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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노타입은 왜 93년 만에 Futura를 업그레이드했나

    달에는 위와 같이 적힌 명판이 있다. 1969년 7월 아폴로 11호가 두고 온 것이다. 은빛 금속판에 각인된 이 글귀의 서체는 ‘푸투라(Futura)’다.


    글. 임재훈

    발행일. 2020년 11월 25일

    모노타입은 왜 93년 만에 Futura를 업그레이드했나

    HERE MEN FROM THE PLANET EARTH
    FIRST SET FOOT UPON THE MOON
    JULY 1969, A. D.
    WE CAME IN PEACE FOR ALL MANKIND

    달에는 위와 같이 적힌 명판이 있다. 1969년 7월 아폴로 11호가 두고 온 것이다. 은빛 금속판에 각인된 이 글귀의 서체는 ‘푸투라(Futura)’다. 그래서 푸투라는 ‘달에 착륙한 최초의 서체(The First Typeface to Land on the Moon)’라고도 불린다.

    달 위의 푸투라. 
    1969년 7월 아폴로 11호가 달 표면에 설치한 명판.
    우주비행사 3인(닐 암스트롱, 마이클 콜린스, 에드윈 유진 올드린)과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의 서명을 제외한 모든 문구가 푸투라로 각인돼 있다.
    *사진 출처: NASA

    푸투라의 우주적 대중성

    1927년 파울 레너(Paul Renner)에 의해 완성된 이 산세리프체, 지구 안팎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나이키, 보그, 이케아, 폭스바겐 등 세계 유명 브랜드들이 푸투라를 선택했다.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은 포스터와 오프닝 타이틀에 푸투라를 즐겨 썼다. 큐브릭의 후예(?)로는 데이비드 핀처와 웨스 앤더슨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이른바 ‘푸투라 스타일 글꼴(Futuraesque type)’의 팬이라고 알려져 있다. 핀처의 2014년작 〈나를 찾아줘(Gone Girl)〉, 앤더슨의 2004년작 〈로얄 터넨바움(The Royal Tenenbaums)〉의 각 타이틀 로고에 푸투라가 쓰였다.

    푸투라는 그야말로 대중적 서체로서 지금껏 애용돼 오고 있다. 아브니르(Avenir), 벌라크(Verlag) 등 기하학적 산세리프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온갖 처처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 탓에, 한때 ‘푸투라=클리셰’라는 경계의 움직임도 있었다. 1990년대 초 영미권 디자이너들이 벌인 ‘안티 푸투라’ 운동이다.(엄밀히 짚자면, 이들이 반대한 건 ‘푸투라 엑스트라 볼드 컨덴스드’였다. 나이키의 ‘JUST DO IT’에 쓰인 그 서체 말이다.) 최근까지도 ‘안티 푸투라’의 정신(?)은 이어지는 듯하다.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활자 역사가인 더글라스 토마스(Douglas Thomas)가 2018년 『Never Use Futura』라는 책을 발표한 걸 보면.

    한 디자이너가 푸투라 절대 쓰지 말라 한 지 2년 만, 새 ‘Futura’가 등장했다

    Futura Now 2020: Hommage to Futura 1927

    이렇듯 푸투라는 90여 년째 ‘핫’한 서체다. 또한 90여 년째 달에 있다. 시의성의 법칙, 중력의 법칙을 초월한 셈이니 ‘클래식’이라 이를 만하다. 클래식 서체를 ‘업그레이드’라는 명분 하에 건드린다는 건, 디자이너에겐 우주비행과 맞먹는 모험이다. 이 일을 모노타입(Monotype)이 벌였다. 스티브 매티슨(Steve Matteson). 테런스 바인지어(Terrance Weinzierl), 후안 빌라누에바(Juan Villanueva) 등 모노타입 소속 디자이너 세 명이 ‘푸투라 나우(Futura Now)’를 만든 것이다.

    푸투라 나우 프로모션 영상 ‘#MostFuturaEver’

    올 10월 출시된 푸투라 나우는 기본 패밀리 72종[본문용·제목용 각 36종], 스크립트 폰트 5종, 장식체 10종, 디스플레이용 14종 등 102종 스타일, 그리고 배리어블 폰트 5종으로 구성돼 있다. 1927년 서체의 원형은 보존하되, 2020년의 디자인 환경에 맞춰 대대적인 재해석과 재구성을 감행한 셈이다. 푸투라 나우 프로젝트의 리더이면서 모노타입의 디자인 디렉터(Creative Type Director)이기도 한 스티브 매티슨은 이렇게 설명한다.

    “푸투라는 1927년 단 2종 굵기(Light, Medium)로 출시됐음에도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서체 자체의 세계적인 명성과 사용성 증가에 따라 28년간 새로운 굵기와 스타일이 추가됐다. 하지만 사진식자 시절의 여러 조판 기술이 지금의 디지털 환경으로 발전하는 동안, 푸투라는 그 쓰임의 과정에서 고유의 자형(字形)과 완성도를 얼마간 잃게 됐다. 복사를 거듭할수록 문서의 선명도가 떨어지듯이, 푸투라 또한 다양한 매체에 사용되면서 오리지널리티가 저하된 것이다.”

    Futura was released in 1927 in just two weights, light and medium, but it was an immediate success. Over the next 28 years new weights and styles were added increasing its usefulness, its reputation and its popularity worldwide. But with each development in typesetting technology from various versions of phototype to digital to the current computer formats, the character and finesse of the original degraded a bit. Much like a photocopy of a photocopy loses its fidelity, futura’s shapes lost their precision.

    푸투라 나우 제작 뒷이야기 ‘The Story Behind Futura Now’

    요컨대 푸투라 나우는 1927년 푸투라 출시 후 93년 만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셈이다. 100년 가까이 된 클래식 서체를 현재 시제에 맞게 가다듬는다, 그러면서도 원형을 유지하고 오리지널리티의 존재 가치를 더 고양시킨다, 라는 것이 푸투라 나우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표였을 것이다. 평가는 사용자들의 몫이겠으나, 어쨌든 이 서체는 ‘고전에 대한 가장 현대적인(혹은 디자인적인) 오마주’의 한 사례로서 기록될 만하지 않을까.


    ―  YOONDESIGN GROUP  ×  MONOTYPE  ―
    윤디자인그룹과 모노타입은 전략적 제휴 관계다.[2013. 4. 30. 체결]
    윤디자인그룹이 운영하는 디자인 웹진 『타이포그래피 서울』은
    모노타입과의 협업을 통해 국내 독자들에게도 유의미할 
    다양한 해외 신서체 소식을 지속적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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