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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 ‘청소년타이포제작전문그룹’

    중고득학생을 위한 서체 디자인 특성화 아카데미 ‘청소년타이포제작전문그룹’


    인터뷰. 임재훈

    발행일. 2020년 12월 14일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 ‘청소년타이포제작전문그룹’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는 2000년 개관한 청소년 미디어 특성화 시설이다. ‘스스로넷’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사진·영상 같은 미디어 분야의 체험 학습 프로그램 제공, 미디어 이론 및 윤리 교육, 진로 상담 등을 해 오고 있다. 방송국 PD, 언론사 기자, 유튜버, 뮤직비디오 감독 중에는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 ‘출신’이 적잖다. 올해 20주년을 맞아 센터는 현재 미디어계에 종사하는 ‘스스로넷 출신’ 20명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에는 ‘청소년제작전문그룹’이라는 일종의 아카데미가 형성돼 있다. 디자인 부문의 별칭은 ‘청소년디자인제작전문그룹’이다. 이 그룹은 올해 서체 개발 과제를 신설하고, 5월부터 11월까지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서체 디자이너 한동훈의 지도 아래, 수업에 참여한 중고등학생들은 7개월간 각자의 서체를 완성하고 기념 전시회도 가졌다. ‘청소년타이포제작전문그룹’의 첫 성과였다.
    
    청소년타이포제작전문그룹은 2021년 2기 모집을 준비하고 있다. 서체 디자인을 배우고 싶거나, 서체 디자이너를 꿈꾸는 청소년들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이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한 이지우 담당자(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 기획홍보팀 소속 디자이너)를 만나 첫 운영의 뒷이야기와 내년 계획을 물어봤다.

    청소년타이포제작전문그룹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청소년타이포제작전문그룹은 올해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에 신설된 프로그램입니다. 그래픽 디자인 수업은 다양한데, 왜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서체’ 교육 프로그램은 찾기 어려울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어요. 서체라는 디자인 요소가 어떻게 시작되고 제작되는지, 그 종류는 또 어떠한지 등등에 관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또한 예고와 미대를 나와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일을 시작하면서 서체의 중요성을 깨닫고 관련 교육을 찾아다녔었습니다. 서체 교육 프로그램의 경우는 거의 단기 특강이나 사설 교육 위주인 것 같았어요. 마음에 드는 교육을 어렵게 발견해도, 커리큘럼이 저 같은 초보에겐 너무 전문적이었어요.

    청소년타이포제작전문그룹은 기본적으로 ‘기초만 아는 친구들도 자신감 있게 편한 마음으로 접할 수 있는 수업’을 지향하며 기획되었습니다. 명칭처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현업에 종사 중인 서체 디자이너와 함께 서체 디자인의 개념을 차근차근 이해하고, 직접 자신만의 서체도 제작해보는 교육 프로그램이죠.

    올해 교육은 5월부터 11월까지, 격주 토요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1시까지, 이렇게 총 7개월간 15회 일정으로 진행을 했어요. 서체 수업과 제작뿐 아니라 굿즈도 제작하고 종강 기념 전시회도 열었습니다.

    정식 단체명은 ‘청소년디자인제작전문그룹’이지요? 올해 주요 과제가 서체 제작이라서 ‘청소년타이포제작전문그룹’이란 이름도 병기하시는 건가요?

    맞습니다. 정확히는 ‘청소년제작전문그룹’ 안에 포함되어 있는 디자인 카테고리 중 하나예요. 청소년제작전문그룹은 저희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가 자체적으로 기획·운영하는 일종의 아카데미입니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특정 관심사와 전공을 보다 깊히 경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매년 새로운 친구들을 모집하고 수업 커리큘럼도 리뉴얼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카테고리의 교육 주제를 ‘서체’로만 한정 짓진 않으실 것 같은데요. 이를테면 ‘청소년그래픽제작전문그룹’, ‘청소년일러스트레이션제작전문그룹’, ‘청소년미디어아트제작전문그룹’ 등등도 기획될 수 있겠네요?

    그렇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올해 청소년제작전문그룹에 디자인 카테고리가 추가되면서 청소년타이포제작전문그룹도 신설된 것입니다. 2020년도 교육 과제가 ‘서체’였거든요. 에디터 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향후 친구들이 원하는 디자인 방향과 트렌드에 맞춰 프로그램명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청소년○○○제작전문그룹’의 공란에 들어갈 수 있는 디자인 분야는 무궁무진하니까요.

