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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미디어 아티스트 신기헌

    공간 디자인을 전공하다 ‘가상 공간’에 관심을 갖게 된 까닭


    인터뷰. 인현진

    발행일. 2014년 03월 03일

    뉴미디어 아티스트 신기헌

    그는 일할 때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창작자로서의 가치도 있지만,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생각한다. 자신의 가치를 적용할 수 없는 일은 이익이 크다 해도 쉽게 따라가지 않는다. 타고난 강점도 있지만 부족한 부분은 훈련으로 키웠다. 익숙한 길을 버리고 낯선 곳에 가서 처음부터 시작했다. 어느 곳에서 누구를 만나 무슨 일을 하든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길을 만들며 새로운 지점에 도달해간다.

    미디어 아티스트인 동시에 프리랜서 디자이너인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두 가지 명칭을 함께 사용해요. 때로는 프리랜서 기획자이기도 하고요, 제 개인 작업이나 클라이언트 작업이라도 제 아이덴티티를 담아내고자 할 때는 아티스트라는 명칭이 필요한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측면에서도요. 아티스트라는 이름 자체가 가치가 될 수 있다고 보기에 두 가지를 다 가져가려고 합니다. 요즘엔 디자이너라는 용어 자체를 좀 더 자유롭고 넓게 쓸 수 있어서 경계가 사라진 덕도 보고 있네요.

    시대의 흐름을 탄 것도 있겠지만, 본인 스스로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해 오신 것 같은데요.

    그것과 관련해서 큰 로드맵을 갖고 간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일부 전략적이고 전술적인 부분을 생각한 것도 물론 있죠. 성향은 즉흥적인데 트레이닝 된 부분도 있어요. 기본적으로는 발산적인 사람인데 수렴적이고 계획적인 부분을 훈련하고자 노력했거든요. 디자인 분야에서 만나는 분들은 저보고 발산적인 사람이라고 하지만 아티스트 분야에서 만나는 분들은 훨씬 자유롭고 종잡을 수 없는 분들이시니까 제가 오히려 이성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이더라고요. 그 양쪽에서 비치는 제 모습이 단점이기보다는 장점으로 작용한 덕분에 때로는 제안서와 같은 형식에 갇히지 않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어서 좋고, 또 어떤 때는 체계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해줘서 좋고…. 만약 그 반대였으면 매우 곤란했을 거 같은데 참 다행이죠.

    웹사이트를 보니까 굉장히 효율적이고 체계적이던데요.

    말씀드렸듯이 제 기질은 즉흥적이고 발산적인 사람인데 반대편 사고방식들을 훈련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해왔어요. 익숙하지 않은 방식을 애써 선택하기도 했었고요. 비유하자면 왼손을 쓰기 위해 오른손을 아예 묶어버린 경우랄까요. 디자이너에게 익숙한 소통의 방법인 이미지 대신 오로지 텍스트로만 소통하기도 해보고요, 프린트라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몇 년간을 살아보기도 했었어요. 텍스트라는 형식조차도 워드 같은 소프트웨어가 아닌, 아무런 서식을 포함할 수 없는 메모장만을 통해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들을 실시간으로 정리하는 연습을 했죠. 그 예로 지금의 제 웹사이트(바로 가기)에는 이미지가 없어요. 지속 가능한 업데이트가 목적이었기에 최대한 이미지를 배제하고 텍스트로만 가게 됐죠. 그 대신 신속하고 꾸준한 업데이트를 무기로 삼고 있습니다. 저에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위해 다른 것은 포기한 거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서 모든 것을 공개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는 가능한 한 정보를 모두 공개하자는 주의예요. 저도 그런 분들께 도움을 많이 받았고요. 정보를 열어두었을 때 소통이 더 원활한 면도 있고, 선택과 집중의 측면에서도 좋더라고요. 웹사이트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보이는 것 이외에도 그 안에 숨겨진 정보들이 매우 많아요. 살아 있는 유기체 같은 형태랄까. 그동안의 저의 경험을 정리해둔 내용도 처음엔 한 줄이었지만 시간이 지나 백 개 이백 개 쌓이다 보니 이제는 그 자체로도 한층 더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 경험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트윗스퀘어
    그는 일방적으로 이렇게 살아야 한다, 라는 방식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왜 안 돼? 해보면 방법이 있다. 그는 자신의 행보 자체가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 세상이 강요하는 방식은 누구에게 중요한 것인가? 나에게 중요한 것이거나 상대에게 중요한 것이라면 해도 좋지만, 그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면 굳이 따를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그런 선택조차 주어지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조심스러운 이야기라고 그는 신중하게 말한다. 그들에게 빚진 마음이 있다고. 

