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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리뷰] 일상에서 만나는 과거의 타이포그래피,〈아파트 글자〉

    과거의 타이포그래피를 현재의 일상에서 볼 기회. 오늘 소개할 책 〈아파트 글자〉 이야기이다. 거리글자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갖고 이에 관한 석사논문을 쓰기도 했던 북 디자이너 정재완은 2009년 초, 대구로 이주한다.


    글. TS 편집팀

    발행일. 2016년 11월 09일

    [북리뷰] 일상에서 만나는 과거의 타이포그래피,〈아파트 글자〉

    과거의 타이포그래피를 현재의 일상에서 볼 기회. 오늘 소개할 책 〈아파트 글자〉 이야기이다. 거리글자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갖고 이에 관한 석사논문을 쓰기도 했던 북 디자이너 정재완은 2009년 초, 대구로 이주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유형의 거리글자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데, 바로 아파트 글자였다. 대구 동쪽 시지에 자리한 5층짜리 ‘경북아파트’가 발단이었다. 대구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달구벌대로변에 위치한 이 아파트는 측벽에 ‘경북아파트’라는 이름의 단단하고 짜임새 있는 레터링을 ‘누구나 볼 수 있는 위치’에서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레터링을 보게 된 전가경은 정재완에게 혹시라도 아직 남아있을 아파트 글자 수집을 제안한다. 이 책은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서 글과 디자인이란 행위로 종사하는 두 사람이 2009년 ‘경북아파트’ 레터링을 발견한 이후 틈틈이 수집해 온 아파트 글자들을 선보이는 첫 아파트 글자 콜렉션이다.

    거리의 간판과 더불어 아파트 외벽에 그려진 글자를 관찰하는 것은 과거의 타이포그래피를 현재의 일상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이다. 작명과 표현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 지금, 1980년대에 그려진 글자 레터링은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잡지 제호나 광고 지면에 무수히 많던 글자 레터링은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하지만 거대한 아파트 벽면 글자 레터링은 아직 숨지 않았거나 ‘못’했다. 언젠가 그 벽이 허물어질 때, 글자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 정재완

    약간의 의구심에서 시작한 아파트 글자 수집은 이내 도시 곳곳에 숨어 있는 흥미로운 레터링을 찾는 타이포그래피 여정으로 발전했다. 길을 가다가 유별난 레터링을 보면 폰이나 카메라로 해당 아파트 글자를 담아냈다. 그것은 대구라는 도시가 주는 참신한 혜택이기도 했다. 비교적 저층이면서 오래된 아파트 군락이 여전히 많은 대구에서 아파트 외벽에 칠해진 아파트 글자를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대구에서 70~80년대의 아파트 단지는 여전히 건재했으며, 벽에 칠해진 아파트 글자는 아파트 준공 연도 당시의 레터링 기술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과거의’ 무대였다. 그리고 어느덧 아파트 글자 수집은 글자의 조형성뿐만 아니라 아파트 글자의 ‘사회사’를 읽어나가는 텍스트가 되었다. 아파트 글자는 지역 건설사가 나름의 책략으로 꺼내든 소소한 브랜딩 도구이기도 했으며, 오늘과 다른 아파트 네이밍의 흔적을 보는 장소이자 익명의 ‘타이포그래퍼’ 혹은 ‘레터러(letterer)’의 존재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 책을 만들며 정재완과 전가경은 그간 ‘두서없이’ 수집해 온 수백장의 아파트 글자 사진들을 몇 가지 편집 디자인적 기준으로 추려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전국에는 이 두 사람이 담아내지 못하고 또 이 책에 수록되지 못한 수많은 아파트 글자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이 콜렉션은 한국 아파트 글자에 대한 전방위적 기록이기 보다는, 한국의 독특한 시각문화를 형성한다고 볼 수 있는 아파트 글자에 대한 첫 대중적 환기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한 소기의 목적이라면, 그동안 생산되어 왔던 국내 아파트 관련 담론에 ‘아파트 글자’라는 챕터를 추가로 마련하는 것이다. 

    아파트 글자가 타이포그래피(디자인), 도시담론, 건축 등과 같은 영역 등을 산만하게 가로지르는 만큼 이 콜렉션에는 다양한 관점에서 이 소재를 바라보는 세 편의 글이 수록된다. 전가경의 글은 수집의 배경 및 아파트 글자와 관련지어 짚어볼 수 있는 다양한 이슈를 거론한다. 글자 디자이너 윤민구는 1세대 외벽도장공인 유영욱을 직접 만나 과거 아파트 글자 현장 및 유영욱의 아파트 글자에 대한 예리한 시선을 기록했다. 건축가 강예린은 아파트 글자의 ‘건축적’ 배경에 관한 소중한 자료를 제공했다. 

    정재완과 전가경의 아파트 글자 수집은 계속 이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이 수집이라는 행위와 상관없이 〈아파트 글자〉는 이 책 한 권으로 끝날 수도 있고, 각 도시에 대판 세부적인 아파트 글자 기록으로 확장될 수도 있다. 낱권의 단행본으로 남을 것인가 혹은 시리즈로 확장될 것인가의 여부는 온전히 이 두 사람의 의지에 달려 있을 뿐이다.

    책 정보
    아파트 글자(Apartment Letters)
    사진: 정재완, 전가경
    글: 강예린, 윤민구, 전가경
    출판사: 사월의눈(홈페이지)
    출간일: 2016.9.23.
    가격: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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