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명의 예술가가 있다. 그의 이름은 장-미셸 바스키아. 약관의 나이에 80년대 뉴욕 미술계의 떠오르는 별이 된 ‘천재’ 예술가이다. 게다가 1988년 왕성한 활동을 펼치던 와중에 27세의 나이로 요절하기까지 했으니, 그 명성은 더욱더 높아질 수밖에. 그러나 그런 명성에 기대를 품고 작품을 찾아본다면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낙서 같은 그림에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속은 듯한 기분을 잠시 참고 그림을 들여다보면, 이상하게도 어떤 감정의 파도가 느껴진다. 도대체 이 ‘낙서’ 속에 무엇이 들어있기에?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장-미셸 바스키아 Jean-Michel Basquiat> 전은 1981년부터 86년까지, 바스키아가 스타덤에 오르고 왕성하게 활동했던 시기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총 17점에 달하는 작품을 볼 수 있는데, K2관과 K3관에 걸쳐 전시되고 있다.
바스키아의 작품은 하나의 완성된 장면이라기보다는 그림과 글자를 상징과 기호로 활용해 배치한 것에 가깝다. 작품 속에 나타나는 요소는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의 힌트가 되지만, 다양한 것이 섞여 있어 그 안에서 단순히 한 가지 주제를 뽑아내는 것은 어렵다. 대신 반복해서 나타나는 기호나 문자, 인물 등의 암시는 그가 어디에서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지,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은지 추측할 수 있게 한다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인 작품 활동을 보여준 바스키아. 그의 작품에는 그 자신의 이야기와 당시 미국의 사회상, 특히 인종차별적인 문제가 주로 등장한다. 유년시절에 당한 교통사고와 그로 인해 접하게 된 책 ‘그레이의 해부학(Grey’s Anatomy)’, 그리고 당시 미국 사회에서 활약하던 흑인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소재들은 각자 구급차나 비행기의 이미지 혹은 다양한 해부학도상으로 나타나고 인물들은 직접적으로는 이미지로, 간접적으로는 인물에 연관된 문구를 통해 나타난다. 이런 것들은 모두 기존의 미술 언어가 아닌 그만의 독창적인 언어로 표현되어 관람객에게 더 큰 파격으로 다가간다.
마치 자기 자신만 알아볼 수 있는 어린아이의 낙서처럼 바스키아의 작품 역시 본인만 이해할 수 있는 이미지로 가득하다. 그렇게 뚜렷한 메시지를 보여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이 인기 있는 것은 작품 속에서 나타나는 강렬한 감정 덕이 아닐까. 짧은 생애 동안 치열한 작품 활동을 보여준 그에게 그림은 자기 주변의 이야기와 감정을 녹여낼 수 있는 용광로였을지 모른다. 짧지만 뜨거웠던, 바스키아의 치열한 생을 이번 전시를 통해 만나보길 바란다. ※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전시 정보
장-미셸 바스키아 Jean-Michel Basquiat
전 기간: 2013년 2월 14일(목)~2013년 3월 31일(일)
장소: 국제갤러리 K2, K3관
주최: 국제갤러리
관람료: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