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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랜선으로 엿보는 해외 타이포그래피 전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문화 예술계가 위축되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이미 도록과 리플릿까지 다 나온 오프라인 행사가 온라인 콘텐츠로 대체된다거나, 전시 관련 인쇄물 제작 계약을 맺은 디자인 스튜디오가 갑작스레 유튜브 섬네일을 만들어야 한다거나, ··· 하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글. 임재훈

    발행일. 2021년 01월 18일

    랜선으로 엿보는 해외 타이포그래피 전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문화 예술계가 위축되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이미 도록과 리플릿까지 다 나온 오프라인 행사가 온라인 콘텐츠로 대체된다거나, 전시 관련 인쇄물 제작 계약을 맺은 디자인 스튜디오가 갑작스레 유튜브 섬네일을 만들어야 한다거나, … 하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관람객 입장에서는 전시장이라는 특수한(날마다 펼쳐지는 자신의 일상 안에 항시적으로 열려 있는 공간은 아니라는 의미에서의 특수성) 세계로의 출입구가 닫힌 셈이니, 왠지 모르게 하루하루의 트레드밀화(treadmillized) 현상이 심화된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할 것이다. 설상가상, 여기에 해갈되지 못한 여행 욕구까지 더해지면 마음이 여간 민민한 게 아니다. 당장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각종 ‘디자인 여행’ 시리즈북이라도 잔뜩 사볼까 싶어지기도 한다.

    당신도 이렇지 않습니까, 하고 동의를 구하는 문장들의 나열이 돼버렸는데, 눈치채셨겠으나 앞의 이야기는 오롯이 에디터 개인의 심정을 옮겨본 것이다. 웹진 에디터가 어찌 이런 하소연을 텍스트로 옮길 수 있느냐 몰아세운다면… 딱히 반박할 말은 없다. 그럼에도 해명을 해보자면,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며 독자 여러분께 읽을거리, 볼거리, 얻을 거리를 드리는 게 마음에 걸린다. 어떤 콘텐츠의 기획 의도를 온전히 이성적이고 드라이하며 체계적인 데다 기술적으로만 밝히는 것이, 콘텐츠를 매개로 제공자/수용자 관계가 분할되는 모양새가 못내 마음에 걸린다. 콘텐츠라는 걸 방바닥이든 테이블이든 어디든지에 놓아두고, 서서든 앉아서든 서로 얘기하고 시시덕거리고 싶다.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다.

    아무튼 이러저러한 심정을 담아 「랜선으로 만나는 해외 타이포그래피 전시」라는 콘텐츠를 준비했다. 해외에서 열린 타이포그래피 전시들을 구글링하며 멍하니 감상하다가, 여기에 이렇게 모아본 것이다. 올해는 부디 이런 와글와글 파티 같은 전시에서, 친한 사람들과 뭉쳐 다니며 이 작품 저 작품 마음껏 보고 싶다.

    © behance of Pop & Pac Studio

    〈Twenty Six〉 2020. 10.

    Pop & Pac라는 디자인 스튜디오가 지난해 창작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했다. 타이틀은 ‘Twenty Six’. 26자 알파벳을 26명 아티스트가 재해석해 26개 작품으로 제작한 프로젝트다. 결과물들을 선보인 동명의 전시도 열렸다. 특정 콘셉트 없이 참여작가들이 그야말로 마음대로 알파벳 타입플레이(typeplay)를 벌였다. 해당 작품들은 Adobe Stock에서 유료 이미지 소스로 제공되고 있다. 프로젝트 ‘Twenty Six’는 2020년 AGDA(Australian Graphic Design Association, 호주 그래픽 디자인 협회) 디자인 어워드 위너로 선정되기도 했다.

    ✓ 프로젝트 결과물 및 전시 현장 보기 → behance
    ✓ Pop & Pac 인스타그램  @pop_and_pac

    © behance of Magdalena Czarnecki

    〈Kiruna Forever〉 2020. 6.

    〈Kiruna Forever〉는 스웨덴 북부의 소도시 키루나(Kiruna)를 테마로 한 전시다. 특정 지역이 지닌 전통과 매력을 타이포그래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이 전시는 기존 라틴알파벳 서체인 ‘Bradford LL’(세리프), ‘Helvetica Neue’(산세리프)를 일종의 ‘키루나 지역 전용서체’로 설정했는데, 그 파생물로서 전시장을 채웠다. 포스터, 엽서, 리플릿, VR 애플리케이션 등이 하나의 일관된 타이포그래피 체계로 이어져 있는 모습은 실로 근사하다. 로컬 브랜딩이라는 표현은 좀 부족하고, ‘로컬 타이포 브랜딩’이라 수식하면 어떨까. 키루나라는 도시는 처음 들었지만, 분명히 아름다운 곳일 것만 같다. 〈Kiruna Forever〉는 스웨덴 ArkDes 미술관에서 지난해 6월 개최됐다. 본래 올해 2월 7일까지 열릴 예정이었으나 지금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잠정 폐쇄된 상태다.

    ✓ 전시 사이트  Arkdes.se/en/utstallning/Kiruna-Forever 
    ✓ ArcDes 미술관 인스타그램  @arkdesc

    © behance of János Hunor Vári

    〈Dunno How to Write〉 2019. 9.

    2019년 헝가리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모여 『Dunno How to Write』라는 타이포그래피 잡지를 창간했는데, 이를 기념하며 동명의 소규모 전시를 열었다. 전시라기보다는 차라리 뒤풀이 내지 파티에 가까워 보인다. 제호가 고스란히 잡지의 콘셉트다. ‘글 쓰는 법은 몰라도(Dunno How to Write) 글씨를 잘 그릴 순 있다’라는. ‘실험적 타이포그래피를 지향하는 헝가리의 정기발행물(periodical practice of hungarian experimental typography)’을 지향하는 만큼, 향후 활약이 기대된다.

    ✓ 전시 현장 보기 behance
    ✓ 매거진 공식 인스타그램 @dunnohowtowrite
    ✓ 매거진 큐레이터 인스타그램 @thispopshitpop
    ✓ 창간호 주요 콘텐츠 보기 collide24

    © behance of Fida Kuchukbaeva

    〈Покорители неба〉 2019. 4.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 형제(The Wright Brothers) 헌정 전시로 2019년 4월 러시아에서 열렸다. 타이틀 〈Покорители неба〉(우리말 독음은 ‘파카리뗄 네바’)는 ‘하늘의 정복자들(conquerors of the sky)’을 의미한다. 앞서 소개한 〈Kiruna Forever〉와 마찬가지로, 이 전시 또한 타이포그래피가 주된 구성 요소다. 〈Покорители неба〉를 위해 ‘Brutal Paraplan’이라는 전용서체를 별도 제작 후, 이를 활용한 다채로운 타이포그래피 결과물들을 전시작으로 선보였다. 〈Kiruna Forever〉가 지역 타이포 브랜딩이라면, 〈Покорители неба〉는 인물 타이포 브랜딩의 사례인 셈이다.

    ✓ 전시작 및 전시 현장 보기 beh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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