    학생들의 원도 스케치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 ‘스스로넷’ 사이트에서 청소년타이포제작전문그룹의 활동을 살짝 봤습니다. 전문 강사의 지도 하에 진행되는 온라인 실습 프로그램 형태더군요. 제 경우엔 몇 번인가 화상 회의라는 걸 해봤습니다만, 처음엔 영 어색하더라고요. 다행히 지금은 가까스로 익숙해진 상태입니다.(웃음)

    소통 면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교육 초반의 어색함을 없애는 데도 노력이 필요했고요. 오프라인에선 누군가의 표정과 말투가 선명히 감각되잖아요. 그래서 그 사람의 ‘분위기’라는 걸 짐작할 수도 있고요. 온라인은 아무래도 화면을 한 번 거쳐서 타인을 바라보는 형태라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고유한 특성을 느끼기 쉽지 않더라고요. 평상시보다 목소리 톤을 더 높여서 말하거나, 표정도 훨씬 풍부하게 지으려고 몹시 애썼답니다.(웃음) 초반에 어색해 하던 친구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채팅으로 장난도 주고받고, 서로 필요한 자료도 공유하는 모습을 보는 게 참 좋았습니다.

    청소년타이포제작전문그룹 수업 현장
    코로나 19 방역 조치에 따라 주로 온라인으로 진행했고,
    과제 검수 같은 특정 수업에 한해서만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 내 강의실을 제한적으로 이용했다.

    비대면 프로그램이기는 해도 화상으로 꾸준히 얼굴을 맞대는 형식이니 그룹 멤버들과 정도 많이 쌓였을 것 같습니다.

    많죠. 정말 많습니다.(웃음) 매 수업마다 과제가 있었거든요. 친구들 각자가 과제물을 제출하는 게 수업 첫 순서였죠. 어떤 친구가, 본인이 과제로 제작한 폰트를 채팅 창에 적용해서 강사 선생님께 대화를 건 적도 있었어요.

    또 다른 친구도 기억납니다. 제게 이런 말을 해줬어요. 디자인 수업을 받다 보면 잘하는 친구들과 경쟁하느라 스스로 지치기도 하고 자신감도 많이 저하됐는데, 청소년타이포제작전문그룹 교육을 통해 ‘경쟁 없이 작업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고. 개인적으로 무척 뿌듯했습니다.

    친구들이 사용하는 디바이스들을 보면서 새삼 시대가 변했다는 것도 체감했습니다. 수업 때 태블릿PC를 딱 꺼내놓고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작업을 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어요. 어쩌면 저 스스로가 알게 모르게 ‘디자인 작업은 컴퓨터로, 프로그램은 어도비로’라는 관습에 익숙했던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컴퓨터로만 작업하는 시대는 이제 완전히 지났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친구들 덕분에 저도 세상을 배운 거죠.(웃음)

    학생들의 과제물
    한 학생의 과제: 자신이 만든 서체의 팬그램에 본인 생일을 귀엽게 끼워 넣어(?) 알렸다고 한다

    방금 말씀하신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시대의 변화를 몸으로 느꼈다는 거요. 담당자 님 나이도 어느 정도 짐작이 되는데요? 하하. 청소년 친구들로부터 또 어떤 걸 배우셨나요?

    서체 디자인 툴을 처음 접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틀에 박히지 않고 각자 개성 있는 작품을 만들어낸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실습에 들어가기 전 친구들의 아이디어 스케치를 받아보고 ‘이렇게도 작업할 수 있구나’ 하면서 내심 감탄했어요. 본인이 좋아하는 음식인 곱창과 닭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친구, 좋아하는 배우의 분위기를 따서 서체를 제작했다는 친구, 단단한 폰트를 만들고 싶다던 친구, 꽉 찬 네모꼴 폰트를 제작하고 싶다던 친구, ······.

    제가 가장 흥미로웠던 건, 청소년 친구들이 자신의 생각과 방향을 당당하게 표현할 줄 안다는 점이었어요. 사소한 데서 오는 아이디어와 때묻지 않은 작업물들이 신선하기도 했고, 담당자로서나 작업자로서 제 자신이 많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김수현 학생의 서체 ‘케찹케찹’
    나윤서 학생의 서체 ‘금화주머니’
    서예강 학생의 서체 ‘퍼즐조각’
    양윤지 학생의 서체 ‘아.. 곱창 먹고 싶다’
    유서연 학생의 서체 ‘여름으로’
    이지수 학생의 서체 ‘거울조각’
    최선희 학생의 서체 ‘베네시오’
    학생들의 서체를 활용해 제작한 2021년 탁상달력
    학생들이 제작한 청소년타이포제작전문그룹 키홀더

