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ner라는 단어는 그 뜻 그대로 구석이나 모퉁이처럼 변두리를 연상하게 한다. 하지만 달리 보면 이는 변두리라기보다는 날카로운 개성을 이루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런 corner들이 모이고 모이면? 다각형의 각이 많을수록 원에 가까워지듯이 이 역시 커다란 원-하나의 세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젊은 디자이너 3인, 김대웅, 김은혜, 조효준이 운영하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코우너스(Corners)’의 's'는 그 스스로 하나의 모서리이자 갖가지 코너가 모여 넓혀진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인 동시에 소규모 출판사, 그리고 리소 스텐실 인쇄소이기도 한 그들. 모서리의 확장으로 다양성을 끌어안는 코우너스를 만나보았다.
처음 코우너스를 접했을 때는 ‘소규모 출판사’라는 것이 큰 특징으로 와 닿았는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은혜
저희가 소규모 출판을 하지만 그게 위주라기보다, 일하면서 재미요소가 되기 위해서 하는 게 커요. 주력은 그래픽 디자인이에요. 그러다 보니 디자인 작업을 더 많이 하고 싶기도 하고, 또 해야 되고(웃음)
대웅
처음에 리소그래피를 이용해서 할 수 있는 걸 찾았어요. 리소그래피가 작은 책을 빨리 만들 수 있는데 그걸 통해서 일러스트레이터나 작가들과 만나서 같이 작업할 수 있는 통로가 생겼죠. 그래서 그걸로 인쇄나 퍼블리싱을 하는 것이고. 그래픽 디자인 역시 저희 나름대로 중점을 두고 있어요.
리소 스텐실 인쇄기를 쓴다고 하셨는데, 리소 인쇄기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은혜
앉아서 디자인하면 실제로 인쇄를 해서 바로바로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일반적인 (사무용)인쇄기보다는 저희가 가지고 있는 인쇄기로 인쇄를 하는 편이 더 퀄리티를 낼 수 있어서 좋아요.
각자 디자인/프린팅/퍼블리싱으로 나눈 이메일을 사용하고 있던데, 실제 업무도 그렇게 분리가 되어있나요?
대웅
저희가 클라이언트들과 연락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럴 때 일의 종류가 다를 때가 있으니까 그에 따른 혼선을 막기 위해서 각자 담당을 정해놓은 거죠. 내부에서는 다 같이 진행하고 있어요. 따로 분담하지는 않고, 그때그때 유연하게 진행하는 거죠.
리서치와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클라이언트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를 것 같아요.
효준
받아들이지 않는 때에는 그냥 맞춰서 하죠.
은혜
시키는 대로…(웃음).
그러면 반대 경우에는 어떻게 진행이 되나요?
효준
예를 들어서 미팅을 하고,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배경이 있으면 그걸 저희 셋이서 따로 이야기 한 다음에 방향에 대해서 클라이언트랑 다시 얘기하는데, 그러면 또 클라이언트 쪽에서 그리는 그림이 있으면 다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맞추는 거죠. 자주 만나는 것도 좋은데, 서로 정리된 상태로 만나서 이거는 어떻고 저거는 어떤지 이렇게 얘기하는 게 더 좋아요.
지금 진행 중인 출판 작업이 있나요?
대웅
일러스트 작가나 사진 작가처럼 개인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들과 접촉해서 저희가 기획하는 책을 함께 만드는데, 이걸 중간마다 계속 해보려고 해요.
은혜
좋은 작가를 발견하면 그 사람한테 제안을 하는 거죠. 우리랑 책을 내면 어떻겠냐 하고. 재능이 많은 사람이 많은데 그 사람들이 혼자 책을 만들기는 어렵잖아요. 그래서 그 작가들과 같이해서 결과물이 나오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에요. 우리끼리 만드는 책도 재미있기는 한데, 셋이서만 하다 보면 한계가 있으니까.
혹시 아직 해보지 않은 작업 중에 각자 해보고 싶은 게 있나요?
대웅
저 같은 경우에는 크기가 큰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요. 저희가 A3용지가 제일 큰 크기라서, 인쇄 결과물을 크게 만든다거나 아니면 바깥에 저희 인쇄물을 붙이는 작업.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공공장소나 큰 패널 같은데 들어갈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은혜
‘Wall Project 14’라는 프로젝트를 했었는데, 그게 지금 약간 보류 상태에요. 저희가 원래 목표했던 것은 벽지를 파는 것 보다는 어떤 공간에서 문의가 들어오면 직접 설치작업을 해서 그 공간의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싶었거든요. 카페가 될 수도 있고, 병원이나 미술관이 될 수도 있고.
