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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디자이너 김강인의 묘하게 얽힌 두 일상

    게스트하우스 ‘김가든’ 주인 겸 그래픽 디자이너, 라는 두 가지 일상 살아내기


    인터뷰. TS 편집팀

    발행일. 2014년 01월 06일

    그래픽 디자이너 김강인의 묘하게 얽힌 두 일상

    재미있다. '김가든'이라는 이름도, 이것이 스튜디오 겸 게스트하우스 이름이란 것도. 비주류의 엉뚱한 아티스트 같은 느낌이랄까. 그러고 보니 작업도 계속해서 웃음이 지어지듯 친근한 느낌이다. 그래픽 디자이너 김강인은 가평과 서울을 오가며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과 게스트하우스 주인으로 사는 삶을 살고 있다. 두 작업은 전혀 다른 세계 같지만, 그를 통해 묘하게 얽혀 돌아가고 있는 것.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참 많다.

    ‘김가든’ 이라는 이름이 재미있어요. 게스트하우스는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20년 넘게 서울에서만 살다가, 3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곧 어머니도 아프셔서 요양차 경기도 가평으로 이사했어요. 당시엔 제가 대학교 4학년이라 학교에 가야 해서, 집에 어머니만 계실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밭에서 수확한 것들에 간단한 패키징을 해서 장터에 팔기도 하고, 낯선 곳에서 심심하지 않도록 어머니와 같이 할 만한 소일거리를 계속 만들었어요. 그러다 게스트하우스를 차려 손님을 받아보자는 생각으로 온라인 홍보를 시작했더니 손님들이 가끔 찾아오시더라고요. 게스트하우스 이름으로 제 이름 대신 ‘가든’을 붙여서 김가든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가평에서 하는 일은 ‘gardening’보단 ‘farming’에 더 가깝지만요(웃음). 그때부터 가평과 서울을 오가면서 일을 하게 됐어요. 의뢰받은 디자인 작업 크레딧에 ‘김강인’이 아닌 ‘김가든’을 써넣다 보니 주변에 제 디자이너 예명이 김가든이라고 생각하시는는 분들이 많아요. 심지어는 본명이 김가든인 줄 알고 가든 씨라고 부르는 분들도 계시고요.

    지금까지 어떤 일을 주로 하셨나요?

    대학교 졸업 후 가평에서 열리는 행사 관련 그래픽 작업을 했어요. 이후 홍대에 작업실을 구해서 주로 그 근방에 자리 잡고 있는 출판사, 공연장, 뮤지션들과 함께 일했는데, 그러다 작년 가을엔 공연 기획을 하기도 했지요. 어쩌다 보니 주로 관공서, 공공기관들과 일했네요. 가평 동네 주변에 숙박업소가 많아서 펜션 간판 작업을 하기도 했고요. 가평과 홍대를 오가면서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근방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관련한 작업을 하게 됐어요.

    요즘 가장 고민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요?

    일 혹은 생활의 균형이에요. 가끔 제가 하는 일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스스로 헷갈릴 때가 있거든요. 2013년엔 디자이너, 그리고 작은 규모지만 발행인, 공연기획자, 게스트하우스 주인 등을 겸했는데, 인쇄 매체 그래픽 디자인 이외엔 거의 다 처음 접해보는 일이다 보니 많이 헤매면서 지냈습니다. 스트레스도 심했고요.

    주변에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많아 여차여차 마무리 짓긴 했지만, 몇 주 동안 가평에 못 간 적도 있고 그 반대로 지낸 적도 있어요. 평일엔 서울, 주말엔 가평에서 지내면서 두 가지 일을 균형 있게 하며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는 건 순진한 생각이었던 거죠. 올해에는 어떻게든 그 균형을 잡아보고 싶어요.

    제10회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홍보 포스터, 리플렛, 초대권, 외벽 디스플레이
    직접 기획한 공연 겸 전시 <보노보노>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이었나요?

    직접 기획한 ‘보노보노’라는 공연 겸 전시인데요, 석 달 정도 준비 기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한 행사였어요. 디자이너, 뮤지션 혹은 레이블을 연결해 앨범 이외의 상품을 만들어 서로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기획했어요. 그래서 몇몇 분들의 도움을 받아, 가사집을 발행할 수 있을만한 곡 작업을 하는 10팀의 싱어송라이터 섭외를 마쳤고 몇몇 현업 디자이너들, 건국대학교 타이포그래피 소모임 소속 학생들을 뮤지션들과 서로 짝을 지어줬어요.

    저도 경험이 없지만, 비교적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음반 관련 작업 경험이 있는 멘토들을 불러 세미나를 진행했고, 현업 디자이너들은 뮤지션과 짝만 지어주고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았어요. 디자이너들이 각자 맡은 뮤지션들에게 가사집을 200~300부씩 만들어 선물하면 그 가사집을 문래예술공장에 전시하고 전시 클로징 행사로 종일 공연을 한 뒤 공연 현장에서 가사집을 판매하는 순서였습니다.

    모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예요. 공연에는 ‘Cloud Walk’라는 VJ팀도 참여했고요. 조명감독과 사운드엔지니어 등 제가 전혀 몰랐던 분야의 분들과의 소통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었고 이후 더 다양한 일을 접할 수 있게 된 좋은 경험이었어요.

    작업이 굉장히 위트 있어 보여요.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 혹은 주제가 있다면요?