    서체 ‘월광소나타’와 ‘월광포르테’ 제작자로 잘 알려진 한동훈 디자이너가 강의를 진행하셨지요. 강사님과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커리큘럼을 구성하셨는지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청소년타이포제작전문그룹 기획 당시도 코로나19 탓에 시기가 안 좋았어요. 일반 수강생들 입장에선 오프라인 방식의 디자인 교육이 익숙할 거라서, 어떻게 온라인 포맷으로 짤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또, 이미 쉽게 접할 수 있는 단방향 위주의 교육처럼 뻔한 프로그램은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수업 일정이 황금 같은 주말 오전에 잡혀 있다 보니, 청소년 친구들이 잠깐 놀러오듯 부담 없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그래서 젊은 강사님을 모셔서 친구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싶었어요. 그렇게 한동훈 강사님 함께하게 된 것이랍니다.

    게다가 한동훈 강사님은 현업 서체 디자이너이면서 온라인 수업 경험도 갖고 계셔서 딱 적임자라 생각했습니다. 에디터님 질문에 대한 강사님 답변도 제가 미리 받아놓았거든요.(웃음) 살짝 옮겨 와 보겠습니다.

    온라인 강의 중인 한동훈 강사
    모든 커리큘럼이 그렇듯 연령과 기간을 고려했습니다. 똑같은 청소년이라 해도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다니는 학교가 특성화고인지 일반고인지 등에 따라서요. 그래서 특정한 몇 명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친구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난이도로 커리큘럼을 구성했습니다.
    
    수업 초반에는 서체 디자인 관련 용어들의 개념부터 명확히 짚었어요. 여기에 특별히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어느 정도 작업이 진행된 후에도 원리를 계속 상기시키며 수업을 진행했고요.
    
    전체 수업 기간이 총 7개월인데, 폰트 한 벌을 제대로 만들기엔 다소 짧은 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서체, 즉 ‘폰트’는 아닐지라도 이에 준하는 다수의 글자를 만들어내는 걸 목표로 잡았습니다.
    
    청소년타이포제작전문그룹 강사 한동훈

    그룹 멤버들의 면면도 궁금하네요. 연령대는 어떤지, 서체 제작 실습에 참여한 동기는 무엇인지 등등요.

    서체 디자인에 관심 있는 14세부터 19세까지의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청소년타이포제작전문그룹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단,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어도비 프로그램을 기초적으로라도 다룰 줄 알아야 해요. 올해는 청소년 친구들의 연령층이 퍽 넓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생부터 고등학교 3학년생까지 두루 있었어요. 아무래도 나이와 학년별로 수업 참여의 동기도 조금씩 달랐고요.

    몇몇 중1 친구들은 게임 사이트나 포털 사이트의 무료 폰트를 보고 서체 디자인에 관심을 가졌다고 하더군요. 그런가 하면, 영상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포트폴리로 준비 차원에서 수강한 친구도 있었고요. 캘리그래피 수업인 줄 알고 온 친구도 있었습니다.(웃음) 아직 중학생이어서 그런지, 서체의 개념을 정확히 인지하고 온 친구들은 적었어요. ‘서체 디자인을 경험해본다’ 쪽이 더 많았습니다. 진로를 찾기 위해 일찌감치 적극적으로 나선 친구들이랄까요?

    고3 올라가는 친구들 중에는 미디어고등학교 재학생, 취업 준비 중인 예비 졸업생들이 많았는데요. 본인들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2퍼센트’를 채우고자 온 거죠. 그 2퍼센트가 바로 서체 디자인이었던 거고요.

    아까 ‘청소년○○○제작전문그룹’의 공란에 들어갈 수 있는 디자인 분야는 무궁무진하다고 말씀하셨잖아요. 내년에도 ○○○ 안에 ‘타이포’가 들어가나요?

    2021년 3월부터 청소년타이포제작전문그룹 2기를 모집할 예정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스스로넷 사이트(http://www.ssro.net)와 저희 그룹 인스타그램(@typo_ssro)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서체 디자인에 관심 있는 청소년 친구들은 고민 말고 많은 애정과 관심 부탁드려요.

    원대한(!) 목표도 세우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청소년타이포제작전문그룹 친구들이 완성한 서체를 무료 배포하려고 해요. 청소년들이 만든, 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들에 의한 공공재로서의 서체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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