    작업하면서 변화를 느낀 단계가 있으셨나요?

    가장 큰 건 SNS의 등장인 것 같아요. 예전엔 웹사이트에 하루에 하나씩 글을 썼어요. 이전에는 제 공간에서 사람들을 기다렸다면 지금은 제가 사람들의 흐름 속으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옮겨간 거죠. 패러다임의 변화를 무시하지 않은 측면인데 그런 노력이 꽤 있었어요. 그때에는 가치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가치가 사라져버리는 경우도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즐겨찾기 같은 경우도 열심히 정리했던 거 같은데 지금은 별로 의미 없는 노력이 되어버렸고요. 이제는 모든 것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통하게 되니까 시대에 필요 없다고 판단된 것은 과감히 그만두었죠. SNS상에서는 나에 대한 많은 부분을 공개하고 나를 투명하게 하는 만큼 활동에 책임감도 더 생기는 것 같아요.

    정보와 기록에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오픈 소스라는 개념이 크게 영향을 줬어요. 같이 팀 작업을 하는 분들도 그런 철학을 실천하고 계셨고요. 사실은 디자인하면서 답답해하던 것도 일종의 폐쇄적인 분위기였거든요. 그러면서 정작 나는 기여하지 않으려고 했죠. 저는 최대한 공유하는 방법을 추구해요. 물론 내가 사는 방식으로 세상 전부가 그렇게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만 명 중 한 명이라도 아, 저렇게 살 수도 있구나! 라고 확신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최대한 공개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가고 있어요. 줄 수 있는 건 모두 다 주고 싶고요.

    왜 그렇게 주고 싶은 마음이 많으신가요?(웃음)

    공유와 나눔의 가치를 자주 경험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소속도 없고 묶여 있는 울타리도 없으니 더 자유롭게 줄 수 있는 이점도 있죠. 아이디어조차도 저만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차피 나 혼자 많은 것을 끌어안고 있어도 시간과 공간, 에너지의 제약이 있어서 모두 해낼 수는 없잖아요. 내가 다 해낼 필요도 없고요. 내가 혼자 갖고 있으면서 썩히느니 누군가 구현하고 실현하는 것이 더 의미 있죠. 그럴 때 오히려 저한테 돌아오는 게 더 많다는 것을 경험해왔기에 내 모든 것을 자유롭게 사용해도 좋다, 변형이든 차용이든 허용을 하겠다는 입장이에요. 물론 지금 내가 당장 사용하고 싶은 아이디어는 곧바로 내놓지 않으니 100%를 다 주는 건 아니지만요(웃음).

    뉴미디어는 본인에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요?

    저도 공간디자인을 전공했기에 물질적인 것에 익숙하고 관심도 많았어요. 하지만 학생 때부터 가상공간에 대한 관심도 많았죠. 게임엔진을 공부해가며 직접 가상공간을 만들어 보기도 했고요. 어떻게 보면 물질과 비물질이라는 양 극단을 오고 간 셈인데 그게 대치적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오히려 이 스펙트럼에서 저 스펙트럼까지 자유롭게 오간다는 느낌이죠. 뉴미디어라는, 내일이면 또다시 과거의 것이 되어버리는 빠른 속도의 매체를 한쪽에선 사용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쉽게 변하지 않는 고정적인 것을 가지고 작업을 하거든요. 삶과 작업의 연속 선상에서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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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자기 분야의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특정한 좁은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가보지 않은 곳을 향해 더 멀리, 더 높게 큰 비전을 보고 간다. 누군가의 길을 따라가기보다 먼저 가서 돌 하나를 놓고 길을 만들어 나중에 오는 사람들을 안내하고자 한다. 앞사람들을 보고 가면 늘 뒤통수만 보고 가지만 뒤에 오는 사람들을 끌고 가면 그들의 얼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이라는 도구의 사용에 굉장히 해박할 것 같아요.

