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우리가 사랑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아요. 강아지를 사랑하고, 고래를 사랑하고, 사자를 사랑해요. 개굴개굴 개구리도요. 풀들을 사랑하고, 물을 사랑하고, 밥도 사랑해요. 내 친구를 사랑하고, 나의 엄마를 사랑해요. 이것이 내가 지구에서 살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예요." 송도에 있는 딸기키즈 뮤지엄은 아이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장소다. 새콤달콤한 딸기 맛처럼 상큼하고 앙증맞은 캐릭터는 기본, 아이들과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까지 드러난다. 기획부터 제작까지 총괄 아트 디렉터를 담당한 ‘마음스튜디오’ 이달우 실장을 만났다.
딸기 캐릭터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마음스튜디오를 운영하던 중 섬유유연제 회사 피죤에서 전략팀장(TFT)을 1년간 겸한 적이 있었어요. 열정적으로 노력했던 것들이 빛도 못보고 안타깝게 좌절된 시기였는데 그때 쌈지농부의 천재용 대표님이 딸기의 아트 디렉터를 제안해주셨죠. 디자인이 내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힘든 시기였기에 2~3번 미팅을 가지면서도 진지하게 고민했던 것 같아요. 내가 과연 딸기에 힘이 되어줄 수 있을까? 하고요. 현재 1년 반 정도 지났는데 오히려 힘을 받을 때가 많네요.
딸기키즈 뮤지엄만의 특별한 모토가 있다면요?
키즈뮤지엄은 “어린이들이 모든 사물을 다르게 보는 관점이 바로 크리에이티브의 시작”이라는 것을 모토로 기획되었어요. 뮤지엄 입구에 크게 써 놓은 글이 제가 꿈꾸고 기대한 키즈뮤지엄을 담고 있는 말 같아요.
아이들에게 어떤 장소가 되길 바라시나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특정 장난감을 서로 갖기 위해 싸우는 곳이 아니라 함께 놀아서 재미있는 곳, 살아있는 동물과 자연은 없지만 어울림을 통해 서로의 소중함을 생각해볼 수 있는 곳, 쉽고 친숙하게 다가가는 전시를 즐기며 사물에 대한 정확한 이해나 개념 없이도 자유롭게 예술적 상상력을 펼치는 모습을 보며 진정한 크리에이티브가 무엇인지 어른들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키즈뮤지엄의 콘셉트 기획과 공간 구성의 모든 단계에 이르기까지 제가 가장 큰 도움을 받은 사람이 저의 4살 된 아들이었던 것처럼요.
느긋하게 목욕탕 속에 들어가 있는 인물들. 세상에! 이렇게 유니크한 티백이라니! 차를 마실 때마다 슬며시 웃음이 번지는 것을 참을 수 없다. 찻잔을 쥔 두 손이 부드럽게 녹으며 몽글몽글, 마음에 여유가 피어난다. 한결 느슨해진 마음으로 차를 한 잔 마시고 나면 세상은 한결 따뜻해져 있고, 옆 사람의 별 것 아닌 농담에도 큰소리로 웃게 된다. 작은 티백 하나로 일상의 기쁨이 피어나는 순간이다.
목욕하는 티백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요. 어떻게 구상하신 건가요?
대학교 3학년 때부터 마음티라는 이름으로 티백 끝에 달려있는 상표 태그에 간단히 적을 수 있는 메모 형태의 노트를 엄지손톱 크기로 만들어서 서울 국제 도서전에 나간 적이 있었어요. “나도 만들 수 있겠다” “내가 집에 가서 이거 만들어 줄게” 등 반응이 재미있더라고요. 아, 이대로는 아니구나 싶어 그 이후로 몇 년 간 구상하다가 첫 회사에서 정리가 되었어요. 야근을 많이 했었는데 팀원들에게 도움이 되어주고도 싶었고 웃게 만들고 싶었거든요. 튜나 페이퍼의 오시민 디자이너와 교준 선배 등 많은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내준 덕분에 제품으로 현실화되었어요. 2007년 디자인 페스티벌에 선보이기까지 3년 정도 걸렸네요.
