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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디자인 아이콘’ 에이프릴 그레이먼 개인전 〈생각에 대한 생각〉

    아티스트에게 '새롭다'라는 단어는 어떤 의미일까. 최고의 찬사이기도 하지만, 끊임없는 도전과 실험이라는 진통 끝에 비로소 얻을 수 있는 어떤 숙명 같은 것이겠지.


    글. TS 편집팀

    발행일. 2012년 11월 11일

    ‘20세기 디자인 아이콘’ 에이프릴 그레이먼 개인전 〈생각에 대한 생각〉

    어제 그 일을 그러한 방식으로 했다고 해서
    오늘의 작업 역시 동일한 방법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바로 그것이 디자이너에게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이유이다.
    -에이프릴 그레이먼-

    – 박암종 〈세상을 디자인한 디자이너 60인의 디자인 생각〉 中

    아티스트에게 ‘새롭다’라는 단어는 어떤 의미일까. 최고의 찬사이기도 하지만, 끊임없는 도전과 실험이라는 진통 끝에 비로소 얻을 수 있는 어떤 숙명 같은 것이겠지. ’20세기 디자인 아이콘’ 에이프릴 그레이먼(April Greiman)에게도 ‘새로움’은 마치 삶의 이유처럼 끈질기게 그녀를 따라다녔다. 어쩔 수 없이하게 되는 ‘수동’이 아닌 그렇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능동’적인 삶의 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에이프릴 그레이먼의 개인전 〈생각에 대한 생각(Think about what you think about)〉은 지난 40년간 그녀가 걸어온 새로움에 대한 발자취이다. 전시회장 곳곳 그녀의 작품이 걸려있는 공간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그녀의 아름답고도 치열했던 시간과 마주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종종 신기하고 이상한 것을 보게 되면 ‘이 세상 것이 아닌 것 같다.’라는 표현을 쓴다. 에이프릴 그레이먼의 작품은 꼭 그런 느낌이다. 이상하면서도 자꾸 빠져들고 혼란스러우면서도 정점을 찍어주는 그 무언가. 소위 말하는 나쁜남자의 치명적인 ‘그것’ 같은. 실제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화가, 음악가, 시인, 그리고 작가들이 엄청난 영감의 원천이다.’라고 하는 에이프릴 그레이먼의 말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역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그녀의 대표작 〈Does it make sense?〉. 이 작품은 미국 중동부의 미니애폴리스 시의 ‘Walker Art Center’에서 발행하는 잡지 ‘Design Quarterly’ 133호에 실린 작품이라고 한다. 매호 새로운 토픽 중심으로 특집 기사를 다루는 이 잡지는 반짝거리는 심미안으로 순수 예술과 신기술, 그리고 전통적인 디자인의 경계를 허문 이 작품을 실어 이른바 ‘뉴웨이브’ 운동의 시발점이 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에이프릴 그레이먼의 실물 크기 전신사진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그래픽 요소가 접목된 이 포스터는 이번 전시회 포스터와 묘하게 맞물려있다. 〈Does it make sense?〉에서는 과거의 에이프릴 그레이먼을, 전시회 포스터에는 현재 그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즐거움. 중요한 것은 과거나 현재나 모두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Does it make sense? (클릭하면 커집니다.)
    L.A. Olympic Games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L.A. Olympic Games〉. 남성인지 여성인지, 마라토너인지 무용수인지 모호한 두 다리가 자꾸만 시선을 끈다. 오랜 시간 노력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근육이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생동감을 주고 그래픽적인 요소는 올림픽에 대한 신뢰감을 상장하는 듯하다.

    그 외 〈Snow White + 7 Pixels〉, 〈Workspace 1987〉, 〈Pikes Peak Lithographing Co.〉 등 정적이면서도 동적이고 서정적이면서도 위트 있는 그녀의 작품들. 이런 매력적인 조합은 우연한 효과, 해상도가 낮은 텍스트와 이미지도 에러로 여기지 않고 새로운 시각 언어로 수용했던 그녀의 자세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이미지가 번지고 흔들려도 그 자체를 작품으로 만드는 선구자적인 정신은 오늘날 디자인 세계가 도전할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준 것이다.

    (왼쪽부터) Snow White + 7 Pixels, Workspace 1987, Pikes Peak Lithographing Co.
    (좌) Cal State Sacramento – Think About What You Think About  (우) Objects in Space

    또 한가지 눈에 띄었던 것은 그녀의 작품 속 어디에나 등장하는 타이포그래피. 특히 〈Cal State Sacramento – Think About What You Think About〉, 〈Objects in Space>에서는 마치 배경음악처럼 흘러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텍스트를 따라가다 보면 사각의 틀을 벗어나 미지의 세계가 무한히 펼쳐질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아직 아무도 가본 적 없지만, 각각의 생각대로 만들어지고 다시 흩어질 수 있는 곳.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 이름인 〈생각에 대한 생각〉과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Coop Himmelblau Architects – 리브랜딩, 비주얼 아이덴티티
    Hand Holding a Bowl of Rice – 공공디자인(슈퍼그래픽), 윌셔 버몬트 스테이션(LA 코리아타운)

    ‘여러 분야를 두루 통섭할 수 있는 능력과 감각은 창작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하는 에이프릴 그레이먼. 전문가로서 아티스트, 디자이너의 경계를 두지 않고 실용적이면서도 실험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콘셉트를 근간으로 하는 작업을 하는 ‘광의적 개념의 창작인’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 나이로 예순이 훌쩍 넘어버렸지만, 그 어느 청춘보다 열정적인 이름 에이프릴 그레이먼. 통섭과 융합이라는 현재의 화두를 아주 오래전부터 꺼내어 실천해 온 그녀. 이제 그 이야기의 시작점을 만나러 가 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인생의 중요한 물음이 될지도 모르니까.

    전시 정보
    에이프릴 그레이먼 개인전 〈생각에 대한 생각〉

    기간 : 2012년 12월 10일(월)-16일(일)
    장소 : 갤러리 뚱(찾아오는 길)
    오프닝 : 2012년 12월 10일(월) 오후 6시
    주최 : 한국기초조형학회
    주관 : 윤디자인연구소
    후원 :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두성종이, 월간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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