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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체 이야기] 의약품 패키지에 최적화한 보령제약 전용서체 제작 후기

    보령제약 전용서체 프로젝트는 기존의 여타 프로젝트보다도 호흡이 긴 프로젝트였다. 2014년의 시작과 끝을 함께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최종 납품을 하고 난 뒤의 뿌듯함과 동시에 후련함이 컸다.


    글. TS 편집팀

    발행일. 2015년 03월 16일

    [서체 이야기] 의약품 패키지에 최적화한 보령제약 전용서체 제작 후기

    보령제약 전용서체 프로젝트는 기존의 여타 프로젝트보다도 호흡이 긴 프로젝트였다. 2014년의 시작과 끝을 함께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최종 납품을 하고 난 뒤의 뿌듯함과 동시에 후련함이 컸다. 보령제약 전용서체는 제목용 2종, 본문용 2종으로 총 4종으로 구성되는데, 제목용보다도 본문용에 조금 더 집중해서 작업을 진행했다.  그 이유는 후에 의약품의 패키지에도 적용할 수 있는 상황까지 고려했기 때문이다.

    * 이 기사는 윤디자인연구소 공식 블로그 ‘윤톡톡’에 포스팅한 글을 재구성한 것입니다.(원문 보러 가기)

    일반의약품 포장에 기재된 용법·주의사항 등의 글자 크기가 너무 작아 40대 이상에선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보건연구 학회지 ‘대한보건연구’에 13일 공개된 보고서 ‘일반의약품 포장 기재사항의 글자 크기별 가독성’을 보면 40대 이상의 가독성 점수는 3~69.6점으로 파악돼 유럽연합 권장 기준인 80점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20~79세 366명에게 글자 크기가 6·8·10포인트인 약품 포장지를 준 뒤 정확히 읽고 이해할 수 있는지 묻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 경향신문, ‘의약품 포장 글씨 ‘깨알’… 40대 이상 잘 못 읽어’ 중 발췌

    위와 같이 현재의 의약품 패키지에 적용된 서체는 가독성이 떨어져 건강과 직결된 의약품의 용법, 주의사항 등의 정보를 습득하는 데 문제가 있다. ‘BR보령체’의 본문용은 작은 크기로 쓰이더라도 정보 전달이 쉽도록 가독성에 포커스를 맞추었으며, 그만큼 많은 테스트를 거쳐 제작했다.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고려한 제목용 서체

    제목용은 제목용 서체로서 보령제약의 아이덴티티가 돋보일 수 있도록 보령제약의 개성을 담아내는 데 초점을 맞춰 작업했다. ‘건강한 삶, 생명과 함께하는 보령’을 콘셉트로 하여, 섬세한 곡선과 모던한 직선이 조화롭게 공존하도록 하였으며, 강직하게 떨어지는 세로획을 통해 ‘고객의 건강한 삶을 위해 함께 한다.’는 보령제약의 의지를 담아내고 있다. 형태적인 특징을 보면, 중성의 시작인 심플한 세리프를 통해 글자의 개성과 주목성을 높였고, 곡선과 직선이 만나는 부분에 각을 주어 획에서 강한 힘이 느껴지도록 했다. 본문용에서 보이는 ‘ㄱ, ㅅ, ㅈ’ 등의 형태적인 특징은 제목용과 동일하며, 패밀리로서의 통일성을 높여주었다.

    제목용은 가로 세로획의 굵기 차이가 큰 것이 특징으로, 굵은 세로획은 서체를 안정감 있게 받쳐주는 기둥의 역할을 함으로써 서체에 단단한 느낌을 부여한다. 또한, 자간의 고정폭을 일정하게 두어 안정적인 구조로 제작되었고, 시각중심선을 상단에 두어 시각적으로 균일한 흐름을 갖게 하여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을 가지도록 했다.

    서체간 통일성을 높이고 가독성을 고려한 본문용 서체

    본문용은 제목용의 형태적인 특징을 차용하여 서체 간의 통일성을 높이되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작은 크기로 쓰였을 경우 가독성이 좋도록 최적화한 서체이다.

    ‘BR보령체’ 본문용의 첫 번째 특징은 일반 서체들보다 글자의 자폭을 좁게 설정한 것이다. 기존 의약품에 적용된 서체의 가독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서체의 크기를 작게 적용한 것이 큰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그와 동시에 작은 크기의 서체에 장을 적용하였기에 더욱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서체에 무리하게 장을 적용하게 되면 글자의 형태가 왜곡되거나, 획이 많은 서체는 뭉쳐 보여 글자의 판독이 쉽지 않게 된다. 또한, 작은 크기에서는 장 적용을 무리하게 하지 않더라도 아래와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포장의 면적은 한정되어 있고 그 안에 들어갈 내용은 많으니, 그러한 점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서체에 장을 적용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BR보령체의 좁은 자폭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설정된 것이다. 애초에 글자의 폭을 좁게 설정하여 글자에 장을 적용하는 확률을 최대한 줄여보고자 했다. 가는 자폭은 굵은 자폭의 글자와 비교해 같은 면적이라면 더 많은 글자를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특징으로는 획의 굵기 비율을 들 수 있는데, 본문용의 경우 가로, 세로획의 대비 차가 크지 않은 비율로 설정되어 있다. 하지만 서체에 혹시 모를 장 적용을 대비하여 글자에 장이 적용되더라도 가로획이 세로획보다 굵어 보이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로 세로획의 굵기 비율을 설정했다.

    마지막 특징은 중성 곁줄기의 길이와 사이 공간 설정이다. ‘ㅏ, ㅑ’ 등의 곁줄기의 길이를 길게 하고 ‘ㅐ, ㅒ, ㅔ, ㅖ’ 중성의 두 세로획 사이 공간을 기존의 서체들보다도 넓게 설정해 주어 작은 크기로 쓰였을 시, 획의 뭉침이 없도록 하여 판독과 시인성을 높였다.

    아직 ‘BR보령체’는 개발완료 된 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전용서체이기 때문에, 패키지나 광고 등에 적용한 모습을 찾기 어렵다. 오랜 시간 동안 고생한 만큼 서체의 특성에 맞게 잘 적용하여 사용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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