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문화는 르세상스 시대부터 포스터 모더니즘까지 시대별로 큰 특징을 나눌 수 있는 것처럼 영문 서체 역시 스타일별로 특징을 나눠볼 수 있다. 그중 오늘 소개할 서체는 바로 ‘바스커빌(Baskerville)’로 이는 가독성이 뛰어나 현재까지 본문용 서체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바스커빌의 특징인 ‘트랜지셔널 스타일(Transitional)’은 펜글씨의 특징이 살아있는 ‘개럴드 스타일(Garald)’에서 기하학적이며 수학적인 비례로 펜글씨의 특징이 사라진 ‘디돈 스타일(Didone)’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양식이다. 여기서 꼭 알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왕의 로만(Romain du Roi)’이라는 서체인데, 여기에서 왕은 절대군주의 막강한 권력으로 화려한 궁정 생활을 보여줬던 루이 14세를 가리킨다. 현재 ‘Louis Quartorze(루이까또즈)’라는 브랜드까지 있는 것처럼 전 세계 사람에게 가장 잘 알려진 왕 중 한 명이다.
* 이 기사는 윤디자인연구소 공식 블로그 ‘윤톡톡’에 포스팅한 글을 재구성한 것입니다.(원문 바로 가기)
루이 14세는 익히 알려진 대로 베르사유 궁전을 만들었고 발레에 대한 열정으로 직접 무대에 출연하여 수준 높은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건축, 무용, 미술, 문학 등 예술의 모든 분야를 사랑하고 후원해 온 그는 타이포그래피에도 관심을 갖고 ‘왕의 로만’이라는 서체를 제작하기를 명령한다. 수학적으로 제도하여 정밀하고 통일성 있는 최적의 로만 알파벳 원도가 탄생했고 이를 활자로 조각, 주조하여 왕실에서만 사용하는 ‘왕의 로만’이 탄생한 것. 그후 많은 디자이너에게 영향을 주었고, 60년 후 존 바스커빌(John Baskerville)의 서체 디자인으로 재현된다.
바스커빌의 특징은 가로획이 가늘어서 획의 굵기 차이가 두드러지며, 세리프의 모양이 직선적이면서도 날카로워 수학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고른 글줄을 가지고 있어서 본문용으로 사용해도 아름다우며, 자소 하나하나가 우아하게 디자인되어 제목용으로도 많이 사용한다. 특히 필자는 대문자 Q의 디자인을 무척 좋아하는데, 이 디자인을 잘 살린 브랜드가 있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브랜드인 ‘루이까또즈(Louis Quatorze)’. 현재의 로고는 산세리프의 장체 느낌으로 세련되고 모던한 감각으로 디자인되어 있지만, A, R, Z의 모습과 함께 Q의 모양에서 바스커빌의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이 잘 살아 있다. 바스커빌의 서체디자인을 알고 보니 브랜드가 더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다가온다.
현재 많이 쓰이고 있는 바스커빌 서체는 개발 당시 널리 사용되었던 ‘캐슬론(Caslon)’이라는 폰트와 다른 특징으로 인해 거부감을 일으키며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고 한다. 게다가 바스커빌은 양질의 흰 지면에 뚜렷한 검은 잉크를 개발하여 새로운 출판 디자인을 개발했는데, 출판물에 날카로운 세리프가 두드러지며, 획 차이가 많은 바커스빌 서체는 당시 아주 획기적이고 기괴한(?) 디자인이었을 것이다.
현재는 소문자의 크기와 자소의 형태, 굵기가 나무랄 곳이 없어 매우 인기가 높은데, 1923년 ‘모노타입사(Monotype)’에서 연구하고 재탄생하여 그 아름다움과 역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았고 현재까지 여러 버전의 디지털 폰트가 나와 있다. 1982년 미국의 ITC사에서 재현한 폰트는 ‘뉴 바스커빌(New Baskerville)’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고 에미그레사의 ‘Mrs. Eaves’ 서체는 바스커빌의 특징적 모양과 비례는 유지하면서 굵기 차이를 현저히 줄여 본문용 서체의 기능을 높여 개발됐다. 이 폰트명은 바스커빌의 부인의 이름으로 원래는 가정부였다가 후에 부인이 되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는데, 그녀 역시 존이 서체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알려졌다.
한편, 바스커빌 서체는 윤디자인연구소 통합 폰트 스토어인 ‘폰코(www.font.co.kr)’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편집 디자인할 때 세리프 스타일은 너무 올드한 것 같고, 산세리프 스타일은 너무 지겹다고 생각할 때 바스커빌을 사용해보는 건 어떨까. 절대 후회하지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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