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해와 용접, 분해와 조립. 다양한 작업으로 메탈을 분석•탐구해온 조각가 이윤석의 13번째 개인전 〈Meditation〉이 윤디자인연구소 갤러리뚱에서 열린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가로세로 2m가 넘는 커다란 조각 작품을 만날 수 있는데, 이번 전시의 타이틀인 ‘Meditation’과 이름이 같은 이 작품은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되어 있어 묵직하고 웅장한 위엄을 자랑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서 특별 제작한 이 작품은 그동안 어디에서 볼 수 없었던 이윤석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조각학과 교수인 이윤석 작가는 서울시립대학교에서 환경조각을 전공하고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교 대학원과 도쿄예술대학교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13번의 개인전을 선보였고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모란 조각대상전 대상, 우베 비엔날레 IWAMI 미술관상 등 다수의 상을 받으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자기완성(achievement)’은 스스로 의지와 노력으로 이루어져 가는 것이라 믿고, 그렇게 살아가는 삶을 작품에 담고자 애써온 이윤석 작가. 그러나 중년에 접어든 작가에게 맡겨지는 각종 의무와 책임, 이들이 휘몰아가는 지독히 바쁜 일상 속에서 작가가 추구해 온 ‘자기완성’의 가능성은 점점 희석되어 사라져 가는 것만 같았다. 서글픈 심정으로 그렇게 사라져 가는 자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나니, 거기서 새로운 ‘자아(integrity)’가 떠오르듯 생겨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가족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사회와의 관계들. 거미줄처럼 얽힌 관계 속에서 나의 의지와 거의 무관하게 만들어지는 나의 모습, 내가 중심이 아닌 어떠한 나. 뜻밖에 그것은 내가 스스로의 의지로 완성해보고자 했던 나보다 더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러한 자신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면서 작품을 구상하였다. 그리고 여기에서 다시 출발해 본다.”
– 작가의 말 중
이윤석 작가의 작품들은 조형에 대한 진지한 의식과 강도 높은 노동이 투입되는 작업들로 이루어져 있다. 본래 건축학 지망생이었던 그는 조각을 전공하게 되면서도 치밀한 구조적 분석과 방법론을 유지했던 것인데, 특히 금속 조각에 주력하는 이유에 대해 가공 후 바로 결과를 볼 수 있다는 점과 어느 정도 규모가 큰 구조적인 작품을 구현하기에 적합한 소재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모든 작업은 컴퓨터로 정교하게 설계하여 절단도에 의해 레이저 커팅한 금속판의 조립과 용접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작품도 이런 과정을 거쳐 30개로 분해한 것을 전시장 내에서 조립하여 완성한 것이다.
작품 제목인 ‘Meditation’은 명상, 묵상이라는 뜻이 있는 단어이다. 작품의 규모가 주는 웅장함에 마음을 먼저 빼앗기고 왠지 모를 고요함에 생각이 많아진다. 작품을 빙 둘러가며 보고 있노라면 스틸 조각조각에 비친 내 모습은 굉장히 낯설고 어느 조각에서 비치느냐에 따라 그 모습도 제각각.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다가 의지와는 상관없이 생겨버린 또 다른 자아를 보는 듯한 특별한 경험이다.
타인의 생각과 모습 속에서 가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때로는 기쁘게, 때로는 서글프게 각각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찰나의 순간을 조각가 이윤석의 개인전 〈Meditation〉을 통해 느껴봐도 좋겠다. 가끔은 고요한 순간이 주는 적막함도 새로운 즐거움이 될테니.
전시 정보
Meditation – 2014 이윤석 조각전
기간: 2014년 2월 17일(월)~2월 27일(목)
장소: 윤디자인연구소 갤러리뚱(찾아가는 길)
관람 시간: 평일 10:00~18:00, 주말•공휴일 11:00~17:00
관람 요금: 무료
후원: 윤디자인연구소, 타이포그래피 서울
*본 전시회는 2012년도 서울시립대학교 교내학술연구비에 의하여 연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