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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붓을 잡은 연기자’ 캘리그래퍼 이상현을 만나다

    20주년 기념전 개최한 캘리그래퍼 이상현


    인터뷰. TS 편집팀

    발행일. 2019년 11월 05일

    ‘붓을 잡은 연기자’ 캘리그래퍼 이상현을 만나다

    캘리그래피는 서예에 뿌리를 두고 순수 미술의 하나로써 자리매김하였다.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그 순수성을 찾아가기 위해 열네 번째 개인전을 열은 이상현 작가의 이번 전시는 그의 캘리그래퍼 인생 20주년을 기념한다. 이번에 발표한 신작들은 그가 걸어온 ‘길’에 대한 키워드를 작품으로 담아낸 것이다.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캘리그래피 작가 이상현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전통 서예를 전공하여 대학, 대학원에서 서예학을 공부하였습니다. 전통 서예를 발전시키기 위해 1999년부터 캘리그래피라는 이름으로 대중예술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글에 표정을 만들고 감성이라는 옷을 입히기 위해 ‘붓을 잡은 연기자’ 그리고 ‘한국 캘리그래피 문화의 1세대 또는 개척자’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내외적으로 여러 작품 활동을 통해 전통 서예를 대중 예술로 승화시킨 대한민국 캘리그래피 1호 작가입니다.

    무엇이 작가님을 캘리그래퍼가 되도록 이끌었는지 궁금합니다.

    ‘진정한 서예가는 글씨를 잘 쓰는 것이 먼저 가 아니다. 서예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먼저다’ 은사님(유천 이동익)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점점 디지털 문화에 현대인들이 익숙해져갔던 1999년. 전통 서예문화는 현대인들과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이때 저는 서예문화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고, 침체되어가는 전통 서예문화를 대중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캘리그래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전통 서예를 대중 예술로 바꿔가야겠다는 고민 끝에 우연히 디자인문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 살아가는 모든 것들은 디자인 속에서 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현대 디자인 문화에 아날로그인 서예문화를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디자인 문화에 다가가기 위해서 서예, 붓글씨라는 단어는 전통에 대한 선입관 때문에 외래어인 ‘캘리그래피’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었던 거예요. 이후 디자인 문화를 통해 타이포그래피를 알았기에 캘리그래피의 비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통을 현대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캘리그래퍼 이상현

    작가님의 멘토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고(故) 김흥수 화백님을 생전에 만나 뵌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자네는 앞으로의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예술가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에 선생님께서는 “예술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질문에 저는 막연했습니다. 이후 선생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예술은 그 시대의 문화를 만들고 그리고 그 문화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예술가가 되는 것이다”라고… 그래서 저는 이후부터 캘리그래피 문화를 위해 더욱 많은 노력을 하게 되었습니다.

    20주년 전시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올해로 캘리그래피 작가의 길을 걸어온 지 20주년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다양하게 시도해온 대표작들과 신작을 전시하고 윤디자인그룹과 함께 20주년 기념 디지털 서체를 발표하였습니다. 대한민국 캘리그래피 문화를 이끌어온 20년간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담은 「붓을 잡은 연기자, 그에게서 읽는 열정의 힘」 에세이 책 출간을 기념하는 행사이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세요?

    한국 캘리그래피 문화 20주년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멉니다. 디자인 서예, 디지털 서예, 미디어 서예를 넘어 이제는 생활 서예, 공연 예술, 현대 서예 등 다양한 순수미술의 길에 올라섰습니다. 캘리그래피의 뿌리는 전통 서예입니다. 그러기에 지난 20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비전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글씨는 곧 마음이고 예술입니다.”

    이번 신작 중에 설명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요?

    ‘쉼’이라는 작품입니다. 캘리그래피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에 20년간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쉬면 캘리그래피 문화가 트렌드로 끝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쉬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열심히 뛰어왔던 것 같아요. 이번 신작들은 제가 걸어왔던 ‘길’들에 대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목표를 두고 걸어왔던 사람들이라면 같이 한 번쯤은 공감해 볼 수 있는 단어와 내용입니다.

    ‘쉼’, 54×78cm, 아트지, 아크릴, 색지, 2019

    ‘가장 빛나는 별’이라는 작품 안에는 ‘존중’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캘리그래피 작가로 걸어온 저의 길은 굉장히 외로웠습니다. 디자인 쪽에서는 캘리그래피를 잘 받아들이지 못했고, 서예 쪽에서도 전통을 왜곡한다는 시점에서 이단아가 되었습니다. 그 안에서 꿈을 가지고 이 길이 옳은지 그른지 잘 모르지만 묵묵히 걸어왔습니다. 그러한 길을 걸어오다 보니 누구나 인간은 ‘존중’ 받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유명한 스타의 별이 아닌 존중 받기 위한 삶. 제 마음의 별을 표현한 거예요.

