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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1984’ 대표 전용훈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게 있어야 안 흔들려요. 그게 없으면 언제 변할지 모를 흐름만 쫓게 되죠.”


    인터뷰. 인현진

    발행일. 2014년 08월 01일

    출판사 ‘1984’ 대표 전용훈

    내로라하는 카페들이 모여 있는 홍대 앞에서도 ‘1984(일구팔사)’는 특히 유명한 곳이다. 출판사 공간인 동시에 편집 카페인 이곳의 주인인 전용훈 대표는 삼대째 출판 가업을 이으면서도 자신의 독자적인 컬러를 만들어내고 있다. 심플하면서도 상징으로 가득 차 있는 공간에서 그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벽인 듯 착각하게 되는 묵직한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 본다.

    1984 하면 조지 오웰이 생각납니다. 어떤 의미로 지은 이름인가요?

    1984는 제가 경영하는 출판 브랜드가 운영하는 공간입니다. 제가 태어난 해이기도 하고요. 어릴 때부터 외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며 자라왔어요. 두 분이 회사를 운영하실 때와는 출판 환경이 많이 변했죠. 하지만 결국 책은 독자에게 새로운 세계를 제시하고 소통할 수 있는 도구이고, 출판사는 지식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이곳 1984는 텍스트를 포함한 시각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는 곳이지요. 콘텐츠를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가업이기도 했겠지만,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유년시절부터 쪽 책과 가까이 있었어요. 하지만 책 읽기를 즐기지는 않았죠(웃음). 오히려 음악이나 문화 전반에 관심이 더 많았어요. 그러다 군대에서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시간 날 때마다 읽었어요. 처음에는 소설이나 여행 관련된 책으로 독서를 시작했고요. 몸이 안 좋아져 건강에 관심을 쏟을 때엔 건강학에 관한 책을 봤어요. 휴가 나오면 서점에 가서 어르신들 사이에서 건강이나 운동에 관련된 책을 읽었죠.(웃음) 여러 가지 분야의 책을 읽다 보니 독서가 주는 경험이 너무나 위대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좀처럼 저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던 태도도 책 앞에서는 자연스레 겸손해졌어요. 책은 실로 저에게 많은 것을 일깨우는 위대한 도구였죠. 그때 좋은 책을 만드는 것이 외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 일생을 바쳐 해온 일이고, 그것을 이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깨달았죠. 그것이 1984로 이어졌어요.

    출판사에서 북카페를 내는 일도 많아지고 있는데요.

    1984를 처음 만들 당시 북카페가 점점 많아지던 시기였어요. 출판사의 사옥 1층에 자사의 책들을 판매하고 커피머신을 함께 놓으면 북카페가 되는 형식이 너무나 지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기존의 북카페에서 좀 더 나은 형태의 공간이 나올 시기라고 생각했죠. 먼저 출판사가 가진 콘텐츠를 어떻게 공간에서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고 그 요소로 편집샵, 뮤지엄, 카페를 선택했어요. 구성요소들은 콘텐츠를 보여주고 소통하기에 서로 시너지가 나는 것들이었고 다 제가 평소에 사랑하던 공간이었죠.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각 요소가 서로 연결되어있는 구조로 콘텐츠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1984에 있는 브랜드와 제품 그리고 작가들의 작품이 1984의 핵심 콘텐츠이고 이 구성 요소를 어떻게 하면 잘 보여줄 수 있을까? 지금도 그런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어요.

    1984를 돌아보면 하나하나 모두 눈길이 가요.

    1984에 들어와 있는 모든 브랜드와 굉장히 오랜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교류합니다. 그렇게 했을 때 서로의 색깔이 공존하고 시너지가 나죠. 1984가 처음 오픈했을 때 ‘규정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공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한마디로 규정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그 말을 듣고 기뻤죠.

    편집자는 작가가 아니다. 독자와 작가를 만나게 해주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색깔보다는 전달하고 전달받는 사람, 양쪽의 시선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즐기면서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그는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기획하면서, 마치 벽으로 생각되었던 곳이 문으로 열리듯, 1984에서 공간의 새로운 발견을 하는 중이다. 

    공간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아요.

    ‘책은 문화의 뿌리이자, 그 결과이다.’ 이 슬로건을 공간을 통해 전달하고 싶어요. 1984는 예술, 음악, 패션,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책들을 출판하고 있어요. 첫째로 우리는 출판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해요. 그리고 공간에서도 같은 방법을 취하죠. 고객들의 피드백 중에 제가 가장 듣기 좋았던 이야기는 1984에 오면 가만히 구경만 해도 무언가를 배운다는 느낌이라는 것이었어요. 저는 우리 공간이 한 권의 좋은 책이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책은 ‘책이 좋은 것이니 제발 책을 읽으세요!’라고 억지로 권하지 않아요. 대신 이렇게 말하죠. ‘책이 얼마나 멋지고 매력적인지 한번 봐봐, 이래도 읽지 않을래?’

