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의 제작 기간 끝에 ‘윤명조700’이 곧 출시된다. ‘스마트한 세상에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폰트’, ‘스마트한 폰트는 모든 미디어 환경에서 완벽하게 구현되어야 한다.’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윤명조700. 어떤 점을 가장 고려한 걸까. 출시를 앞두고 그 이야기를 들어 본다. *이 기사는 윤디자인연구소 공식 블로그 ‘윤톡톡’에 포스팅한 글을 재구성한 것입니다.(원문 바로 가기)
도톰하고 힘 있는 세리프
‘디지털 스크린에 적용할 때 보다 선명하고 가독성 좋은 명조체가 되기 위해서는?’ 인쇄물은 물론 다양한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윤명조700을 제작하기 위한 고민은 아마도 위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명조체가 고딕체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세리프. 아무래도 명조체가 스크린에서 잘 보이기 위해서 이 세리프에 대한 고민을 가장 오래 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윤명조700의 세리프는? 세리프와 획의 삐침 부분이 디지털 스크린에 적용하였을 때 날아가거나 왜곡됨이 없도록 도톰하고 힘 있는 형태로 디자인한 것이 윤명조700 시리즈의 가장 큰 디자인 특징이다. 기존 명조의 세리프 형태나 삐침 부분을 비교해 본다면 확연히 알 수 있는 특징.
9가지 감성 스토리를 갖는 다양한 굵기
윤명조700은 윤고딕700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9개의 굵기 단계를 가지고 있다. 윤고딕700의 굵기 단계 체계와 가장 다른 점은 9가지의 굵기 단계에서 세로획만 굵어진다는 점. 아래 그림과 같이 710~790까지 가로획의 굵기 차이는 미세한 것에 비해 세로획의 굵기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이는 가장 굵은 단계까지도 스크린에 적용했을 때 가로획의 굵기를 최소화하여 속공간을 최대한 확보해 줌으로써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윤명조의 특징이다.(아마도 세로획의 굵기 차와 동일한 비율로 가로획 또한 굵어진다면, 가장 굵은 790은 너무 뚱뚱해져 읽을 때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이와 같은 9단계의 섬세한 굵기 변화는 이성적이고 섬세한 작은 본문 서체에서부터 우아함과 웅장함을 갖는 헤드라인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감성을 지닌다. 9단계의 700 시리즈 하나만으로 다양한 매체에서 입체감 있는 표현이 가능하도록 제작된 것.
윤명조100 시리즈의 굵기 단계와 비교해 보면 윤명조700의 굵기 단계가 얼마나 섬세하게, 필요에 따라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는지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굵기 변화에 동일한 자폭을 적용했던 기존 명조와 달리 윤명조700은 굵기 변화에 따라 적절한 자폭과 자간 값을 개별적으로 적용한 점도 눈여겨 볼 사항이다. 이러한 변화를 적용해 구성한 서체 패밀리. 가장 가는 710은 마치 간결하고 현명한 느낌의 이성적인 남성의 이미지라면 가장 굵은 790은 풍만하고 웅장한 곡선의 느낌에서 우아한 모습의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여성이 떠오른다.
디지털 디바이스를 고려한 간결하고 명확한 자소 디자인
윤명조700은 무엇보다도 기존 윤명조 시리즈에서의 간결함과 단순함은 살리면서 환경과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에 주목한 스마트하고 유연한 서체이다. 자소의 세리프와 획의 마무리 부분이 전체적으로 힘 있고 도톰하게 디자인되어 더욱 선명하고 확실한 아웃라인 형태로 디자인했고 자소의 불필요한 요소를 정리하여 기존 윤명조 시리즈에서의 간결함과 정돈된 정통성을 계승한 점도 눈여겨 봐야 할 점.
굵기별 쓰임에 따른 개별 자소 디자인
윤명조700이 스마트하다고 말하는 또 하나의 이유. 바로 굵기 단계별 사용성을 고려한 스마트한 자소 형태의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굵기 단계별 미세한 공간감의 변화를 통해 디지털 디바이스에서 최적화했다. 대표적으로 민글자 [ㅘ]꼴의 경우 710~750과 같이 작은 포인트를 주로 사용할 것으로 예상하는 굵기 단계에서는 초성과 [ㅘ]의 짧은 기둥을 붙여주어 최소 포인트에서도 가독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에 비해 750~790의 경우 가는 굵기 단계에 비해 큰 포인트로 사용할 경우가 많을 것을 고려하여 떨어진 형태를 유지했다. 또한, 790의 경우 다른 굵기 단계와는 달리 [맥/멕]꼴 초성의 오른쪽 하단 귀 부분이 생략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세로획의 굵기가 가장 굵어지는 790에서 최적의 속공간을 확보해 줌으로써 간결하고 정돈된 느낌을 높여 가독성에 도움을 주고자 함이다.
한글 디자인 콘셉트와 통일한 영문·일어·특수문자 디자인
윤명조700의 스마트함은 한글뿐만 아니라 영문을 비롯한 다양한 다국어 문자와 특수문자 영역까지 모두 적용했다. ‘모든 디지털 디바이스에 최적화한다.’라는 한글 디자인 콘셉트를 기본으로 영문과 일본어에서도 세리프와 획의 맺음을 한글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디자인한 것. 하나의 서체를 완성할 때 그에 맞는 한글과 영문 그리고 특수문자를 비롯한 다국어 영역을 하나의 디자인 콘셉트로 통일할 때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하나의 완전한 폰트라 할 수 있다.
오랜 제작기간 끝에 탄생한 스마트 폰트 윤명조700은 현재 제작을 모두 마친 단계이며 실제 구현을 위한 개발 단계에 있다. 곧 출시를 앞둔 시점, 미리 보기로 그 궁금증을 해결해보고자 했다. 조만간 만날 윤명조700에 많은 기대와 관심이 모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