이 있고, 흔적이 느껴지는 것이 좋다.

     봄날2 _ 이정은

    좋아하는 서체

    한글은 윤고딕 100번대를 좋아한다. 시리즈의 구성이 좋고, 보면 볼수록 참 잘 만든 고딕이란 생각이 든다. 영문은 보도니(Bodoni)로, 굉장한 품격이 느껴지는 서체다. 고전적 아름다움과 현대의 명료함이 함께 느껴진다.

    [관련글] 

    성공한 커리어우먼의 7가지 이야기는  ‘소망2’‘블랙핏’‘화이트핏’‘연꽃’ , ‘홍시’‘여우비’로 이어집니다.

    ※이 서체는 윤디자인 폰트스토어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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