    책과 공간을 연결하는 것이 이야기라는 말씀처럼 들리는데요.

    맞아요. 저는 세상에 좋은 브랜드를 남기고 싶어요. 좋은 브랜드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모두에게는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어요. 그건 세상에서 유일한 것이죠. 공간에 항상 좋은 이야기가 가득하고 끊이질 않는다면 그 공간에 자연스레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공간이 될 거예요.

    1984에서 공간을 꾸미기 위해서는 개인의 취향만이 아닌 ‘안목’이 필요할 것 같아요.

    나와 내 취향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요. 내가 좋은 것이 무엇인지에 그치지 않고 그게 왜 좋은 것인지도 생각해보죠. 그게 취향을 넘어 안목에 이르게 만드는 작은 습관이죠. 예전에는 그냥 좋은 것이 많았어요. 이건 좋고 혹은 이건 싫고. 그런데 이게 왜 좋고 싫은지를 생각하다 보니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별생각 없이 직관적인 선택이라 생각했었던 것이 사실은 과거의 경험이나 지식에 기반을 둔 선택이라는 것을 발견하고는 항상 제가 느낀 감정들의 과정을 다시 한번 생각해요. 그런 것이 쌓이다 보니 저만의 안목이 생기더라고요. 패션이나 음악과 같은 예술의 다양한 생태계 속에서 문제의 지점이 어디인지,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내가 던질 수 있는 메시지는 무엇이며, 균형을 맞춰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항상 생각해요. 1984는 모든 곳에 제 시선이 투영되어 만들어진 공간이에요.

    그 시선이 참 특별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웃음). 많은 아티스트에게 감사해요. 자기 자신의 끝까지 가본 사람의 결과물은 결국 모두와 연결되어 있어요. 모두와 연결될 수 있는 특별한 시선을 갖기 위해서는 아주 깊이 있는 사유와 감각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이것은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시선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니까요.

    위기는 동시에 변화의 기회이기도 하다. 종이로 책을 만드는 사람은 책이 종이여야만 하는 자기만의 명확한 해답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디지털 시대의 장점은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고도 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책을 만든다면 왜 종이책이어야 하는지가 있어야 한다. 세상의 변화를 직시하고 매체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필요할 때다. 1984가 고민의 결과를 어떤 형태로 세상에 내놓을지 몹시 기다려진다. 

    책이든 공간이든 결국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그게 있어야 안 흔들려요. 그렇지 않으면 언제 변할지 모르는 흐름만을 쫓게 되죠. 구체적이고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출판사의 역할이잖아요. 저는 실제로 업무 프로세스에 엄청나게 많은 부분에 개입해요. 심지어 SNS의 게시글조차 저에게 허락을 맡고 올려야 하죠.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의 첫 문장에 우리는 그 의도를 분명히 담으려 해요. 이것을 왜 하며 이를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말이죠. 이런 작은 태도와 방식이 쌓이면 진짜 우리만의 것이 생기죠. 사실 유명한 카페의 맛있는 케이크나 커피는 비슷한 수준까지 따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쌓아온 이야기는 대체할 수 없죠. 좋은 이야기와 좋은 브랜드와 함께 계속 쌓아나가고 싶어요.

    좋아하는 일을 진정성 있게 하는 것 같아요.

    저에게 큰 칭찬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몇 년 전 한 인터뷰에서 꿈을 적으라는 의뢰를 받은 적이 있었어요. 제가 은근히 이런 걸 잘 못 하거든요. 한참을 고민하다가 적은 글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평생 즐기면서 하는 것.”이라고 적었어요. 저는 그런데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자면 진정성 있게 해나가고 싶어요. 자기 혼자 좋아하고 즐기는 것은 언젠가는 한계가 온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를 진정성 있게 해나간다면 정말 꾸준히 해나갈 수 있어요. 결국, 진정성 있는 일은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에게도 의미가 있는 일이니까요.

    오래 하고 싶다는 말에서 어떤 힘이 느껴지는데요.

    저에게 ‘오래 한다’는 말은 참 중요한 의미를 지녀요. 시간이야말로 가장 큰 힘을 지닌다고 믿어요. 현재의 서울은 우리만의 시간을 많이 잃어가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 세대는 그 잃어버린 시간을 다시금 쌓아가야 한다는 사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결국 모두가 오래 해서 끝까지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그 힘을 쌓아가야만 하는 시대입니다.

    앞으로 염두에 둘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시작부터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고 균형이에요. 언제나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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