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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세상의 리얼리스트, He was born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권순한

    디자인 세상의 리얼리스트, He was born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권순한


    발행일. 2013년 10월 25일

    디자인 세상의 리얼리스트, He was born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권순한

    커피잔 모양의 의자, 손으로 브이 자를 그리는 예수, 컬러풀한 종이컵 등 그의 작품들을 보면 '즐기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성별이나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 봐도 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의 대중성과 친근함을 지니고 있다. 그의 작품처럼 그 또한 소탈하고 솔직하다. 일상의 소중함을 알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간다. ABC 페이퍼 컵으로 독일 레드닷 디자인상을 받았고 우리나라 차세대 디자인 리더로 뽑혔던 디자이너 권순한을 만났다. 글. 인현진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최근 근황을 좀 듣고 싶어요.

    어떻게 저를 알고 찾아오셨는지 오히려 궁금하네요(웃음). 실무에 충실히 하고 있고요, 작업실을 옮기려고 알아보는 중인데 이곳이 워낙 편해서 머뭇거리게 되네요. 우체국, 은행, 하다못해 전구 하나를 사려고 해도 건물 안에서 모든 게 해결되니까 편한 것에 길들어서요. 요즘엔 웹사이트와 영상을 주로 하고 있어요. 주말엔 온통 육아에 신경 쓰고 있고요(웃음).

    독립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건 어떠신가요?

    서른에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꾸준히 프로젝트를 맡게 되어 자연스럽게 스튜디오 운영까지 하게 되었어요. 디자인만 한 게 아니라 제작 과정에까지 참여했는데 처음엔 모르는 게 너무 많았어요. 디자인을 해서 하나의 제품으로 나오기까지 많은 과정이 있다는 걸 배웠어요. 비딩이나 영업활동은 전혀 안 하기 때문에 일을 지금까지 계속 할 수 있었던 건 운이 좋아서인 것 같기도 하고요. 하루하루 성실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초심을 유지하는 성실함을 꾸준히 이어가기가 참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저기 벽에 보이는 것처럼 록키 그림 붙여놓고 음악도 틀어놓고 그러고 있어요. 채찍질은 예전부터 해왔는데 약발이 점점 짧아지고 있네요. 이젠 더 자주, 세게 때려야 해요(웃음). 제 성향이 좀 그런 편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술도 안 먹고 담배도 안 피우거든요. 취미생활도 개인 작업을 할 정도고요. 일을 많이 해도 딱히 리프레시가 필요 없었는데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조금 풀 데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넉 달 전부터 아침 7시부터 수영을 하고 있어요. 제 라이프 스타일에선 생각하지도 않던 일이었는데(웃음).

    He was born이라고 이름 지으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예수님 캐릭터를 해보려고 만든 이름이에요. 생각은 계속 하고 있었는데 기독교 팬시 시장은 없어서 한번 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뜻은 담되 무겁지 않고 중의적인 의미를 줄 수 있는 이름을 고민하다가 만든 것이에요. 제가 느끼기에 기독교 용품은 트렌드가 멈춰 있더라고요. 사람들이 현재 즐기는 문화와 종교 용품은 거리감이 많이 느껴져서 좀 더 친근하게 만들어본 거예요.

    coffee chair
    45˚ Korean Alphabet Box
    ABC종이컵
    그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누군가의 말이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디자이너로서 확실히 강점일 것이다. 겉멋을 부리지 않아 장식적 요소가 거의 없는 그의 작품들은 디자이너의 개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기에 오히려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작업하실 때 본인만의 프로세스를 갖고 계신가요?

    그런 것도 별로 없어요. 요령도 없고. 그냥 해요(웃음). 일할 땐 심적인 흔들림도 거의 없고. 그런데 3~4년 후에도 이렇게 살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서 고민이 되네요. 남다른 프로세스를 있어야 한다고 생각은 해요. 공정과정 자체가 달라야 다른 결과가 나오니까요. 어떤 과정을 거치든 결국 퀄리티를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퀄리티를 올린다는 게 어떤 건지, 만족스러운 기준이 있으신가요?