효준
저는 소규모 출판 관련한 워크숍을 준비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만들고 싶어요. 소규모 출판 시장 자체가 워낙 작은 것 같아서 아무래도 그런 걸 좀 더 알리고 싶은 게 있죠.
각자 개인만의 야망(?)이 있다면?
은혜
디자인 작업을 더 많이 하고 싶고, 소규모 출판물을 많이 만들어 그것을 많이 넓혀가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효준
소규모 출판을 할 때 작게 하거나 조용하게 하는 것도 좋은데, 그것보다는 크게 만들어서 재미있고 더 멋있게 꾸며보고 싶어요.
대웅
저희가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코우너스라는 이름 그대로 다양한 문화를 일으키는 스튜디오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우리나라 그래픽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굉장히 진지하고 멋지게 하는 부류랑 독립적으로 작게 하는 부류랑 그 차이가 엄청나게 큰 것 같아서, 그 차이를 부드럽게 좁힐 수 있는 스튜디오가 되고 싶습니다.
서로의 장점을 이야기해준다면?
효준
대웅 형은 일단 일을 하는데 생각지 못했던 것을 찾아서 해결해 놓는 편이에요. 꼼꼼하다고 할까.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하던 것도 정리해서 보여주고 이야기하다 보면 풀려있죠. 은혜 씨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 하면 된다고 쉽게 말해주는데 그게 맞는 경우가 많아요.
은혜
대웅 씨는 든든한 점이 있어요. 나이가 그래도 제일 많으니까.
대웅
엄청 많지는 않아요.
은혜
(웃음)엄청 많지는 않은데 그래도 첫째니까 든든한 점이 있고, 또 인내심이 있어서 그런 점은 배워야겠다 생각하죠. 효준 씨는 디자인적으로 많이 보고 배우고 있어요.
대웅
효준이 같은 경우에는 재미있는 생각을 잘하고 은혜 씨 같은 경우에는 감각이랄까, 센스가 좋아요.
코우너스만의 Special Thanks To가 있다면?
대웅·은혜·효준
있죠. 많이 있어요.
효준
‘소프트 머신’이라는, 유령 회사랄까(웃음), 인테리어나 가구뿐 아니라 공간 디자인을 해주시는 분이 있어요.
은혜
저희가 어떤 카페의 명함이랑 로고를 했는데, 그분과 함께 카페의 공간까지 만들게 되었어요. 그런데 인부를 많이 쓰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려도 싱크대부터 바(bar)까지 다 만드셨어요. 그런 식으로 지인들을 약간 도우면서 활동하시는 분이 있어요.
대웅
그분 손길이 닿은 곳이 많거든요. 유명한 곳도 많고. 그런데 그분이 작업을 드러내서 홍보하지 않기 때문에 유령 회사라고 한 거예요, 누가 했는지도 모르게 주변 사람들 잘 도와주는 분이죠.
효준
‘마크소사’라는 곳도 있어요. 그분도 약간 인테리어 쪽이죠.
은혜
저희가 처음에는 아무런 의뢰가 들어오지 않아서 저희끼리 재미로만 작업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포스트 포에틱스’라는 서점에서 독일 일러스트레이터 스테판 막스(Stefan Marx)전시를 하게 되었는데 스테판 막스의 인쇄기에 문제가 생겨서 한국에서 해야 하는 상황이 됐죠. 그 인쇄기가 저희가 가지고 있던 리소 인쇄기였거든요. 그걸 알고 있던 포스트 포에틱스에서 추천을 해줘서 저희가 하게 되었어요. 그 일로 저희를 조금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죠. 그때 포스트 포에틱스에 명함을 두고 갔는데 그걸 보고 찾아왔다는 분들도 있었어요.
대웅
그리고 mmmg의 배수열 대표님이랑 서커스 보이 밴드 분들도 많이 도와주셨고…. 오유진 씨도 있고, 오예 씨도 있고…. 굉장히 많죠.
마지막으로 타이포그래피 서울의 독자들에게 한마디만 해주세요.
대웅·은혜·효준
인쇄에 관심 있으시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한번 놀러 오세요. 특별히 학생은 15% 할인해드리고 있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