    본인 자체가 새로운 도구를 배우는 것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에요(웃음). 내가 잘하는 것을 계속 잘하는 건 오히려 쉽지만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닌 거 같아요. 그 때문인지 특정 도구에 종속되거나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 과정 중에 크게는 분야 자체를 바꿔보는 일도 생겼고요. 바닥부터 알아가야 하는 일도 당연히 생기고. 도구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작은 부분이었던 거 같아요. 손을 움직이는 거에 비하면 몸이 움직이는 게 훨씬 더 어려운 일이죠. 몸이 가면 손은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거니까요.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는 절박함이 생기다 보니 조금 더 빨리 익숙해질 수 있는 거 같아요. 도구는 언어와 비슷한 거예요. 내가 원하는 만큼 표현하고 설명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지, 완벽할 필요는 없어요.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 되는 거죠. 외국에 가서 외국인보다 더 영어를 잘할 필요는 없잖아요. 오히려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일지도 모르죠.

    어떤 것이 동기가 되어 지금의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자기계발에 대한 많은 책, 조언 등 많잖아요. 그런데 동기가 어디에서 시작하느냐가 중요해요. 공교육이 싫어서 대안교육을 선택했다면 그건 부정적인 것에서 시작한 거잖아요. 저는 그런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필요에 의해서, 긍정적인 선택을 하면서 자율적으로 살아왔죠. 이런 걸 하라고 강요받은 적도 별로 없고요. 내일 혹은 한 달 후 무엇을 해야 할지 찾아야 하고. 불안한 미래라고 하는 분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정해진 게 없어서 설렘과 기대가 있거든요. 어떤 상황을 받아들이는 건 지극히 상대적인 일인 것 같아요. 그 시작점이 어디인가도 중요한 부분인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 특별히 노력하신 면이 있나요?

    기본적으로는 즉흥적인 사람이에요.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부분은 훈련된 면도 있어요. 오히려 훈련된 부분이 강하고요. 제 성향을 꺾지 않으면서 부족한 부분을 키웠다고나 할까. 그러한 즉흥적인 성향 덕분에 선택의 상황에 섰을 때 어느 것을 선택하든 즐거울 수 있다고 봐요. 회사생활을 3년쯤 했는데 어떻게 자기 에너지를 보존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할 일을 하고 난 후 남은 것은 다음 행보를 위해 준비를 했죠. 그 시간도 많은 설렘이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일과 놀이와 배움의 경계가 별로 없지요. 일과 휴식을 따로 나누지 않고, 활동할 때 충전이 되거든요. 그래서 스트레스도 별로 없어요.

    새로운 롤 모델이 되실 것 같은데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에티오피아에 갔다가 1월 말에 돌아왔어요. 지금은 아무 계획이 없어요. 사실 어느 시점에서는 아무 계획이 없으려고 노력하기도 해요. 그 노력이 이번에는 대략 3년 만이네요. 일은 어떻게 만들어 내냐, 물어보시는데 저는 꾹 참고 가만히 있어보곤 해요(웃음). 제가 전혀 할 줄 모르는 분야에서 경험도 없고 인맥도 없는데 의뢰가 들어올 때가 있어서 저도 궁금할 때가 많아요. 지금 와서 느끼는 건 모든 분야엔 어떤 새로움에 대한 갈급함이 있는 것 같아요. 분야마다 그 일을 잘해낼 수 있는 분들은 충분히 계세요. 그분들의 도움을 통해 저에게만 있는 유일한 것들을 꺼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죠. 앞으로도 지금까지 제가 쌓아온 여러 축을 새롭게 해석해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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