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문의





    검색

    닫기
    t mode
    s mode
    지금 읽고 계신 글

    미디어 아티스트 노승관의 사라진 작업실

    수해로 사라진 잠원동 작업실, 그러나 ‘시간적 공간’으로 노승관에게 존재한다.


    글. TS 편집팀

    발행일. 2012년 02월 03일

    미디어 아티스트 노승관의 사라진 작업실

    공간은 생각을 반영한다. 그곳이 디자이너의 작업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한글 글꼴을 이용해 실험적인 미디어 작업을 진행해온 미디어 아티스트 노승관의 작업실이 궁금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작업실은 지난해 수해로 사라졌다고 한다.

    오로지 시간 속에 존재하는 공간. 결국 그의 전공인 심리학 이론 중 ‘어떤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분 간의 조직을 이해해야 한다’는 형태심리학을 빌려볼까 한다. 과거(사라진)와 미래(앞으로 새롭게 만들어갈), 즉 시간적 공간 안에 존재하는 그의 작업실은 형태심리학의 이론에 따라 부분(지금껏 지나온 시간과 작품), 그것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테니까.

    2011_작업 공간

    [그림] 노승관의 작업실

    작업실이라는 공간은 어떤 의미에서 특별하다. 작품이 만들어지는 공간이자 동시에 소통의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미국에서 7년여를 생활하면서 단순히 작업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문화적 구심점이 되는 곳을 많이 보게 되었고, 공간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 지난해 동료들과 잠원동에 작업 공간을 만들었지만 안타깝게도 수해를 입고 6~7개월만에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2010_hangulColumn

    [그림] 출처 – 크리슈머

    2008년 크리슈머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한글 자음 각각의 느낌을 표현했다. 예를 들어 ‘ㄱ’은 받치고 있는, ‘ㄴ’은 담는, ‘ㄷ’은 가두는 등. 마지막 ‘ㅎ’은 물음표였다. 4년이 지난 지금 ‘ㅎ’에 대한 그의 느낌은 어떻게 변했을까? “다른 자음은 심플하게 움직이는데 ㅎ은 복잡해요. 형태상 하나처럼 보이지 않아 어렵죠. 여전히 숙제입니다.”

    2009~_한양대학교

    그는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본질적인 생각은 변하지 않는 단순(simple)을 좋아한다. 한양대학교에서 영상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는 그가 학생들에게 당부하는 것 역시 ‘simple’이 나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포토샵을 사용하지 못해서, 혹은 구현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기술의 한계로 선택된 ‘simple’은 의미가 없다. 반대로 할 수 있는 기술을 보여주려는 작품은 미디어 아트로서 가치를 가지기 힘들다. 만약 기술이 발전하지 않는다면 새롭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없을 테니.

    ▲ hangulBeatBox

    2008_한글 패브릭

    그의 집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서울 변두리에서 시내로 이사를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세상에 눈을 뜨는 시기’에 인공적, 도시적인 간판을 보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때문에 길거리에 글자가 너무 많은 도시의 모습이 서글프면서도 친근하단다. 열정적이고 표현하길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간판으로도 “여긴 약국이야”, “저긴 학교야”라고 말하고 싶은 것 아니겠냐며.

    2007_readMeDarling

    어릴 적부터 악필이었다고 한다. 외모(규정하자면 반듯한 공무원 느낌)와 글자체가 어울리지 않아 사람들이 웃을 정도였다고. 설상가상 큰 아이 역시 자신을 닮아 자음을 비틀어 쓰는 등 글자를 가지고 노는 것에 재미있어 한단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이 작업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다. 가독성이 중요한 건 아니라는 것. 아이들이 못 쓴 글자라 해도 패턴을 찾아 읽어내듯 시간이 조금 걸릴지라도 글자를 읽어내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글자’로’ 읽게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 readMeDarling

    2006_displayBuilding

    [그림] displayBuilding

    사람이 아닌 다른 것을 주인공으로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그는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학교(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졸업 전시에서 ‘도시에 대한 필름 3부작’을 기획했다. 첫 번째 주인공은 ‘비(rain)’. 가수 비 아닙니다. 제목은 ‘My Name is Rain’. 두 번째 시리즈는 칼 아트(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 졸업 전시에서 선보인 ‘My Name is Building’으로 주인공은 ‘간판’, 즉 ‘글자’다. 그리고 ‘길’을 주인공으로 한 마지막 작품이 현재 진행 중이다.

    ▲ 노승관

    심리학과 디자인을 공부하며 그가 느낀 건 ‘한사람’이라는 존재는 결코 복잡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한사람의 작품은 평생 하나의 이야기라는 것. 그러므로 각 작품의 맥락을 따라가면 하나의 흐름이 보인다는것. 언젠가 그가 보여줄 공간이 기대되는 건 영상을 시작한 그때부터 지금까지, 보이지 않는 시간적 공간에 차곡차곡 이야기를 쌓아온 작품에서 어떤 맥락, ‘하나로 모아지는 그의 흐름’이 보이기 때문이다.

    Popular Review

    인기 리뷰

    New Review

    최신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