    딱히 한 가지 주제를 두고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관심이 가는 일이라도 일찍 끝내고 다른 것을 찾는 걸 좋아해요. 일은 그냥 일이라고 생각하는 성향이 강해요. 아직은 제 목소리를 내기보단 남의 목소리를 대신 내주는 일을 주로 해 온 거죠. 일의 결과물에서 저의 분위기는 풍기겠지만, 그게 제 목소리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아직 제 관심사를 디자인으로 풀어내고 싶다는 생각은 없고 개인 작업을 하더라도 그래픽 디자인 자체에 중심을 두고 싶진 않아요.

    소책자 제작이나 전시, 공연 기획도 하시는 것 같아요.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공연 기획은 학생 때부터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는데, 뮤지션이나 레이블 관계자분들과 친분이 생기면서 의외로 빨리 진행할 수 있었던 부분이에요. 행사 관련 그래픽 디자인을 맡거나 행사 자체를 기획하면 피드백이 굉장히 많고 즉각적이어서, 반응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그런 일을 하는 것 자체를 즐겨요. 디자이너들끼리의 바운더리에서 벗어나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배울 것이 많지요.

    청소년도서 디자인: <꼭 싸워야 하는 걸까>, <소년병 이야기>
    서울시창작공간 문래예술공장에서 진행된 국제사운드아트워크숍 기록지

    일상의 어떤 경험이 디자인으로 나오는 편인가요?

    스쳐 지나가는 경험이 저절로 작업에 반영된다고 생각해요.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인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아직 없습니다. 예를 들어 주정차위반 딱지를 뗀 날은 온종일 빨간색, 노란색, 네모난 박스와 두꺼운 고딕체만 생각나요. 일상을 통해 머리에 남은 시각 경험의 잔상들이 해당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보편성’을 정립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이유로 작업실과 그 주변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업 스타일은 어떤가요?

    상황마다 협업하면 좋을 것 같은 사람, 혹은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에게 직접 연락해 조언을 구하거나 저에게 모자란 부분을 채워가며 팀 작업을 하는 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당연히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닌 경우가 더 많지만요. 혼자 작업할 때는 글자를 만들거나, 타이포그래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작업을 좋아합니다.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요?

    어떤 작업이냐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저는 학교를 졸업한 지 1년도 안 됐고 쌓인 작업의 양이 많지 않으니, 최근 의뢰받은 작업들 몇몇에 대한 이야기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연한 말이지만, 결과물을 보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정해진 예산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표현 방식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파악해요. ‘딱 보면 이 사람이 한 것 같은’ 작업을 하고 싶은 욕심은 없어요. 그런 건 조금 더 경험이 쌓인 뒤 개인적으로 벌이는 일들에서 충족시키면 된다고 생각해요.

    타이포그래피에 대해 어떤 고민,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요?

    타이포그래피 관련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정답’ 같은 게 존재하잖아요. 저도 어느 정도 그런 것에 익숙해져 있고 한 편으론 그걸 경계하고 있어요.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에디터를 비롯해 다른 직종의 사람들도 타이포그래피 관련 전문용어들을 언급하며 좋고 나쁨을 가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소통’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저는 몇 글자 안 되는 제목 같은 경우, 단순히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가독성이란 단어가 개입된다면 ‘독자들도 글씨 잘 읽거든요?’라는 식으로 반박하는 편이에요. 읽히는 속도가 약간 더디더라도 특정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매개로써 우선 작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상황에 따라선 오히려 쉽게 읽히지 말아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0.1초 먼저 읽히는 게 중요한 건 아니죠. 애초에 서너 글자 읽고 눈이 피로해지는 사람이면 문장·문단을 어떻게 읽겠어요.

    물론 반대로 다수에게 익숙하다고 인식될만한 서체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요. 제 경우엔 서체에서부터 시작하는 여러 가지 타이포그래피 관련 선택을 최대한 스스로 직관을 믿고 진행하고 있어요. 어떤 방향으로든 판단했다면 디자이너가 최대한 그 방향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찰이 있다면 설득하기 위해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려는 편이고요. 정답이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오답이라고 생각해요.

    궁극적으로 어떤 목소리를 내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나요?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 가지 목소리를 내면서 재미있게 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 2014년 가장 큰 이슈는?

    가장 큰 이슈는 결혼입니다. 4월에 결혼해요. 청첩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장모님과 장인어른을 어떻게 만족하게 해드려야 할지 도저히 감이 안 오네요(웃음). 2014년에 가장 먼저 하게 될 일은 한 브라질 밴드의 한국판 카세트 작업과 한 여성의류 브랜드의 룩북이에요.

    1년 전체 계획이라면, 게스트하우스 마당에서 공연을 열고 ‘가든굴림’을 완성 단계에 놓고 싶어요. 보리수 열매를 엄청나게 많이 수확해 장터에 팔고 그걸로 몇 주 정도 여름휴가를 내고 싶기도 하고 제 요리를 촬영해서 김가든 메뉴판도 멋지게 만들고 싶어요.

    <작위적 유토피아>의 리서치북. 해외 유명 관광지명을 사용한 국내 사업장들을 조사했다
    <작위적 유토피아> 리서치북을 토대로 간판 디자인을 분석한 결과물
    <화양동의 크리스마스> 학생 때 기획한 행사로, 크리스마스 상품들을 만들어 화양동 일대 몇몇 점포들에서 전시하고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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