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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물, 기존의 의미를 벗다 <디자인; 또 다른 언어> 전

    국제 디자인계가 주목하는 신진 한국 디자이너 고만기, 김영나, 김한규, 김희원, 박원민, 이은재, 이정은, 이제석, 잭슨홍, 최정유까지 10명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그래픽디자인, 가구디자인, 광고디자인, 패션디자인 등 디자인 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작품 100여 점을 볼 수 있다.


    글. TS 편집팀

    발행일. 2013년 11월 07일

    사물, 기존의 의미를 벗다 <디자인; 또 다른 언어> 전

    ‘무심한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일…. 그것이 디자인’ 동시대 미술의 맥락에서 디자인 장르의 해석을 시도한 <디자인; 또 다른 언어>(Design; Another Language) 전이 열리고 있다. 국제 디자인계가 주목하는 신진 한국 디자이너 고만기, 김영나, 김한규, 김희원, 박원민, 이은재, 이정은, 이제석, 잭슨홍, 최정유까지 10명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그래픽디자인, 가구디자인, 광고디자인, 패션디자인 등 디자인 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작품 100여 점을 볼 수 있다. 이들 작품은 개별 전공과 작업 성향에 따른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지만, 사물을 재해석하는 방법론적인 독창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특징을 가진다. 참여 작가들은 기본적으로 사물을 이해하는 수많은 방법에 관심이 많은 디자이너들이다. 이들은 오랜 시간 공유해온 일상적인 사물을 새로운 조형 언어로 재창조하여 발전시킬 수 있음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쇼핑카트는 여기에서는 더 이상 쇼핑카트가 아니고, 가구는 더 이상 가구가 아니다. 디자인으로써 기존의 사물을 지칭하는 단어의 정의를 넘어 목적어, 서술어마저 모두 바뀌어야 할지도 모르는 새로운 언어 체계로의 이행을 꿈꾸는 작업을 시도한 것. 또한, 하나의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의 이행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단초를 찾아내도록 하여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각 작품과 작가의 면면을 소개한다. 우선 산업디자인과 금속공예를 전공한 작가 고만기(1978년~)는 2009년부터 금속과 기계와의 접점에서 제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종류의 키네틱을 이용한 금속디자인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21세기 가내수공업과 연금술’이라는 주제로 만든 이번 작품 <로우 킷> 또한 인간의 새로운 ‘조립식 이동 수단’에 대한 발상에서 시작. 6천 년 전의 원형 바퀴, 250년 전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얻게 된 동력, 50년 전 대량생산으로 생겨난 슈퍼마켓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이동의 방법과 사물의 환경을 은유적으로 해석한다. 바퀴가 달린 테이블이나 의자 등에 <로우 킷>의 유닛들을 장착하면 사람이 타고 이동할 수 있는 ‘탈것’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 다양한 장보기 상품 대신 카트를 탄 사람이라니. 우스꽝스러움 뒤, 속 깊은 은유가 숨어있는 작품.

    다음은 그래픽/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 김영나(1979년~)가 만든 <Table A>. 이것은 디자이너가 갖고 싶은 것과 만들 수 있는 것 사이에서 팽팽한 긴장을 유지한다. 종이에서 파생된<Table A: 0, 1, 2, 3, 4>는 제 이름처럼 일목요연한 규칙을 실행하지만 동시에 이 규칙들을 가지고 노는 김영나의 이중 어법이기도 하다. 규칙 안에 숨은 교란은 A 시리즈 종이의 용법을 따르는 테이블의 단순한 형태로 인해 쉽게 실체를 드러내지는 않다. 한국과 네덜란드를 거쳐 산업디자인과 시각디자인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의 디자인을 제시하고 있는 김영나는 이 작품을 통해 규격과 물질을 경쾌하게 오가는, 즉 표준에 입각한 비-표준화의 작업을 지향한다.

    고만기, <로우 킷>, 2013년, 스테인리스 스틸
    김영나, <Table A> 연작, 2013년, 금속·분체도장
    잭슨홍, <슬래시 체어>, 2013년, 금속판·분체도장

    사진과 공간을 탐구하는 디자이너 김희원(1982년~)은 이번 전시에서 흔적이라는 사물과 공간의 개연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공간과 흔적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하여 사물과의 대입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의 오버랩과 시공간의 차이점을 오브제로 표현한다. 이렇게 흔적은 우리 삶 속에 가장 잔잔하게 스며들어 존재하지 않은 듯 존재하게 된다. 작품 <흔적 – 거울>은 우리의 삶 속에 남아있는 잔잔하고 깊은 흔적들을 다시 재조명함으로써 이들이 삶의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다. 실재와 허구 사이에서 존재하는 공간 속의 또 다른 공간을 ‘흔적’들로 전달한다.

    이제석(1982년~)은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그것을 표현하는 오브젝트와의 연관성, 예상치 못한 반전의 역습을 통해 관람객들과 소비자들에게 시각적인 충격에서 논리적인 합리성으로의 변환을 보여준다. 실제 사람인 것 같은 마네킹이 누추하게 웅크리고 있는 <숨지 마세요>라는 작품은 마약 치료상담 129를 위한 작품으로 테스트 과정에서 실제 행인들에 의해 파손이 되고 예기치 못한 공간 속에서 사람의 형태를 지녀 문제가 되었었다. 이 마네킹이 던져주는 자극과 이야기들은 무의식중에 가지고 있는 인간의 피폐함과 감정 조절을 못 하는 사람의 심리를 3자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또한 ‘에너지’라는 쓰레기통과 심슨화분처럼 하나의 고정관념과 기억된 이미지가 실제 모델로의 변이과정을 통해 유머러스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가상과 실제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텍스트를 논리적으로 실현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첫 디자인 상설전시인 <디자인; 또 다른 언어>. 이곳에서는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가 무너지고 융합 예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다양한 색을 표현하는 프리즘과 같은 역할로 여러 장르 속에서 사물을 재해석하여 관람객에게 가지각색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어떤 물체(objet)가 이미 눈에 익숙해져 죽어버린 사물이 아닌, 참신한 디자인 작품으로 재해석되는 흥미로운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는 것. 단편적으로 인식하는 디자인의 일시적인 유행과 완성의 즐거움보다는 형식 속에 숨어있는 경계와 가치, 물질의 가능성에 대해 많은 교감이 이루어질 것이다.

    김희원, <흔적 – 거울>, 2013년, 하프미러·사진·센서
    이제석, <숨지 마세요> (마약 치료 상담 전화 129), 2013년, 인체모형
    이은재, <침묵하는 기계 #02 – 분해>, 2013년, 도기·착색·알루미늄

    전시개요

    디자인; 또 다른 언어

    전시 기간: 2013.7.25.(목) ~ 2014.2.23.(일)

    전시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디자인 상설전시실(2층)

    홈페이지: www.mmca.go.kr

    참여 작가: 고만기, 김영나, 김한규, 김희원, 박원민, 이은재, 이정은, 이제석, 잭슨홍, 최정유 총 10명(가나다순)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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