또 다른 티백 디자인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아무래도 마음 티백이 첫 작품이고 그땐 너무 어려서 소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던 것 같아요. 말이 좋아 고집 있는 디자이너 마인드였지 지금 생각해보면 기본 자체도 몰랐던 거죠. 해외에서 주문 오더가 와도 국내에서 입점 제안이 와도 대응이 느리거나 골라서 했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 때문에 독일, 일본 등 전시했던 나라에서 카피 제품들이 나왔고 심지어 잘 팔리는 걸 보고 많이 당황했었죠. 2012년부터 국내 차 전문회사 ‘티젠’과 계약을 맺어 상품화하고 있어요. 상품화를 할 때의 디자인은 약간의 기본 공식 같은 게 있더라고요. 크게 놀랄 부분은 아니지만 제가 만들어왔던 제품이 본격적으로 상품화될 땐 처음 의도와 달라질 수도 있고 다른 느낌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았죠.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될 부분이라 생각해요. 디자이너의 브랜드가 아니라 진열대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어야 할 상품이 되어야 하니까요. 그러니 또 다른 티백 디자인은 아니고 마음 티백의 연장선이에요. 6월부터 온라인 판매가 시작되고 하반기에는 마트에도 입점 예정이에요.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보시고 제품의 품질이 좋다는 말을 들으면 좋겠어요.
디자이너로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요?
크리에이티브요. 크리에이티브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제가 생각하는 크리에이티브는 ‘프로세스’예요. 정확히 말하면 프로세스를 명확히 이해한 후에야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인 거죠. 과정이 있다는 건 디자인의 프로세스를 경험하는 것이에요. 순서를 알고 방법을 찾아보고, 디자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봐야 과하지 않는 디자인도 알게 되고 무엇이 중요한지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 과정이 크리에이티브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자신이 만든 디자인 캐릭터와 닮아 있다. 웃으면 반달 모양이 되는 눈도, 동글동글한 헤어스타일도, 웃으면 위로 쑥 올라가는 입가도. 한 개인의 작업물이 그 사람의 손을 떠나 세상을 향한 항해를 시작할 때 비록 영혼이 깃들지 않은 제품이라 해도 어느 정도는 그것을 만든 사람의 마음을 싣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물건을 단지 물건으로 소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마음을 통해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게 되는 것을 아닐까. 아이들 손을 잡고 뮤지엄에 가든, 찻잔에 티백을 담그든, 신발을 신든, 가방을 메든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만나는 세상의 모든 것들은 ‘사람 마음’의 또 다른 표현이기에.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큰 이변이 없는 한 마음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딸기 아트 디렉팅도 겸할 예정이에요. 자회사인 쌈지농부의 제품 전체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하는 것도 남아 있네요. 비중은 딸기 60퍼센트, 쌈지농부 20퍼센트, 마음스튜디오 20퍼센트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실장님과 같은 작업을 하고 싶어 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같이 일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말한다는 게 좀 더 맘이 편하겠네요. 아까 말한 것의 연장선인데요, 크리에이티브는 파이가 큰일에서만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자신들의 기본 업무에 대해서는 회의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 때문에 쉽게 단정 짓고 포기하는 분도 많고요. 저 또한 그랬던 적이 있어요.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모든 것을 반영해보려는 목표, 계획,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운이 좋아 다양한 분야의 일을 경험했는데 처음 해보는 일이 있을 때 막막함을 빨리 털어버리기 위해 해당 업무의 지식을 많이 습득했거든요. 이렇게 구체화시키는 작업도 중요한 것 같아요.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그만큼 명확해지는 게 있거든요.
다양한 방향의 작업을 하고 계신데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으신가요?
그러게요. 생각해보니 일러스트, 그래픽 작업, 용기 디자인, 공간 인테리어, 가구까지 만들어봤네요. 현재 리틀 파머스라는 브랜드에서 소방호스로 신발을 만들고 있고 마음스튜디오에서는 디자이너들과 함께 가방 브랜드를 런칭 중에 있어요. 이런 도전들이 앞으로도 계속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길 바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