    기준은 점점 올라가죠. 연차가 늘수록 안목은 높아지니까. 좋은 해외 유명 작품을 보기도 쉬워지니까 작업을 하면서도 마음에 안 들 때도 많아요. 어쩔 땐 내 실력이 떨어진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고요. 그래서 분야를 좁히고 퀄리티를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클라이언트에게 의뢰가 들어온 것도 즐겁게 하지만 시간이 생기면 개인 작업을 더 많이 하고 싶죠.

    스스로 자신의 작품에 대해선 어떤 평가를 하시나요?

    그건 남이 말해줘야 하는 건데(웃음). 가수가 자기 입으로 전 노래를 잘해요, 춤을 잘 춰요, 이러면 좀 그렇잖아요. 주변에선 디자인이 마케팅적이어서 좋다는 피드백을 많이 주세요. 회사 다닐 땐 예뻐 보이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전체 과정을 생각하면서 더 질문을 많이 하고 소스를 더 달라고 하니까 오지랖이 점점 더 넓어지죠(웃음). 담당자가 괴로워하고 있습니다(웃음).

    누가 봐도 즐길 수 있는 디자인을 지향하시는 것 같아요.

    제 디자인은 쉬워요(웃음). 커피 체어를 제 어머니가 보시고 1초 만에 아! 하시더라고요. 그때 쾌감을 느꼈어요. 아, 디자인에 대해 배운 적도 없는 우리 어머니도 콘셉트가 뭔지 파악을 하신 거니까요. 전시회나 디자인 잡지에 나오는 어려운(?) 작품들도 나름대로 물론 의미가 있지요. 하지만 지금의 저는 대중적인 디자인을 더 생각하게 되네요. 앞으로는 생각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요. 훗날 예술적인 작품을 하더라도 대중적인 성공을 먼저 한 이후의 스텝이라고 생각해요.

    App 
    Take weather
    App Babywaa
    [좌위]세라믹디자이너 디니엘조[우위]리아네이쳐 / [좌아래]cosmo flower [우아래]Spackman Associates
    timelook
    그는 현실감각을 놓치지 않는 디자이너다. 어떻게 꾸준히 일하고 스튜디오를 꾸려야 하는지 늘 고민한다. 평일엔 매일 야근을 하더라도 주말은 가족과 함께 보낸다. 지나친 이상을 좇기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서 맡은 일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책임감을 갖고 최고의 퀄리티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과 사랑, 둘 사이의 균형감을 유지하는 노력이 '지속 가능한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비결일지도 모르겠다. 

    스튜디오 운영을 꿈꾸는 젊은 디자이너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일단 인맥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학생이라면 회사 생활을 몇 년 정도 경험을 한 후에 나와서 독립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좋은 아이디어로 디자인을 한 걸로 반짝 떠서 디자인 잡지에 한두 번 실려도 그 이후에 일로 이어지지 않으면 나중에 회의가 들 수 있거든요. 내 작업을 자꾸 알려야 일을 꾸준히 할 수 있으니까 자기 혼자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힘들죠.

    역할 모델로 삼고 있는 디자이너가 있으신가요?

    티보 칼맨(Tibor Kalman) 좋아해요. 그의 디자인 철학은 한 마디로 버내큘러(vernacular)라고 정리할 수 있는데 쉽게 풀면 대중성 있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디자인이라는 것 자체가 전문가만의 소유물이 아니잖아요. 누구나 즐기고 공감할 수 있으니까. 큐레이터가 설명하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디자인보다 미대 교수가 봐도, 동네 지나가는 아저씨 아줌마가 봐도 좋다고 하는 디자인이 정말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세요.

    박완서 선생님께서 예전에 창조에는 숙련이 없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웹 사이트를 10년 이상 만들고 있는데 만들 때마다 힘든 거예요. 내가 이상한 건가? 이런 생각을 할 때 그 말씀이 참 위로가 되더라고요. 지난번과 다르게 하려니까 고민이 되고 항상 더 나은 것을 지향하니까 만족이 쉽게 되진 않아요. 창조적 작업에 따르는 숙명 같은 건데 힘든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방법을 찾을 땐 희열감을 느끼기도 하죠.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만 하면 보상은 다 돌아오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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