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반호프를 찾은 건, 지난 6부에서 소개한 뉴내셔널갤러리(Neue Nationalgalerie)처럼, 현대 회화 작품을 보고자 한 의도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전쟁으로 파괴된 기차역을 주립현대미술관으로 개조한 역사에 대한 궁금증도 한몫했다. 1884년 열차 운행이 완전히 중단된 뒤, 기차역이었던 이곳은 1906년 ‘교통-건축 박물관(Königliches Bau- und Verkehrsmuseum)’이라는 이름으로 새 단장을 했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제2차세계대전 중에 건물이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복원이 이루어진 시기는 전쟁이 끝난 이후로도 한참이 지난 1987년이었다. 베를린 탄생 750주년을 맞아 국가 차원의 복원 사업이 진행된 것이다. 건물 일부가 온전한 형태를 갖췄을 때는 현대미술전이 열리기도 했다. 지금의 ‘뉴내셔널갤러리’로서 개관한 것은 1996년이다. 해외 관광객들에게는 단순히 독일의 명소일 수 있겠지만(앤디 워홀의 작품이 상설 전시돼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현재 모습을 갖추기까지 지나온 역사를 지켜봤을 베를린 시민들에겐 여러 가지 생각을 갖게 하는 건물일 듯하다.
기차역을 그대로 복원해서인지 전시장 외관도 내부도 독특했다. 미니멀 아트나 다양한 설치미술 작품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미로처럼 연결한 여러 전시관(hall) 중에 가장 재미있게 보았던 전시는 ‘Wall Works’. 2013년 11월 29일부터 2015년 1월 11일까지 개최하는 이 전시는, 벽을 주제로 한 여러 아티스트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프리데리케 펠드먼(Friederike Feldmann), 카타리나 그로세(Katharina Grosse), 나산 투르(Nasan Tur) 등의 작가들이 작업한 회화, 조각, 비디오 작업 등 다채로운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조금은 여유 있게 현대 예술작품을 보고 싶은 디자이너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으로, 베를린 중앙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Hamburger Bahnhof 관련 정보
· 홈페이지: 바로 가기
· 주소: Invalidenstraße 50-51 10557 Berlin
· 운영 시간: 10:00~18:00(목요일 10:00~20:00 / 주말 11:00~18:00 / 월요일 휴무)
· 입장료: 14 유로
[베를린 디자인 여행] 시리즈
[1부] 타이포그래피 박물관 ‘Buchstabenmuseum’
[2부] 베를린 신호등맨 ‘암펠만’ 갤러리숍
[3부] 2014 타이포 베를린(Typo Berlin) ①
[4부] 2014 타이포 베를린(Typo Berlin) ②
[5부] 독일기술박물관(Deutsches Technikmusuem)
[6부] 뉴내셔널갤러리(신국립미술관)-Neue Nationalgalerie
[7부] 현대미술관 ‘함부르크 반호프(Hamburger Bahnhof)’
[8부] 베를린 유대 박물관(Jüdisches Museum Berlin)
[9부] ‘고대 왕국의 재현’ 페르가몬 뮤지엄(Pergamon Museum)
[10부] 베를린 디자인 여행을 마치며 – 베를린 박물관을 즐기는 TIP 세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