    ‘가장 빛나는 별’, 78×108cm, 아트지, 먹, 아크릴, 2019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작품(캘리그래피)이란 어떤 것인가요?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난다’라는 말이 있듯이 작품도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일시적인 자극이 아닌 보면 볼수록 친근해지고 생각나는 작품… 이런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작업 프로세스와 스타일은 어떤가요?

    예전에는 화선지와 먹을 고집해왔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문자 추상의 현대적인 작업으로 캔버스, 아트지, 아크릴, 먹, 혼합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기법과 재료를 사용한 작업들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 현대인들과 예술품으로서 소통할 수 있는 작품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는지 궁금합니다.

    한때는 다양한 직업을 갖은 사람들의 소통에서 얻었습니다. 그들의 생각과 바램, 위로 등을 글로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작업들은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5년 개인전 ‘바람의 시’에서는 바람의 소리를 듣고 자연의 소재로 사운드 드로잉 작품을 표현했었습니다. 이후 인간의 마음과 자연의 교감을 통해 작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 중에서도 자연의 소재로 표현한 작품이 있을까요?

    이 작품들의 드로잉 선은 서예용 붓이 아닙니다. 여기에 표현된 선들은 모두 자연의 선으로 나뭇가지를 가지고 표현한 거예요. 나무껍질, 두꺼운 가지, 마른 가지, 죽어 있는 지푸라기 잔풀, 풀 뭉치 등이 선의 요소로 사용되었습니다. ‘글씨’라는 작품으로 설명드리자면, 글씨는 ‘글의 씨앗’이라는 뜻이잖아요. 밭에 씨앗을 뿌리고 그것들이 싹을 틔워낼 수 있도록 자연의 소재를 가지고 드로잉하고, 찍어내면서 표현한 것입니다.

    ‘꽃씨’, 64×93cm, 한지, 먹, 아크릴, 2019
    [왼쪽부터] ‘기쁨’, 78×108cm, 아트지, 아크릴, 한지, 2019 / ‘소망’, 54×78cm, 아트지, 아크릴, 색지, 2019

    작가님이 평소에 가장 좋아하는 일은?

    다양한 직업을 갖은 사람들과의 소통입니다.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아갈 수 있고, 그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을 좋아합니다.

    그동안의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과 그 이유는요?

    2009년 캘리그래피 10주년 기념전에서 발표한 ‘시집 가는 날’이라는 작품입니다. 그 당시에는 캘리그래피라고 하면 디자인에 사용되온 상업 캘리그래피가 유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10주년 전시는 한글의 가독성을 넘어 한글의 이미지성을 담아내는 도전을 선보이는 전시였습니다. 이에 ‘꽃’이라는 한글을 반복적으로 표현하여 수많은 이야기와 표정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꽃’이란 글자가 모이고 모여 한 폭의 수묵화를 그려내듯 꽃길을 연상케하는 작품이었고, 작품 제작 후 저 꽃길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아마 ‘시집가는 가마가 오고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하였고, 작품 제목을 ‘시집가는 날’이라고 지었습니다. 읽고 느끼는 한글을 넘어서 보고 느끼는 한글의 이미지를 표현한 대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1층 카페에 전시)

    ‘시집 가는 날’, 200×70cm, 화선지, 먹, 2009

    캘리그래피에 대한 어떤 생각, 어떤 고민을 하시나요?

    저는 전통 서예를 전공했습니다. 법고창신이라는 말처럼 전통을 통해 새로움을 창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과 현대의 미감을 잘 살려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답도 모릅니다. 늘 고민하고 있는 숙제이지만 언제나 변함없이 도전해 가겠습니다.

    최종적으로 자신이 지향하는 바가 있다면요(작품과 삶 모든 측면에서)?

    늘 꿈을 꾸자! 진심을 다하고 간절함이 있다면, 그리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면 그 꿈은 꼭 이루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캘리그래피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글씨 문화에 익숙해져가고 있고, 캘리그래피를 사랑해주셔서 행복합니다. 글쓰기의 표현은 개인의 자유이기도 하지만 감상자들에게 위로와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작품으로써 해석할 때는 책임감이 따릅니다. 그러기에 진심을 다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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